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명: 보월步月, 통일統一을 걷다
2019.06.07 ▶ 2019.06.30
초대일시ㅣ 2019년 06월 07일 금요일 03:00pm
2019.06.07 ▶ 2019.06.30
초대일시ㅣ 2019년 06월 07일 금요일 03:00pm
전시 포스터
최규명
산홍산(山虹山) 700x100cm, 광목에 아크릴, 1980년대 중반 제작
최규명
千里之行 始於足下 천리지행 시어족하 45x70cm
최규명
복록수우천福祿受于天 6x6x4.3cm
최규명
작품
최규명
보월步月 119x122cm, 지본수묵, 1980년대 중반 제작.
최규명
고려(高麗) 188x243cm, 캔버스에 아크릴, 1990년대 중반 제작
최규명
산山 63x125cm, 지본수묵, 1990년대 중반 제작
최규명
협(協) 63x125cm, 지본수묵, 1990년대 중반 제작
최규명
복 123 x34cm, 지본수묵, 1990년대 중반 제작
우석又石 최규명崔圭明탄생 100주년 서예(書藝)·전각(篆刻)특별전
보월步月, 통일統一을 걷다
우석재단은 우석(又石) 최규명(崔圭明, 1919~1999) 탄생 100주년 서예·전각 특별전으로 <보월步月, 통일統一을 걷다> 를 2019. 6. 7부터 6. 30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최한다.
전시작품은 ▲<일자서一字書> <대자서大字書> <파체서破體書> 등의 실험적(實驗的)이고도 전위적(前衛的)인 서(書)와 필묵추상(筆墨抽象) ▲전통 행초서·전예작품 ▲서예(書藝)·전각(篆刻) 합체 작품까지 총 120여 점을 망라하고 있다.
예술의 전당 서예 박물관의 이동국 수석 큐레이터는 “한마디로 우석은 문자구조/게슈탈트의 창조적 파괴자이다. 조형[이미지]과 내용[텍스트] 양면에서 작가가 실존하고 있는 시대 사회의 아픔으로서 ‘통일’ 문제를 평생에 걸쳐 역사전통으로 무고(撫古)하고 염(念)하면서도 전통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전위적(前衛的)인 필획(筆劃)과 문자구조(文字構造)/게슈탈트에 분단의 고통과 통일(統一)의 열망이라는 우리 민족, 우리 사회의 실존문제를 정면으로 녹여내고 있다. 이 점에서 우석의 예술은 전통서예와도 일본 전위서도와도 서구의 순수추상미술과도 차별적이다.”라고 말한다.
우석 최규명의 아들이자 우석 재단 이사장 최호준(전 경기대 총장)과 근원 김양동(계명대 석좌교수, 서예 전각가), 이종목(이화여대 동양화과 교수), 이동국(서예 박물관 수석큐레이터) 등의 참여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우석 서(書)와 각(刻)의 전모를 시대정신(時代精神)의 표출이라는 관점에서 ‘통일(統一)’을 키워드로 [I부] 보월步月, 백두한라 白頭漢拏 [II부]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천리지행시이족하 千里之行始以足下 [III부] 파라다이스, 녹명 鹿鳴 [IV부] 나를 이기다, 극기 克己 등 총 4부로 펼쳐 보인다.
주요 전시 작품은 <산홍산(山虹山)>, <백두한라(白頭漢拏)>, <금강산(金剛山)>, <고려(高麗)>, <산山>, <반핵(反核)>, <주체 (主體)>, <포일(抱一)>, <인내천人乃天 천내심天乃心>, <자강불식(自彊不息)>, <협(協)>, <월보(月步)> 등 우리 민족의 시대적 과제이자 작가 자신의 실존 문제인 ‘통일(統一)'을 우석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전위적(前衛 的)이고도 전복적(顚覆的)인 서(書), 각(刻), 필묵(筆墨) 언어로 형상화(形象化) 했는지를 보여준다.
우석의 작품세계에 대해 근원 김양동은 “어떤 계보에도 걸림없이 무수한 내공으로 육화(肉化)된 충동적 본능의 덩어리를, 무의식의 세계를, 자생적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려 백두에서 한라까지를 붓 한자루의 조형성으로 표현한, 한국 서단에서 그 누구도 걸어가보지 못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열어놓았다” 평하고 있다.
