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림: 멀리에서 : From a distance
2019.07.10 ▶ 2019.08.25
2019.07.10 ▶ 2019.08.25
채림
멀리에서 From a Distance 2019, 목판에 옻칠, 삼베 Ottchil (Korean lacquer), hemp cloth on wood, 122 x 16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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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에서 From a Distance 2019, 목판에 옻칠, 삼베 Ottchil(Korean lacquer), hemp cloth on wood, 20 x 2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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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에서 From a Distance 2019, 목판에 옻칠, 삼베 Ottchil(Korean lacquer), hemp cloth on wood, 20 x 2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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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에서 From a Distance 2019, 목판에 옻칠, 삼베 Ottchil(Korean lacquer), hemp cloth on wood, 20 x 2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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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Echo of Echoes 2019, 목판에 옻칠, 삼베, 진주, 황동 Ottchil (Korean lacquer), hemp cloth, pearl, brass on wood, 48 x 4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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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 하늘 Sky in the Orchard 2018, 자개, 진주, 황동 Mother-of-pearl, pearl, brass, 48(d) x 1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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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꽃 Little Flower 2018, 목판에 옻칠, 삼베, 자개, 진주, 22K 금도금 실버 Ottchil (Korean lacquer), hemp cloth, mother-of-pearl, pearl, 22K gold plated silver on wood, 20 x 2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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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색, 나무의 색 Colors of the Wind, Colors of the Tree 2018, 목판에 옻칠, 삼베, 자개, 황동 Ottchil (Korean lacquer), hemp cloth, mother-of-pearl, brass on wood, 162 x 12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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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그리고 비밀정원 Sky and Secret Garden 2018, 목판에 옻칠, 삼베, 진주, 22K 금도금 실버 Ottchil (Korean lacquer), hemp cloth, pearl, 22K gold plated silver on wood, 58 x 5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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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후에 After the Rain 2019, 자개, 진주, 황동 Mother-of-pearl, pearl, brass, 가변크기 Dimensions variable
자연을 노래하는 서정시
김복기 (『아트인컬처』 대표, 경기대 교수)
1.
컨템포러리 아트는 ‘탈(脫)장르’ 시대를 맞고 있다. 더 이상 ‘형식’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장르 고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시각 예술의 모든 형식, 이를테면 소재 재료 물질 형태 색채 구성 등의 정통적인 조형 요소를 전복시키는 작품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장르와 장르의 과감한 이종교배를 통해 작품 형식의 문제를 교란시키는 움직임도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순종’의 우물에서 벗어나 ‘혼종'의 바다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채림의 작품도 컨템포러리 아트의 문맥에서 보면, ‘혼성(Hybrid)의 예술’이라 부를 수 있다. 채림은 원래 보석디자이너로 출발했다. 그럼에도 작품의 재료와 기법을 확장하고 표현 형식을 개방하는 꾸준한 천착을 거듭해, 마침내 독자의 작품 세계를 이룩해냈다. 그 조형의 요체는 옻칠로 ‘경작한’ 지지체에다 보석 공예의 입체 조형을 융합하는 일이다. 외국의 어느 평론가가 채림의 작품을 두고 ‘보석 회화(Jewelry Painting)’라는 조어(造語)를 구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
채림은 전통 옻칠로 작품의 지지체를 일궈낸다. 나전칠기 같은 전통 공예의 조형미에 착목한 것이다. 옻칠은 나무에 수십 번의 지난한 수공적 반복 과정을 거쳐 색채와 광택을 건져 올린다. 옻칠의 농도와 채도에 따라 화면은 천변만화의 표정을 드러낸다. 액체가 번져 흐르듯 유동적인 구성, 바람이 불듯이 속도감 넘치는 붓 터치, 청정한 수면처럼 매끈한 표면, 저 먼 기억 속의 풍경처럼 몽롱한 파스텔 톤, 안개가 낀 듯 경계가 모호한 스푸마토(Spumato)….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삼베를 화면에 끌어들여 마티에르 효과를 배가시킨다. 그 신비로운 뉘앙스는 원시 바다의 깊고 깊은 바닥 면이나 칠흑 같은 밤의 촉각, 아니면 이름 모를 행성의 표면을 떠올린다. 그 어느 것이나 자연(혹은 우주)의 감축모형을 연상시킨다. 사실 이 지지체만으로도 회화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해도 좋다.
