CHUNG, YOUNG-HAN ; Image-Fragment of the time-ICON
2018.07.24 ▶ 2018.07.31
2018.07.24 ▶ 2018.07.31
정영한
이미지-時代의 斷想 ; ICON (Image-Fragment of the time ; ICON) acrylic & oil on canvas, 60.6x90.9cm, 2018
정영한
우리時代 神話 ; ICON (Myth of our time ; ICON) acrylic & oil on canvas, 60.6x90.9cm, 2012
정영한
우리時代 神話 ; ICON (Myth of our time ; ICON) acrylic & oil on canvas, 60.6x90.9cm, 2012
정영한
이미지-時代의 斷想 ; ICON (Image-Fragment of the time ; ICON) acrylic & oil on canvas, 60.6x90.9cm, 2018
아이콘, 신화의 방식으로 존재하기
Icon, Being in a style of the Myth
나는 오랫동안 모델이 없는 작품들을 그려왔다. 나의 작품 속 대상들은 도처에 산재한 원본 없는 이미지들 또는 고대석상이나 이름 모를 바다풍경과 왜곡된 형태의 꽃 또는 꽃잎들로 채집하듯 모아 온 사진 이미지들이 ‘모델’이 되었다. 나는 내가 선택한 이미지들을 대상이라는 말보다는 모델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혹자들에게 내가 선택한 ‘모델’들은 이름 없는 바다 원본 없는 꽃, 상투적인 석상에 지나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그들은 오늘이 있기까지 축적된 시간들의 반영이자 동시대를 살아가는 화가로서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숙고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미술작품이 작가의 이야기만으로 의미화 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나는 작가의 이야기보다는 관객들의 서사가 작품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작품 설명은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2007년부터 시작된 <아이콘> 연작은 ‘나’를 대신해 그림을 그리는 정영한 작가의 태도를 설명하기 위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아이콘> 연작의 첫 번째 대상은 <우리時代 神話 Myth of our time>(2005-2016)로, 앤디 워홀, 오드리 햅번, 마릴린 먼로 등 ‘신화’로 존재하는 지난 세기의 우상들을 집중적으로 그려냈다. 나 역시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그들의 영향을 받은 미술가로서 시공간을 초월하여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령들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내어 놓으려는 노력이었다.
최근 나의 <아이콘> 연작은 현재 진행 중인 <이미지, 時代의 斷想 Image, fragment of the time>을 수식하면서 그림 속 대상, 모델, 또는 이미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어쩌면 길고 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아주 작은 단편일지도 모를 살바도르 달리, 나스메 소세키, 그리고 야요이 쿠사마 등과 같은 ‘나의 우상’은 개인적으로나 예술사적으로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동시대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 오늘의 미술가들은 이미 유령이 된 자들을 되살리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나는 ‘그림’으로써 ‘오마주’라는 방식으로 그들을 재생시키는데 주력한다. 이 때 가장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은 나의 우상 각각이 가지고 있는 상징들을 알레고리적 맥락과 연결시켜 보여주는 것이다. 즉 살바도르 달리와 그의 그림에서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라고 할 수 있는 시계와 파리를 그려 넣음으로써 자연스럽게 ‘기억의 지속’을 떠올리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론은 <아이콘> 시리즈 전반을 관통하는 맥락으로 근작의 가장 차별화된 지점이라면 때때로 나의 일상을 투영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내가 문학가 나스메 소세키를 그릴 때 가장 먼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작품과 함께 나의 반려묘를 그와 그의 문학을 상징하는 소재로 그려 넣었다. 이 작품은 고양이를 통해 바라 본 나스메 소세키의 시대와 나의 노란색 줄무늬 고양이 이브 생 노랑(Yves Saint Naurant)을 통해 감각하는 우리 시대의 시간들을 교묘하게 연결시켜 봄으로써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제 3의 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아이콘> 시리즈는 회화라는 다양한 방식으로 축적되어 온 이미지의 역사와 동시대를 보는 눈의 맥락이 조우하는 그 순간에 새롭게 고안된 신화에 대한 역설에서 출발하여, 결국 스스로에게 집중되어 있던 예술적 에너지를 타자와 사회적인 것으로 확장시키는 지점으로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아이콘> 연작은 작품의 큰 주제에 대한 부연설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충분히 새로운 의미를 도출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의미 어딘가에 ‘오늘’을 가능하게 하는 ‘어제’에 대한 나 정영한 작가의 진정성어린 모험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지점이다. (정영한/미술학 박사)
1971년 대구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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