우석은 1919년 독립동이로서 개성이 고향으로 '일제강점기', '광복', '6.25전쟁', '남북분단'의 역사실존을 온 몸으로 겪어 온 세대이다. 남북이 분단되고 식민지 서구화로 역사전통이 여지없이 버려지는 시대사회에서 개성상인이자 20세기 한국서단의 아웃사이더로서 고독한 필묵투사이자 독보(獨步) 독선(獨善)의 통일작가가 우석이다. 우석은 이런 시대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정면으로 받아들여 홀로 한밤에 깨어 간절(懇切)하게 전복(顚覆)된 필묵(筆墨)언어로, 온 몸과 마음으로 우리민족의 절대명제(絶對命題)인 ‘통일(統一)’을 토로해 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미래 서(書)의 길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우석 100년의 작품세계를 만나보게 되기를 바란다.
[I부] 보월步月,백두한라白頭漢拏
여기에서는 우리민족의 시대적 과제이자 작가 자신의 실존 문제인 ‘통일(統一)'을 우석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전위적(前衛 的)이고도 전복적(顚覆的)인 서(書), 각(刻), 필묵(筆墨) 언어로 형상화(形象化) 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1919년 독립동이로 서 개성이 고향인 작가는 '일제강점기', '광복', '6.25전쟁', '남북분단'의 역사실존을 온 몸으로 겪어 오면서 이산(離散)과 분단 (分斷)의 아픔/고통/슬픔/비애를 어느 누구보다도 처절하게 겪었다. 작가는 이런 시대사회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정면으로 받아들여 필묵(筆墨)으로, 온몸으로, 홀로 한밤에 깨어 간절(懇切)하게, 절실(切實)하게, 사무치게 토로하고 있다.
<산홍산(山虹山)>, <백두한라(白頭漢拏)>, <금강산(金剛山)>, <고려(高麗)>, <박애(博愛)>, <산山>, <반핵(反核)> , <주체 (主體)>, <포일(抱一)>, <인내천人乃天 천내심天乃心>, <자강불식(自彊不息)>, <협(協)>, <월보(月步)> 등이 주요 작품이 된 다.
[II부]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천리지행시이족하 千里之行始以足下
여기에서는 아무리 원대하고 중차대한 통일 대장정이라도 ‘한 발 한 발’ ‘차근 차근’ ‘스텝 바이 스텝’으로 달성될 수 있음을 작가가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개성상인’으로서 사업이나 예술, 심지어 통일문제 해결까지 일이관지(一以貫之) 하는 몸에 밴 생활철학이기도 하다.
여기에서는 특히 ‘묵광(墨狂)’, ‘석치(石痴)’로 한평생 살아 온 작가의 전각(篆刻)과 서예(書藝) 세계가 어떻게 같고도 다르게 한 화면(畵面)에서 조화(調和)롭게 만나고 있는가를 보여 준다.
주요 전시 작품은 <실사구시(實事求是)>, <장생안락(長生安樂)>, <무(無)>, <몽(夢)>, <측은지심 사양지심(惻隱之心 辭讓 之心)>, <파사현정(破邪顯正)>,<천리지행시위족하(千里至行始爲足下)>등이다.
[III부] ‘파라다이스 鹿鳴’
여기에서는 작가의 마음에 각인(刻印)된 남북통일(南北統一) 이후의 이상적인 우리나라 모습을 ‘사슴이 우는 파라다이스' 로 상정하고 이제는 필묵(筆墨)으로 ‘쓴’ 것이 아니라 돌에다 ‘새긴’ 것이다. ‘부귀(富貴)’와 ‘장락(長樂)’은 양의 동서(東西)와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인간이면 누구나 희구하는 복지(福祉) 세상이다. 하지만 작가는 통일 후 전개될 이러한 파라디이스를 미래가 아니라 신화(神話)시대와 고대 문명 사회로부터 호출해 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작품은 <락(樂)>, <녹명(鹿鳴)>, <영수가복永壽嘉福>, <복록수우천福祿受于天>, <장락(長樂)>, <청 산백운인(靑山白雲人)>, <직재기중(直在其中)> 등이다.
