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금혜원
변칙 조립
김익현
나노미터 세계의 시간
곽이브
셀프 페인팅
김익현
단결정 실리콘 잉곳 2019, 잉크젯프린트, 139x105cm
이종건
어느 무대
김영글
왜냐하면 신이 말하길 2019, 리소 프린트, 가변설치
이종건
어느 무대
고재욱
인류박물관 2019, 단채널영상, 컬러, 사운드, 6분 30초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은 유서 깊은 건축인 남서울미술관에서 <모던 로즈>전시를 개최한다. 남서울미술관 건축물은 대한제국기에 세워진 옛 벨기에영사관으로, 건립 이후 백여 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흔하지 않은 근대 서양건축물이다. 파란만장했던 한국의 근현대를 겪으면서 세워지고, 해체되고, 다시 복원되며, 지금은 미술관이 된 이 건축물은 다양한 시간과 공간이 공존하는 이질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이로 인해 우리는 미술관 공간에 들어서면, 정지된 과거에 들어오는 듯한 향수를 느끼게 된다. 이와 같은 심미적 가치는 지금을 만들고 있는 다층적인 현재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모던 로즈> 전시는 건축물이 매개하고 있는 심리적 감성의 이면을 들추어 보면서,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현재가 담고 있는 다층적인 면모를 사유하고자 한다.
<모던 로즈>는 20세기 초 벨기에영사관에 있었던 장미에 대한 기사에서 연유한 제목이다. 일제강점기에 벨기에영사관이 매각되면서, 서양에서 온 이 장미들은 당시의 조선호텔 로즈 가든으로 옮겨져, 근대적 감성을 향유하는 상징이 되었었다. 오늘날 장미는 동양의 월계화가 유럽으로 전해져, 올드 장미와 만나서 만들어진 모던 로즈에서 시작되었다. 모던 로즈는 이후 다시 동양에 유입되면서 현재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꽃이 되었다. 본 전시는 잘 아는 꽃이지만 잘 몰랐던 장미 이야기처럼, 남서울미술관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근현대의 복합적인 시간과 만나는 지금의 이야기를 다시 소환한다.
<모던 로즈>는 7명의 작가들이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하거나 연출한 작품들로 만들어 진 각각의 독립된 개별 전시다. 동시에 남서울미술관 건축에 대한 기록과 기억에서 발굴한 이야기들로 연결되는 옴니버스 소설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다. 작가들은 20세기 초반 벨기에영사관부터 재개발로 남현동으로 이전된 시대를 지나, 현대미술 전시공간이 된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의 시대를 넘나들며, 기록과 기억들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예술적 해석을 시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미술관 다락을 처음으로 개방한다. 다락 공간은 미술관이 지나 온 시간과 흔적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서, 지난 온 시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모던 로즈>전시는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현대미술 전시공간인 남서울미술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할 것이다.
Chapter 1. 변칙조립, 금혜원
조용한 아침의 나라, 그 어느 날 벨기에 블루 스톤과 타일 등 온갖 이국적인 실내장식들이 배에서 내려진다. 1903년, 대한제국의 벨기에 영사였던 레옹 벵카르는 남산 기슭의 명당 자리인 회현동에 영사관을 지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시기에도 무사했지만, 1980년대 도심재개발로 해체되어 남현동에 다시 자리를 잡게 되었다. 3D 모형 조각들로 해체와 이동, 재건의 과정을 가상으로 재현하며, 건축물이 지나온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유희적으로 재해석한다.
Chapter 2. 나노미터 세계의 시간, 김익현
1933년 네온사인에 물든 경성의 밤, 조선호텔에 숙박한 이근무는 벨기에영사관에서 옮겨 심은 장미를 보며, 몇 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의 일기를 바탕으로 쓰인 작품 속의 화자들은 근대를 움직인 운송수단인 선박과 전차의 움직임과 속도의 물리적 변화를 따라 이동한다. 선박과 전차를 신체로 삼은 그들은 각 다른 시점의 기억과 기록을 들려준다. 22노트의 속도로 출발한 이야기는 바다를 건너고, 1933년에서 2019년으로 점프한다. 이 과정에서 현대의 기억 저장 매체인 반도체에 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작품은 오늘의 기억과 기록술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다.