채림은 이렇게 경작한 지지체의 밭에 보석공예를 심고 키운다. 호박 산호 비취 등의 전통 보석뿐 아니라 터키석 청금석 아콰마린 등의 천연보석이 세팅된 실버를 지지체와 조응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통 자개로 수놓은 작품이 매력 덩어리다. 자개는 은은하게 빛나는 조개껍데기의 표면 효과가 특징이다. 어린 시절 우리의 안방에 들어앉아 있던 자개농의 추억을 불러내 보라. 빛을 내려 받은 자개가 뿜어내는 신묘한 색채! 그것은 감상자의 시점 이동에 따라 다른 자태를 드러낸다. 또한 22K금도금 실버로 빚어낸 문양도 예사롭지 않다. 그 문양은 해 산 물 소나무 구름 불로초 사슴 거북 학 같은 십장생의 형태를 현대적으로 변주한 디자인으로 보인다. 보석 문양이 자연의 축소판 같은 채림의 화면에 들어앉으면 생명 탄생, 우주 질서의 표상처럼 빛나고 있는 것이다.
옻칠의 지지체와 보석의 만남. 이 만남은 실로 다양한 조합으로 전개된다. 꽃밭 위를 살포시 날아가는 나비로, 연못의 수면 위를 떠도는 꽃잎으로, 길가에 가지런히 널어선 풀숲으로, 녹음 속의 무성한 나뭇잎으로, 바람 부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의 무리로, 일출에 고요히 피어오르는 안개로, 저 멀리 산봉우리로 울려 퍼지는 메아리로, 밤하늘에 반짝이는 성운(星雲)으로….
채림은 감성이 흘러넘쳐나는 문학소녀처럼 한 편의 서정시를 써내려간다. 자연을 노래하는 서정시! 이 고요한 명상의 세계 앞에 서면, 우리는 저 깊은 내면으로 끝없이 또 끝없이 미끄러진다. 정신세계로의 깊은 투사는 결국 수수께끼 같은 우주와 우리 존재의 신비한 빛으로 이끌고, 마침내 찬란한 생명의 존귀함을 맛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3.
채림의 예술은 진화하고 있다. 보석공예를 입체로까지 발전시킨 작품도 발표하고 있다. 보석 공예의 체적(體積)과 색채에 대한 인식을 전도시켜 조각, 설치작품으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황동으로 용접한 최근작 〈과수원 하늘〉은 보석 공예의 장식성을 버리고 상큼한 ‘공간 드로잉’으로 치달은 작품이다. 이 지점에 이르면 채림의 작품에 더 이상 공예나 디자인이란 말을 적용할 필요도 없으리라. 이렇듯 보석디자인에서 출발한 채림이 도달한 세계는 실로 놀라운 파격의 성과를 얻고 있다.
채림의 예술은 여전히 가열한 조형적 과제를 안고 있다. 전통을 딛되 그 전통을 넘어 서고, 지금 여기 현대 속을 부딪치면서 그 전통을 현대로 이어가는 일이다. 그 과제에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서기 위해서는 작품이 ‘보석+회화’라는 물리적 결합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공예/회화라는 장르 문제뿐만 아니라 컨템포러리 아트를 둘러싼 실로 가치 있는 비평 담론들이 잠재해 있다. 전통/현대, 동도(東道)/서기(西器), 평면/입체, 일루전/오브제, 자연/문명, 과거/현재, 순수/실용…. 작가 채림이 바로 이 이항대립(Binary)의 축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그 전복 해체 탈구축 종합의 조형적 전개를 지켜보는 일이 마냥 흥미롭다.
1963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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