[IV부] 나를 이기다, 극기 克己
여기에서는 예술가로서, 사업가로서, 말만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평생 염(念)하고 지키고 실천(實踐)해 온 덕목들을 보여 주고 있다. 이것은 통일(統一)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인간(人間)이라면 당연히 실천해야 할 것들이다. 눈 앞의 국토통일, 경제통 일, 정치통일만이 아니라 문화통일, 정신통일이 될 때 남북(南北)이 진정한 완전체(完全體)가 된다.
주요작품은 <극기(克己)>, <죽림(竹林)>, <대오(大悟)>, <독선(獨善)>, <근무가보(勤無價寶)>, < 안분(安分)>이다.
이번 전시를 주최한 우석재단 최호준 이사장은 이제 시대가 시대인 만큼 “어떤 정치적 동기나 야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자주(自主) 독립(獨立)된 국가와 민주화(民主化)된 사회에서 소시민(小市民)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을 앎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 (實踐)하는 것이 최소한의 책무(責務)라고 생각하고 행동(行動)했던 순수성(純粹性)이나 용기(勇氣)는 높이 평가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 있는 그대로 우석의 예술 세계가 평가되기를 바라고 있다.
요컨대 우석 서(書)는 진정 독립되고 민주화된 국가의 소시민의 소양실천의 결정이기에 지금에 와서 이제는 달밤이 아니라 대낮에 우리 시대 서(書)의 미래로서, 통일(統一)의 열망실천으로서 다함께 노래 부를 수 있는 것이다.
20세기 한국서단의 아웃사이더
- 독보(獨步)독선(獨善)의통일작가
20세기 한국의 근현대는 식민지(植民地), 서구화(西歐化)로 요약된다. 전통이라는 입장에서 암흑기다. 우리 전통과 역사는 내버려지고 파괴되어 정체성이 상실되었다. 특히 전통 예술의 핵심인 서화(書畵)와 필묵이라는 입장에서 보더라도 식민지 서구화 과정에서 서(書)는 서(書)대로 화(畵)는 화(畵)대로 분리되었다. 이런 가운데 한국서예 근현대 100년의 역사는 한마디로 공모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입상(入賞)목적의 공모전 글씨가 서예의 전부이다시피 하고 작가가 실존하고 살아가는 사회의 현실 문제와는 완전히 괴리(乖離)된 글씨만이 양산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석은 공모전 출신의 그 흔한 작가가 아니다. 우석의 작가적 성격을 붙이자면 전통시대 문인(文人)의 연장으로서 여기(餘技)내지는 취미(趣味) 수준의 재야작가 정도로 생각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시대 프로작가들이 가지 않은 독보적인 길을 간 프로로서의 작품 창작 궤적이나 성격으로 볼 때 여기에는 더더욱 해당되지 않는다.
우석의 작가적 성격은 전통시대 반골(反骨), 은일(隱逸)의 문인/선비의 현대적 환생이다. 요컨대 영락없는 ‘개성상인’을 넘어 통일 문제를 평생 화두로 풀어 낸 전무후무한 예술가로 자리매김 된다.
‘통일(統一)’은 우리민족의 절대명제(絶對命題)다.
우석의 서(書)는 이 시대 우리 민족의 최대 과제인 ‘통일(統一)’ 문제를 직접 평생 필묵(筆墨)으로 정면대결 하면서 풀어내 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에 대해 우석은 1992년 동경 전시 때 KBS 이일화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일자대자서로 쓴 ‘주 (主)’를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갑골문자(甲骨文字)의 ‘주(主)’문자를 소재로 해서 (작품을 하였다), 우리민족의 주체성(主體性), 주체(主體)가 우리민족의 생명(生命)이요, 우리 민족 통일(統一)을 절대명제(絶對命題)로 생각하고(작품을 하였다)”
이렇게 민족통일을 절대명제로 하고 있듯이 우석은 통일(統一)을 화두로 '일제강점기', '광복', '6.25전쟁', '남북분단'의 역사와 실존을 온몸으로 겪어 오면서 이산(離散)과 분단(分斷)의 아픔/고통/슬픔/비애를 온 몸으로, 독선(獨善)으로 필묵(筆墨) 토로하고있다.
