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조
가수1988. 8. 11_조용필_압구정동 사진, 1988
전민조
국무총리_1975. 12.19_최규하_서교동 사진, 1975
전민조
담배 경연_1988.11. 3_국회 사진, 1988
전민조
대통령과 경호원_1979.12, 21_중앙청 사진, 1979
전민조
소설가 이병주_1985. 6 사진, 1985
전민조
시인 서정주(시인)_1985. 8.30_사당동 사진, 1985
전민조
애연_이름모를 여인_1990. 11. 4_압구정동 카페 사진, 1990
전민조
애연_김종필_1979. 12. 25_청구동 사진, 1979
전민조
영화감독 임권택 사진, 1979
전민조
정치인_김대중1979.12. 29_상도동 사진, 1979
전민조
추기경 김수환(종교인)_1982. 9. 23_명동성당 사진, 1982
전민조
화가_천경자_1983.11. 6_압구정동 사진, 1983
담배를 손에 들고, 연기를 공중에 날리는 순간, 숱한 사연들이 연기 속으로 사라진다. 연기처럼 은근하지만 독한 인생살이에 담배는 때론 위로의 말을 건네는 친구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지금은 공공의 적이 되어 버렸지만 회색 하늘에 빗방울이 가늘게 떨어지는 날, 왠지 모르게 외로운 날, 좋은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날이면 담배 연기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담배를 쥐고 있는 사람의 손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는 표정은 참으로 다양하다. 어제의 승리자에서 패배자로 전락한 기업가가 연신 뻐끔 담배로 울분을 토하는 표정. 담배가 꼭 남성들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표정으로 거침없이 연기를 날리는 원로여성작가. 체포된 살인자가 인생을 마감하는 듯 후회와 절망으로 피우는 담배연기 등 사진가 전민조는 과연 우리들에게 담배란 무엇인가 묻고 있다. 그는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너무나 소란스러운 시대에 담배연기를 허공으로 날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하면서도 담배가 결코 현실을 극복하는 수단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구자춘(서울시장), 금수현(음악가), 김대중(대통령), 김말용(노동 운동가), 김상만(동아일보 회장), 김상현(정치인), 김수환(추기경), 김수현(드라마작가), 김성종(소설가), 김종필(정치인), 김준엽(학자), 김진선(강원도지사), 나웅배(정치인), 노신용 (외무부 장관), 박철순(야구선수), 박홍(서강대총장), 서유석 (가수), 서정주(시인), 신성일(배우), 신현확(총리), 양정모(기업인), 오태섭(연출가), 유진오(정치인), 이동원(정치인), 이맹희(기업가), 이미례(영화감독), 이범석(정치인), 임권택(영화감독), 장우성(화가), 조용필(가수), 천경자(화가), 최규하(대통령), 최형우(정치인) 등 작가가 사진기자 시절 인터뷰한 인사들 중 30여명의 담배 연기 속 사연들을 소개하며, 사진집 ‘담배 피우는 사연’ (20,000원) 출판 기념회도 연다. 서라벌 예대에서 사진을 전공한 전민조는 사진과 관련되지 않은 직업을 단 한번도 가져본 적 없는 사람이다. 그의 삶 자체가 바로 사진이었고, 그의 취미가 사진이며, 그가 평생 식지 않는 열정을 불태운 작업도 사진이다. 그런데도 그의 사진에는 그만의 스타일이란 것이 없다. 그는 ‘렌즈를 들이대지 못할 성역이란 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것이 그의 렌즈 안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수십 년 간 신문사 사진기자로 여러 사건현장과 인물 사진을 찍어온 그는 꼭 신문에 실릴 사진만 찍었던 게 아니다. 신문에 실리든 실리지 않든 그는 삶의 순간순간이 다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었기에, 신문에는 잘 실리지 않는 담배를 피우는 사진까지 찍은 것이었다.
- “나는 언론사 사진기자생활을 하면서 우연하게 노동운동가 김말용씨의 담배 때문에 겪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참으로 기구한 운명으로 생각했다. 그는“1950년대 중반 노동운동을 하면서 영등포일대의 기업인들의 미움을 받아 죽을 고비를 넘겼다. 새벽에 3명의 식칼을 든 괴한들의 습격을 받고 이들이 여의도 모래사장으로 나를 끌고 가서 구덩이를 파놓고 생매장을 당하기전이었다. 마지막으로 담배를 한 대 피고 죽자고 했다. 괴한들은 죽을 사람이 마지막 담배를 요구하니 차마 거절 못하고 들어 주었다. 담배연기를 두 모금 빠는 순간, 벼락같이 괴한들을 향해 폭탄 같은 박치기와 발길질로 걷어차고 탈출을 감행했다”고 했다. 그 후부터 나는 신문, 잡지의 온갖 세상 사람들의 인터뷰에 사진을 찍으면서 담배 피는 인물들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다. 실제 신문, 잡지의 사진 찍는 일은 인터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정작 담배 피는 사진을 찍어 와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잘 게재를 하지 않았다. 모든 현장은 기록될 가치가 있다. 나는 그 때 그 현장을 잊지 않기 위해, 기억하는 수단은 사진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
전민조의 사진은 아름다운 삶만 담는 반쪽짜리가 아니라 죽음도, 어두움도 다 보여준다. 그러므로 그의 사진을 볼 때에는 ‘예쁘다’ ‘보기 싫다’ ‘좋다’ ‘나쁘다’ ‘멋지다’ ‘시시하다’는 평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그때 그런 순간이 있었음을 우리는 떠올리게 될 뿐이다. 우리 삶이 그렇듯 그 사진은 특별히 아름다울 수도 있고 멋질 수도 있지만, 또한 기억하기 싫을 만큼 추하고 어리석은 인간성을 상기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에는 사라진 줄 알고 있었던 지나간 우리 삶의 한 순간이 태양 광선속에 붙잡혀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에 가장 많이 놀라게 될 것이다.
1944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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