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심훈사진전 누정樓亭, 선비의 풍류를 머금다
2019.08.28 ▶ 2019.11.24
2019.08.28 ▶ 2019.11.24
전시 포스터
김심훈
전남 나주 벽류정(全南 羅州 碧流亭) Gelatin Silver Print, 50.8X60.96cm, 2012
김심훈
전남 나주 쌍계정(全南 羅州 雙溪亭) Gelatin Silver Print, 50.8X60.96cm, 2012
김심훈
전남 담양 면앙정(全南 潭陽 俛仰亭) Gelatin Silver Print, 50.8X60.96cm, 2016
김심훈
전남 담양 문일정(全南 潭陽 聞一亭) Pigmet ink on fine art Print, 110X136cm, 2018
김심훈 작가는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곳곳을 다니면서 200여 곳의 누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누정은 누각樓閣과 정자亭子를 아우르는 용어이며 자연 경관이 좋고 사방이 터진 곳에 지어졌다. 보통 누각은 멀리 넓게 볼 수 있도록 이층 구조로 높게 지었으며 정자는 누마루가 있는 공간으로 단층으로 지어졌다. 누각은 공적 집단의 수양 공간으로, 정자는 개인 수양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듯 누정은 혼자 또는 여러 명이서 풍류를 즐기며 정신 수양의 장소로 활용되었던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누정의 기능과 역할을 감안할 때 누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정이 건립되는 위치이다. 한국의 누정이라는 건축물은 건축물로서 스스로 그 위엄을 드러내기 보다는 주위의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완성되는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김심훈 작가는 누정과 자연이 잘 어울려지고 누정의 아름다움과 본질을 드러낼 수 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누정과 주위 경관이 조화롭게 드러날 때를 포착하여 작업을 하였다. 이러한 작가의 노력과 의지가 작품 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작가는 2008년 수원의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을 찍은 것을 시작으로 한국의 누정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하였다. 작가는 한국 건축의 특징이 그대로 응축되어 있는 누정을 통해 한국의 건축미를 사진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였다. 이번 전시는 선비의 풍류, 자연과의 어울림, 누정 문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심훈 작가는 흑백의 간결한 누정사진을 통해 한국건축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누정과 함께 했던 선비의 풍류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선비의 풍류 The Elegance and Style of Confucian Scholars
한국의 누정에는 옛 선비들의 기품 있는 풍류가 스며져 있다. 선비들은 누정에서 자연을 벗 삼아 스스로를 수양하는 장소로 이용하였다. 선비들은 산수가 좋은 곳에 누정을 짓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시를 쓰고 휴식을 즐기고, 후배 양성을 위해 강학講學에 힘을 쏟았다. 때론 정치적 견해와 사회적 울분에 대해 논의하고 서로를 달래는 선비들의 교류와 문화적 공간의 장場이자 소통의 장場이었다. 김심훈 작가는 누정 안에 내재되어있는 올 곧은 선비의 삶과 정신을 흑백의 절제된 시선으로 드러내고 있다.
자연과의 어울림 Harmony with Nature
누정은 자연 속에서 자연을 벗 삶아 자연에 순응하고자 하는 자연합일自然合一이라는 전통적인 한국의 정서가 잘 나타난 건축 공간이다. 또한 누정의 가장 큰 목적은 건축물 자체의 쓰임보다는 누정 안에서 밖을 감상하기 위해 지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외관의 화려함 보다는 누정에서 바라보는 주위의 경관과 위치가 중요함으로 자연 경관을 해치거나 너무 도드라지지 않고 자연과 주위 경관과 자연스럽게 공존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김심훈 작가는 누정이 가지고 있는 공간의 특수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위해 누정을 찍을 때 자연과 누정의 조화로움을 작품 속에서 구현하고자 했다.
누정문학(樓亭文學) Nujeong Literature
누정은 선비들의 문화적, 정치적, 학문적 교류의 장이었다. 누정에 문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서로 시를 짓고 그 시에 대한 답시를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누정문학이 형성되었다. 누정문학은 누정의 건립 배경 및 의의, 누정 주위의 경관, 누정 생활의 멋 등을 주제로 하였다.
전남지역의 대표적인 누정문학 공간으로는 천혜의 경관인 영산강변을 중심으로 하는 나주, 증암천甑巖川을 중심으로 하는 담양이 있다. 전라남도 나주에서는 고려 시대에 건립한 만호정挽湖亭, 쌍계정雙溪亭에서 부터 조선시대 건립된 영모정永慕亭, 벽류정碧流亭, 장춘정藏春亭, 등 많은 누정을 중심으로 학문을 논하고 강학과 더불어 시문詩文을 창작하고 시단詩壇이 형성되었다. 전라남도 담양에서는 조선시대 대표적 문인들이 조성한 정철鄭澈의 송강정松江亭, 양산보梁山甫의 소쇄원瀟灑園, 송순宋純의 면앙정俛仰亭, 전신민全新民의 독수정獨守亭, 임억령林億齡의 식영정息影亭 등의 누정을 중심으로 가사문학이 활성화 되었다. 김심훈 작가는 흑백의 간결한 누정사진을 통해 한국건축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누정과 함께 했던 선비의 풍류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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