통일(統一)을 향한 고독한 필묵투사(筆墨鬪士),
그리고 전조선 정당 사회단체 연석회의 동행과 <고미술시보> 창간과 개성상인
우리시대 주류 서단의 여타 작가들과 차별적인 우석 서(書)의 행보는 일차적으로 다양한 사회참여다. 특히 해방 공간에 우파인 김구와 함께 중도 김규식, 좌파 김일성/김두봉과의 평양회담 참석이나 <고미술시보> 창간, 진보적인 교육사업과 노동운동 지원은 우석의 예술정신과 철학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지를 적확하게 알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우석의 필묵은 궁극적으로는 예컨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동시대 김구 주석이나 이승만 대통령과 같은 사회/정치 참여 인물들의 서(書) 언어와 같고도 다르다. 김구, 이승만의 경우 ‘통일’, ‘민족’ ,‘정신’, ‘문화’를 키워드로 무수한 작품을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으나 우석의 경우 이런 서작(書作)에 안주하지 않고, 전통/고전을 토대로 서언어(書言語) 자체를 필획(筆劃)에서 부터 문자구조(文字構造)/게슈탈트까지 현대적으로전복, 해방시켜 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차별적이다. 더욱더 서단 주류의 필묵 행보와는 죽어도 보조를 맞출 수도 없는, 전혀 다른 ‘독선(獨善)’의 걸음걸이, 즉 독보(獨步)다. 그래서 우석은 외로운 투사다. 요컨대 우석 서(書)는 진정 독립되고 민주화된 국가의 소시민의 소양실천의 결정이기에 지금에 와서 이제는 달밤이 아니라 대낮에 우리 시대 서(書)의 미래로서, 통일(統一)의 열망 실천으로서 다함께 노래부를 수 있는 것이다.
전통의 전복(顚覆)으로서 실험(實驗)과 전위(前衛) - ‘대자서(大字書)’ ‘일자서(一字書)
그런데 우석은 이런 ‘통일(統一)’이라는 실존문제를 조형과 내용, 즉 이미지와 텍스트 양측면에서 일자서, 대자서와 같은 전위서/설험서로 풀어내고 있다. 그것도 철저히 전통 서(書)와 고전 텍스트의 체득과 창조적(創造的) 파괴(破壞)이자 전복(顚 覆)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이 점에서 우석 서(書)는 기존의 제도권 서(書)와는 완전히 차별적이다. 예컨대 우석의 ‘일자서’, ‘대자서’ 텍스트는 한 자(字)내지는 두 서 너 자(字)에 불과하다. 하지만 모두 노장(老莊)과 논어(論語), 맹자(孟子)는 물론 불경과 성경을 토대로 작가가 살아가는 현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반추해 내면서 추출해 낸 촌철살인(寸鐵殺人)과 같은 언어다.
그러면서도 이것을 텍스트, 즉 내용을 넘어 다시 이미지, 즉 조형적으로 재해석해 내고, 심지어는 전복(顚覆)해 내고 있다. 예컨대 한 자 두 자는 물론 서너 자의 텍스트 마저도 우석의 필묵을 거치면 영락없이 기존과 다른 일자서 대자서 하나의 글자구조와 필획은 물론 전혀 다른 서체로 재탄생 된다. 특히 고문자학과 전각(篆刻) 언어에서 배태된 갑골문과 종정문과 같은 고대문자 상형문자(象形文字)의 필획(筆劃)과 구조(構造)를 행초(行草)로 전환시켜 낸다. 동시에 필획/필묵의 태세(太細), 곡직(曲 直), 질삽(疾澁: 매끄러운 획과 까칠한 획) 관계는 물론 장법(章法)에 가서 글자의 대소(大小)와 상하(上下) 위치, 더 나아가서 는 주종(主從) 관계까지 뒤집어 버린다.
