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일 현대미술: GEIST의 새로운 해석
2010.04.30 ▶ 2010.05.31
초대일시ㅣ 2010-04-30 18pm
2010.04.30 ▶ 2010.05.31
초대일시ㅣ 2010-04-30 18pm
윤양호
그 마음(von geist) Mixed Media, 60.6x72.7cm, 2010
이상봉
생[Life] 캔버스에 철분,아크릴, 91x73cm, 2006
금동원
사유의 숲 - 잎새,깊이 날다 Acrylic on canvas, 116x791cm, 2010
엘리자베스 얀센
Untitle mixed media, 47x42cm, 2003
미케 펠텐
Untitled Mixed Media, 50x40cm, 2007
우도 클라센
Untitle mixed media, 60x70cm, 2008
한국, 독일 현대미술 'GEIST의 새로운 해석'
윤양호(원광대교수, 국제선조형예술협회 회장)
자연을 보는 마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변화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연의 변화에 마음이 따라가는 것인가?
자연과 마음의 변화에 민감한 예술가들은 누구보다 현상의 변화에 따른 의문을 통해 더욱 예술적 인식의 확장을 일으키며 그에 따른 변화를 모색하게 된다. 현대미술 변천과정에서 중요한 내용 역시 자연에 대한 인식 과정에서 그 대상에 대한 새로운 표현성을 통한 자연과의 교감에 있었다. 점차 시각적인 대상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기 시작하고 그것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Joseph Beuys 이후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한 대상은 더 이상 대상 그 자체의 의미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상은 예술가의 마음을 드러내는 표현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여지는 예술가들의 작품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 같다.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온 한국과 독일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기 위하여 제시하는 대상과 표현들을 통하여 우리는 이제 새로운 체험을 할 것이다. 새로움은 때로는 낯설기로 다가와 우리에게 당혹감을 준다. 그러나 한편 우리를 변화시킬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예술작품은 그 무엇도 강요하지는 않는다. 작품 자체의 당위성을 드러내기 위하여 그 어떤 논리적인 접근과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호흡하는 공기와 같이 늘상 우리의 주변에 공존하고 있을 뿐이다. 예술은 더 이상 어떤 숭고한 가치 추구를 위해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과 공유되는 조화로움을 지향한다. 이 전시의 특성은 외형적인 공통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향점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각 작품들은 자유로운 저마다의 표현들을 통해 예술가의 정신성과 여유로운 마음을 한껏 뿜어내고 있다. 그리하여 6명의 개성적인 작가들이 보여주는 개개인의 특성들은 서로 충돌하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서로를 배려하며 감싸주는 ‘多卽一 卽一多’의 화합과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각각의 마음을 지향하는 예술가들의 그 마음의 편린들이 만개한 이 봄의 꽃향기처럼 우리의 마음에도 맑은 감동으로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금동원그림으로 詩를 쓰는 작가 금동원 작가는 자연을 소재로 한 동화 같은 풍경을 신념처럼 그려왔다. "물에서 생명과 아름다움의 시원(始原)을, 산에서 시간의 영원성을, 숲 속 나무와 꽃들에서 사유의 깊은 맛을 알게 됐다"는 게 그의 말이다. 자연에서 얻은 그런 영감은 그대로 그림으로 나타난다. 꽃, 나무, 산, 구름의 모습을 판화에서나 얻어질 법한 형태로 단순화시켰으면서도 색채는 화사하다. 동화 같고, 동시 같은 순수한 정경, 명징한 시어체의 화면, 환상적인 서정성, 낙원의 한 가운데 들어선 것 같은 평화와 즐거움을 그의 그림은 다 보여주고 있다. 그의 그림엔 잃어버린 유년이 있고 기다림과 그리움이 있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쓸쓸함이든, 방황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그의 그림에선 하나의 꿈으로 녹아든다. 자연의 혜택을 받은 그림은 그처럼 풍요로운 법이다.
작가노트 - 자연의 상징화
나무와 풀과 바람, 새와 여러 생명체들이 수군대는 소리, 햇살과 안개와 비, 눈 등을 보고 접한 감동과 설레임을 그림문자로 표기하고 기술하는 이 그림은 마치 이야기그림이나 상징언어들의 일러스트레이션과 같다. 자연과 생명체들을 보면서 자연스레 건져올린, 자기 마음으로 추려놓은 몇 개의 상징기호들을 가지고 마냥 유희하듯 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것은 산과 나무, 새와 물고기, 꽃과 풀, 구름과 비, 모락거리는 열기나 꿈틀거리는 대지, 말랑거리는 생명체들, 다양한 기후와 시간대, 현란한 빛들의 산란이 작가의 눈과 마음에 발자국처럼, 바람처럼 남기고 간 것들에 안타까운 지표화다. 작가는 자연 속에서 자연의 비밀과 신비스러움과 놀라움을 자신의 손으로 거느리고자 한다. 물감과 붓을 들어 보고 느낀 자연을 도상으로 단순화하고 그 벅찬 감동은 색채의 열락으로 만개시키고자 한다. 그것은 구체적인 자연세계의 도상화이면서 동시에 추상이자 디자인이고 기호화다. 모든 상징이나 기호란 실제를 대신해서 그것을 연상시키고 추억하는 대체물로서의 생애를 산다.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실제는 아니지만 실제처럼 다가오는 것, 기이하고 수상쩍은 그러나 단지 허망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다. 그것이 그림이다. 이미지는 이마고(귀신, 유령)이지 않은가? 박 영 택 (경기대학교예술대학교수, 미술평론)
윤양호 Von Geist (그 마음)
우리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생각을 가져다주며, 그 새로운 생각은 또다시 새로운 관계성을 형성하는 특별한 체험을 창조한다. 윤양호가 자주 사용하는 원형은 우리에게 禪적인 체험을 하게 한다. 윤양호의 원상은 일상에서의 친숙함과 더불어 무엇인가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는 특징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가 이야기 하는 선적인 사상들은 일상에서 내면을 관찰하고 그 파동에 의하여 생긴 에너지들이 다시 세상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가져다준다. 현대사회는 매우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내면을 통찰하는 그의 사상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삶의 과정에서 경험하는 많은 내용들은 결국 하나의 목적을 향해가고 있다. 비록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그 목적의 공감대는 분별을 떠나 공유하는 마음이다. 우리는 늘 ‘언제?, 무엇을?’이라는 이분적이며 이성적 사고의 구조 속에서 문제를 접근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윤양호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을 인식하고 느끼며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성적인 판단만의 오류를 떠나 우리에게 통합적인 사고를 해야 할 것을 묵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외형적인 화려함이나 관계성들은 쉽게 찾을 수가 없다. 도리어 그의 작품들은 근원적으로 우리에게 심리적 자극을 주어 현재 자신의 마음을 문득 돌아보게 하는 힘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정신성을 강조하는 그의 작품들은 오로지 새로운 개념과 관점에서 접근해야 이해가 가능하다. 암호를 해독하듯이 자신의 마음을 해독해가듯이. 이것이 내가 본 윤양호 예술의 선적 특성이다.
Walter Jansen(미술평론가,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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