Chapter 3. 셀프 페인팅, 곽이브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으로 장식된 벨기에영사관은 벨기에 제국주의를 상징했던 레오폴드 2세의 권위를 상징한다. 대한제국의 10번째 수교국인 벨기에는 다른 영사관보다 크고 위풍당당한 영사관 건축물로써 당시의 국력을 자랑했다. 멀리 벨기에에서 건너와 복제된 건축양식들은 본래의 용도가 사라졌지만, 당대의 문화 양식은 이전되었다. 관람객은 신고전주의 양식을 담은 의복-오브제를 착용하고, 전시장을 이동하며 스스로 다른 시간을 옮겨 다니는 시간여행자가 된다.
Chapter 4. 어느 무대, 이종건
사당역, 그리고 낯설고도 낯선 집
그리스-로마 시대의 신전이 연상되는 기둥이 있는 남서울미술관은 혼잡한 사당역과 번화한 유흥가에 있어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작가는 물리적, 심리적 문화양식들이 시간적 차이와 공간적 이동에 따라 다르게 발생하는 문화적 맥락을 시각화했다. 본래의 장소에서 이탈한 건축물이 새로운 장소와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이질감을 건축물의 장식적 요소들을 해체, 변형하고 다시 재결합하여 연극 무대의 일부처럼 재현하여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Chapter 5. 파란 나라, 김영글
“ 안개 속으로 들어가 보자 ”
“ 난 아무 것도 안 보여, 발도 안 보이고, 손도 안 보여. 추워. 더 가기 싫어,
집에 갈래.”
많은 사랑을 받은 벨기에 만화 캐릭터 스머프가 상상한 시선으로 우리의 근현대사를 돌아본다. 가상의 스머프는 한 때는 노동자로, 한 때는 철거민으로, 때로는 폭력의 주체가 되며,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착취와 폭압의 역사를 보여준다. 모두가 행복을 찾아 어딘가로 향하지만, 행복이 부재하는 시대의 자화상을 그려냈다.
Chapter 6. 작품처럼 보이는, 고재욱
대부분의 인류가 사라진 서기 2551년,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인류의 정신적 풍요로움을 유지하기 위해 박물관을 운영한다. 과거 벨기에영사관이었고, 현재는 미술관이 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미래의 AI들은 왜 인류를 위해 미술관이 필요한지 상상한다. AI는 미술작품으로 판단하지만, 현실에서 작품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없는 조형물을 함께 설치하여, 동시대 미술에 대한 정의, 그리고 미술과 제도의 관계에 대해 풍자한다.
Appendix. 노스텔지아, 임흥순
삐걱거리는 마루와 계단 소리, 오래된 세월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음향이 공간에 가득하다. 버려지고 다시 옮겨지는 고난에도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건축물은 스스로를 여전히 단장하고 있는 듯하다. <노스텔지아>는 이번 전시에서 처음 개방되는 다락 공간에 새롭게 연출되며, 건축물이 담고 있는 심미적 감성에 다가가는 공감각적 작업으로 설치되었다. 건물 곳곳에서 이루어지는 물걸레질이라는 노동 행위와 마룻바닥 위를 온 몸으로 움직이는 행위, 두 가지 영상을 동시에 상영하면서 현재를 애도하는 제의적 의식이다. 이들은 한국근현대사의 굴곡과 오버랩되며, 건축물을 둘러싸고 있던 감성의 아래에서 잃어버렸던 이야기로 우리를 초대한다.
1983년 출생
1979년 서울출생
1979년 서울출생
1969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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