문자구조[게슈탈트]의 창조적(創造的) 파괴자(破壞者)
<고려(高麗)>의 경우 아크릴과 브러시로 서예 일탈(逸脫)을 감행하고 있다. 하지만 필묵과 전각이 육화된 우석에게는 아크릴과 브러시 마저도 일상이다. 우석의 고려(高麗)는 ‘려(麗)’의 시원/원형으로서 갑골문, 종정문과 같은 상형문자에서 사슴[록 (鹿)] 원형을 불러내어 ‘고(高)’자의 다리와 사슴의 다리를 한 획(劃)으로 묶어서 연결시켜 버린다. 그리고 고딕계통의 영어 알파벳으로 'KOREA'라고 작품의 하단부에 활자화 시켜 내고 있다. 이 경우는 필묵작업 <고려(高麗)2, 3>도 마찬가지 경우이다. 고려(高麗)를 행초 일자(一字)로 리드미컬하게 달려 내거나, 상형문자 일자(一字)로 구축(構築), 축조(築造)해 내면서 자유자재(自由自在)로 ‘고려(高麗)’를 요리하고 가지고 놀고 있다. 그야말로 ‘필묵유희(筆墨遊戱)’, ‘문자유희(文字遊戱)’ 그 자체다. 이미 우석의 ‘고려(高麗)’는 사슴이 뛰노는 파라다이스로서 통일한국, 통일조국, 한반도의 미래를 ‘쓰고’, ‘그리고’, ‘치고’ 있다. 그런데 우석의 이런 문자구조의 해체와 재구성, 전복 그리고 새로운 문자구조/게슈탈트 창출은 비단 이 작품 만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석의 일자서 대자서 모든 작품이 여기에 해당된다. 더이상 글씨를 잘 쓰고 못 쓰고를 넘어 선 지점에 있는 것이 우석의 서(書)다. 이런 맥락에서 우석 서(書)는 현대미술과 바로 직통된다.
<산고수장 山高水長>의 경우 초서(草書)의 ‘山’, ‘高’, ‘水’, ‘長’ 네 글자의 리드미컬한 필획(筆劃)이 구절양장(九折羊腸)의 금강산 만폭동 계곡물과 같이 유장하게 흘러 내리면서 얽히고 설켜 전혀 다른 하나의 새로운 글자조합/이미지를 창출해 낸다. 이런 경우는 <요산(樂山)>, <고려(高麗)>, <인내천(人乃天)>, <인내천 천내심(人乃天 天乃心)> 등 거의 모든 작품에 해당된다. 문자구조, 즉 각 글자를 해체(解體)하고 재결합(再結合)해 낸 결정(結晶)이다.
한마디로 우석은 문자구조/게슈탈트의 창조적 파괴자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석이야 말로 조형[이미지]과 내용[텍스트] 양면에서 작가가 실존하고 있는 시대 사회의 아픔으로서 ‘통일’ 문제를 평생에 걸쳐 역사전통으로 무고(撫古)하면서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우석 서(書)의 현대성/전위성을 보는 시각
- 필획(筆劃)의 굴신지의(屈伸之意)와 추상표현주의
요컨대 우석 서(書)는 이렇게 서단의 보수성과 필묵 언어/서 언어의 무시 분위기에서 지금까지 개관인체 폐관으로 우리의 뒷전에 밀려 있었고 지금 다시 우리 앞에 섰다.
우석의 전위/실험 작품은 지금까지 본대로 조형[이미지]과 내용[텍스트]의 양 측면에서 하나로 통하는 깊은 역사전통의 체득을 토대/전제로 하고 있다.
전통적인 입장/시각에서 우석 서(書)의 실험성, 전위성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여전히 문제가 된다. 더 구체적으로는 지금까지 본대로 우석의 서(書) 각(刻)에 있어 일자서 대자서의 구조혁명과 동시에 특히 두드러지는 질삽(疾澁: 매끄러운 획과 까칠한 획)의 미학(美學)문제다.
사실 따지고 보면 동아시아 서(書)에 있어 필획(筆劃) 자체가 선(線, line]이 아니라 입체(立體, stroke)로서 이미 추상(抽象) 언어이다. 한마디로 ‘괴(怪)’다. 그야말로 심수상응(心手相應)이고 서구 현대미술의 추상표현주의(抽象表現主義) 언어로 말 하면 작가의 무의식(無意識) 세계까지 문제 삼는 오토마티즘과도 맥락이 닿아있다. ‘괴(怪)’의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우석의 서 (書)를 본다면 앞서 본 일자서 대자서 구조/게슈탈트 자체의 혁명적 변화에 방점이 찍힌다.
