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스바르보바: Swimming Pool
2019.05.31 ▶ 2019.06.30
2019.05.31 ▶ 2019.06.30
전시 포스터
마리아 스바르보바(Maria Svarbova)
Twins 2 2016 SWIMMING POOL 2016 © Mária Švarbová, Image Courtesy of Art-angle
마리아 스바르보바(Maria Svarbova)
Untitled-1, 2018 SWIMMING POOL 2018 © Mária Švarbová, Image Courtesy of Art-angle
마리아 스바르보바(Maria Svarbova)
Mosaic, 2016 SWIMM 2016 © Mária Švarbová, Image Courtesy of Art-angle
마리아 스바르보바(Maria Svarbova)
Hide, 2016 Pool without water 2016 © Mária Švarbová, Image Courtesy of Art-angle
마리아 스바르보바(Maria Svarbova)
Underwater, 2017 Snow Pool 2017 © Mária Švarbová, Image Courtesy of Art-angle
마리아 스바르보바(Maria Svarbova)
Trio 8, 2017 Origins 2017 © Mária Švarbova, Image Courtesy of Art-angle
반듯한 선으로 이루어진 공간, 투명한 물, 커다란 창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빛, 컬러풀한 수영복을 입은 모델들 그리고 화면의 모든 요소를 부드럽게 감싸는 파스텔톤의 색채. 이곳은 2018 핫셀블라드 마스터 아트부분 1위 수상자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수영장이다. 마치 작품을 위해 창조된 공간인 듯 완벽한 구성과 황금비율의 대칭 구조 그리고 존재의 당위성을 지닌 듯한 오브제들의 배치로 구성된 화면에 작가는 우리를 초대한다.
2014년에 시작하여 현재 진행형 프로젝트인 'Swimming Pool'시리즈 제작을 위해 작가는 슬로바키아 곳곳을 돌며 1930년대에 만들어진 13개의 수영장을 찾아 자신의 공간으로 삼았다. 당시 사회주의를 배경으로 집단 생활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수영은 건강을 추구하고, 집단 노동 가운데 개인의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는 대중들의 여가 생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직된 사회적 분위기가 녹아 든 슬로바키아의 수영장은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이고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시간을 끊임없이 확인하게 만드는 시계, 무균 처리된 듯한 화이트 타일 그리고 '다이빙 금지'(Zakaz skakat), '다이어트 금지(Forbidden diet)', '튜브 금지(No inflatable toys)' 등 행동의 제약을 가하는 타이포그라피는 현대문화의 산물로 여겨지던 수영장에서도 조차 집단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음을 응시하는 작가의 시점을 보여주는 표상들이다.
경고문를 시각화하듯 화면 속의 모델들은 수영장의 곧은 선을 따라 규칙적으로 서 있는가 하면 매뉴얼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소가 의심될 정도로 고정적인 움직임과 건강하고 아름다운 비율들의 인물은 마치 그리스 시대 석고조각처럼 느껴진다. 그룹으로 모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의상과 포즈 그리고 전혀 감정 교류가 없어 보이는 표정 없는 얼굴은 마치 매스게임을 연상시키듯 기계적인 체조 활동과 닮아있다. 이는 그녀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사회주의 공산국, 체코슬로바키아에 대한 기억의 잔재들이다. 5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스파르타키아다(Spartakiada)'라 불리는 국가적 규모의 스포츠 행사에서는 체조, 수영 등 다양한 스포츠를 행하였는데 특히나 우아한 움직임을 강조하는 체조는 인기가 많은 종목이었다. 동작의 정확성과 어려운 포즈는 타이트한 유니폼으로 인해 더욱 극대화되어 보여졌는데 유연한 우아함에 내제되어 있는 강박적인 완벽성의 아이러니함은 작품에 깔려있는 지배적인 분위기이다.
이는 모델들의 의상에도 특징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작가는 당시의 감성을 재현할 수 있는 빈티지 의상을 찾기 위해 의상 디자이너 팀과 협업하여 앤틱 마켓에서 신중하게 골랐다. 컬러풀한 수영복과 수영모는 흰 피부와 대비되며 인체의 곡선을 두드러지게 한다. 직선의 공간 안에 곡선을 대변하는 모델의 존재는 자칫 기능을 상실한 과거 건축물에 그칠 수 있는 장소를 생명력 있는 현재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게다가 푸릇한 식물과 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은 화면에 응축된 시간을 부여한다. "인물이 없는 공간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고 언급한 작가의 말처럼 이미지 속 인물들은 화면을 구성하는 오브제로서 사람과 공간의 관계에서 균형을 이루고자 한 그의 의도를 반영하는 중요 요소라 할 수 있다. 스위밍풀 시리즈의 하부 주제(sub-series)로서 집단 체조를 연상시키는 'Origins', 최대 24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트라호브 스태디움(Strahove stadium)의 관중석을 배경으로 촬영한 'The Tribune'을 제작할 만큼 작가에게 사람은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이렇듯 완벽하게 세팅된 공간과 조각같은 사람들로 구성된 완전한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건조하고 차가운 느낌이 아니라 첫눈에 '예쁘다'는 감탄사를 외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그녀가 렌즈를 통해 만들어 낸 색 때문일것이다. 전체적으로 파스텔톤의 밝은 색채, 자연채광이 내려앉은 푸른 물 그리고 오브제들에 입혀진 원색의 강렬한 대비는 미니멀하면서도 초현실적 분위기가 감도는 동시대적인 이미지로 구현된다. 여기에 오래된 건물만이 줄 수 있는 레트로 감성이 더해져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아름다운 장면(scene)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아름다움에 매료된 우리를 작가는 적극적으로 화면 안으로 이끈다. "비어 있는 공간에 사람들 개개인의 의미 있는 감정이 가득 채워졌으면 좋겠다."는 언급처럼 작가는 우리를 그저 수동적인 관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piece)으로서 초대에 응해주길 바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지 앞에 서서 충만한 감정과 깊은 응시로 푸른 물의 정적을 깨뜨릴 준비가 되었는가.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여는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첫 개인전으로 5월 31일부터 6월 30일까지 롯데갤러리 잠실점에서 선보인 뒤, 약 20여점의 작품이 추가되어 8월 2일부터 8월 25일까지 롯데갤러리 인천터미널 점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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