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불60주년 이응노·박인경展 <사람·길>
2018.10.06 ▶ 2019.05.26
2018.10.06 ▶ 2019.05.26
전시 포스터
박인경
(左) 꽃의 편지, 168×35cm, 한지에 수묵, 2014 (右) 꽃의 편지2, 168×35cm, 한지에 수묵, 2014
박인경
(左) 나비 1, 130.5×66.5cm, 한지에 수묵담채, 1964 (中) 연못, 137×70cm, 한지에 수묵담채, 1964 / (右) 겨울의 어느 날, 131.5×68.5cm, 한지에 수묵담채, 1966
이응노
(上) 구성, 17×63cm, 한지에 수묵담채, 1959 (下) 풍경1, 17×130cm, 한지에 수묵담채, 1959
이응노
군상 33×53cm, 한지에 수묵, 1987
이응노
추상 124×191cm, 캔버스에 종이 꼴라주, 1961
홍성군(군수 김석환)은 <도불 60주년 이응노 박인경_ 사람·길>展을 오는 10월 6일(토)부터 이듬해 5월 26일(일)까지 홍성군 고암이응노 생가기념관(이하 이응노의집)에서 개최한다.
‘한국의 피카소’거장 이응노 화백과 박인경 화백의 도불 60주년을 맞이하여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파리의 고암서방(顧菴書房)에 보관되어오던 이응노의 미공개작들이 다수 포함되어있으며 특히 1959년 독일 체류시기의 스케치와 수묵추상 작품들은 이후의 파리시대를 예감할 수 있는 그의 모색과 실험을 여실히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적 가치를 갖고 있다.
한자(漢字)나 한글의 자형(字型)안에 비장된 조형성, 상형(象形)의 추상성과 같은 것을 발견해내 ‘한국화 추상’을 개척했던 이응노.
현실과 생활을 기반으로 하는 생명의 회화, 생활의 주인공들을 힘차고 씩씩하게 그려내던 ‘규수 화가’로부터 도불 이후에는 작품에서 형태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흑백 혹은 채색의 대담하고 무작위적인 자국과 번짐을 드리핑dripping을 넘어 푸어링pouring 하듯이 쏟아내었던 면과 지와 여백에 대한 대담한 시도의 작품으로 일변시켰던 박인경.
그러나 이 전시는 ‘사람과 길’이라는 부제에서처럼, 각 사람의 위업이라기보다는 두 부부 화가의 ‘화음(和音)’에 초점을 더 맞춘다. 일제 치하의 굴욕, 동족상잔 전쟁의 참상, 남북 분단의 쓰라림 등 격동의 한국현대사 만큼이나 구성진 영광과 회한의 굴곡을 지나 이제야, 60년 만에, 백발로 돌아온 그들 부부 화가들이 서로간에 영향받고 때로 반립하며 각자의 개성을 더욱 발휘하게 했던 교차로들을 예감해보는 자리라고 해두어야 할까.
이 지점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이 빛나는 역설이다. 그들은 태어난 고향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야만 했다. 그러나 그들의 그림은 그림이 태어난 이 땅의 근원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야 말았다. 거기에 우리에게 남겨진 ‘한국미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지가 있다.
자신으로부터 출발해 진실로 진실로 ‘바닥’에까지 닿을 만큼 삶과 생을 사랑했던 사람들. 때론 태양을 맞보듯 너무 밝아 바로 볼 수 없던 자신의 시대와 미망의 장막에 가려 도저히 예감할 수 없는 다가올 시대에 대한 안타까움에 몸을 떨었던 평범했던 나침반들. 우린 그 별들을 또 나침반삼아 길을 걸어갈 것이다.
자세한 정보는 이응노의집 홈페이지(leeungno.hongsong.go.kr).와 전화(041-630-9220)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序 도불 60주년, 이응노 박인경 展의 의미
이 전시는 이응노•박인경 도불 60주년을 맞이하여, 전통회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발견함으로써 한국미술을 새로운 표현으로 국제화한 위업을 이룬 두 사람의 예술적 반려의 궤적을 그리고자 한다.
그것은 명실상부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말을 적절하게 한다. 해강 김규진의 문하에 든 어느날 늦은 밤길 휘몰아대는 바람이 가르쳐준 죽비, <풍죽風竹>. 있는 그대로의 사물. 있어야할 모습으로서의 사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릴 것! 리얼리스트 이응노의 탄생이었다.
눈앞의 현실을 보아도 볼 수 없던 청맹靑盲의 시대도, 말류 신사조의 근원모를 국제적 양식에의 유혹도 그의 길이 될 수 없었던 이유다. 이는 그의 눈길, 그의 방향타가 ‘현대’로의 길이 아니라, ‘근원’에로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근원을 묻는다는 것, 서書, 쓴다는 것.
“필筆은 신체의 확장이요 먹墨은 영혼 속을 흐르는 피”와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리라. 대저 사물이 시선에 걸려든 저 밖의 무엇이 아니라 이미 내 마음에 들어와 있는 사태이기에 그림은 저 사물을 묻고, 묻는 나를 묻고, 실재the Real를 묻는 일일 수 밖에 없었다.
1958년의 파리행 비행기. 그들의 자임한 추방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응노 박인경의 1958년은 ‘한국미술을 사랑하기’의 역설적 숙명을 따라갔던 그 길이었다. 그것은 불가능한 죄. 차라리 먹墨빛의 인애仁愛, 속절없는 사랑.
그러나 또 한번의 역설앞에 우리는 있다. 연약하고 부드럽고 볼 순 없지만 항상 움직이는 무한한 대기가 모든 것을 품고 있다는 자연철학의 조형가들. 우리는 이곳에서 ‘흰 그늘’과 ‘검은 여백’을 본다. 우리의 미래, 과거의 우편배달부에 의해 전해 질 미래의 편지들을 만난다.
미궁의 바닥… 사랑할수록 검어지고 어두워지는 먹빛의 사랑, 현玄하고 현玄하다는 것. 그곳에서 한국미술의 빛을 본다.
묵중묵중우묵중, 진리진리경진출(黙重黙重又黙重 眞理眞理更眞出)...
먹은 무겁고 무겁고 또 무겁다. 진리여 진리여 참된 것은 언제라도 다시 나타날지니...
박응주(미술비평가)
1904년 충남 홍성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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