괴(怪)와 추(醜), 그리고 필묵유희
서구에서 고대(古代)와 현대(現代)의 타협할 수 없는 상이성(相異性)은 기존의 고전적인 미(美)의 개념과 달리 추(醜)가 미(美)의 마당에 등장 하였다는 사실이다. ‘아름다움’만이 미(美)가 되는 것이 아니라 ‘추(醜)함’ 마저도 아름다움이 되는 것이 현대 미학이다.
이것은 바로 서구미술에서의 큐비즘이나 추상표현주의(抽象表現主義)의 조형미학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런 우석의 전위/ 실험 필획과 구조에 분단의 고통과 통일(統一)의 열망이라는 우리 민족, 우리 사회의 실존문제가 정면으로 녹아나 있다는 점에서 순수추상과도 차별적이다.
우석 서(書)의 가치와 의의
이점에서 우석 예술은 우리시대 서예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전통, 더 정확히는 전통을 빙자한 수구에 매몰된 공모전 서예와는 완전히 차별적이다. 이미 35년 전, 당시 주류 한국 서단의 거장 중 한 사람인 여초(如初) 김응현(金膺顯)은 이런 우석의 서(書)를 <又石 崔圭明 書法 展覽會(1986.3.16~20 / 세종문화회관)>를 계기로 목도하고 진부(陳腐)와 완고(頑固)의 현대 한국 서(書)를 혁파(革罷)하는 미래가 됨을 내다보고 있었다.
“일반대중이 즐기는 속체(俗體)에서 볼 수 있는 천연(天然)의 묘(妙)와 진솔(眞率)의 미(美)를 우석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어, 통쾌(痛快)를 맛보고 한국 서예가 진부(陳腐)에서 그 완고(頑固)를 벗을 조짐을 볼 수도 있다”
재삼 이야기 하고 있지만 예술가에게 있어 당대 사회 현실의 직시가 형상성 이전의 문제임을 우석에게 다시금 확인한다. 특히 우석이라는 작가에게는 골수에 박힌 개성상인으로서 ‘평소 자본주의(資本主義)의 심각한 모순에 큰 회의를 느끼고 인간평등(人間平等)이라는 사회민주주의(社會民主主義) 이념’의 실천을 일생에 걸쳐 ‘통일필묵’으로 성취해냈다는 지점에서 우석이라는 인간과 삶, 그리고 예술이 일체가 되면서 진정한 위대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시대 예술의 과제
예술은 시대와 사회의 아픔을 여하히 형상화 해내는가가 궁극적인 과제이고 존재 이유다.
우석의 한 평생 과제는 지금 더 절실히 우리 작가들의 과제로 남아 우리 앞에 제시되어 있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한 밤이 아니라 대낮에 우리 모두가 필묵으로 불러야 할 노래가 된 것이 ‘통일(統一)’이다. 그것이야 말로 우리 민족의 완전한 정치적, 문화적 독립(獨立) 지점이기도 하다.
요컨대 식민지, 서구화, 분단이라는 엄혹한 100년 암흑기(暗黑期)에 우석의 통일(統一)을 향한 필묵(筆墨) 행보는 서구 미술 광풍(狂風)의 저항이자, 20세기 우리의 새로운 서화미술(書畵美術) 전통을 만들어 낸 고독한 여정이다. 동시에 그 광풍을 우리의 전통(傳統)과 역사(歷史)로 녹여내면서 남북(南北)의 문화적 동질성(同質性), 정체성(正體性)을 서(書)로 회복해 내는 쾌거다.
문화의 완성이 독립의 완성이고 통일의 완성이라면 여기서 문화의 핵은 당연히 예술이다. 그리고 적어도 한국에서 예술의 핵이자 정체성은 역사전통과 미래예술의 토대이자 동아시아 예술의 공통분모인 서(書)를 빼놓고는 말 할 수가 없다. 통일(統 一)을 향한 우석의 백년 보월(步月)이 독보(獨步), 독선(獨善)이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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