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광호: 겨울 호랑이 냄새 Winter Tiger Smell
2019.11.23 ▶ 2019.12.15
2019.11.23 ▶ 2019.12.15
나광호
원판 써레 Watercolor on arches paper, 130x160cm, 2018
나광호
끈 의자에 앉은 남자 Oil on canvas, 194x130.3cm, 2019
나광호
과수원에서 Oil on canvas, 194x112cm, 2019
나광호
케이프 코트 Oil on canvas, 190x110cm, 2018
나광호
MR 아르쉬지에 파스텔, 91x72.7cm, 2018
나광호
시클라멘 리넨에 유채, 116.7x91cm, 2018
나광호
텔레비전 리넨에 유채, 162x130.3cm, 2019
나광호
소화기 실크스크린, 아르쉬지에 아크릴채색, 116.7x91cm, 2019
나광호
세 개의 물병 실크스크린, 아르쉬지에 아크릴채색, 91x116.7cm, 2019
나광호
빨간 소화기 아르쉬지에 아크릴채색, 마스킹테이프, 67x115x22cm, 2019
영은미술관은 영은 아티스트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는 영은창작스튜디오 11기 나광호 작가의 ‘겨울 호랑이 냄새 Winter Tiger Smell’ 展을 오는 11월 23일부터 12월 15일까지 개최한다. 나광호 작가는 유화, 수채화, 판화 등의 평면작업에서 입체 오브제 작업까지 폭 넓은 작업을 한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해 왔던 다양한 장르의 작업들을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나광호 작가는 어린아이들과의 미술수업을 많이 한다. 이 미술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유명한그림들을 보여 주고 “보고 그리기”를 한다. 이 과정에서 눈, 코, 입 등의 형태가 가진 선입견이 강한 아이들은 그리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하기도 한다. 작가는 명화를 거꾸로 뒤집어 형태를 그대로 따라 그려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을 아이들에게 만들어 준다. 그렇게 되면 아이는 훨씬 편안한 상태로 단순히 그리기에만 집중하게 되고, 훨씬 더 큰 즐거움을 느끼며, 단순 모방에서 벗어난 이 결과물 역시 순수한 창작물에 가까워진다. 이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작가라는 전문가의 범주 안에 있는 사람의 손을 거쳐서, 미술관이라는 제도권에 진입하고 전시라는 상위영역에도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의 눈을 빌리는 것, 또 모방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혼성모방의 연속성은 여러 손을 두루 거치며 어색함과 능숙함을 겸비하며 예술과 장난, 가치의 높음과 낮음, 중심과 주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위대한 작품이 갖는 절대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창작의 순환을 위해 결정을 유보하는 것이다.” 작가노트 중
아이들의 그림은 다시 작가의 중요한 작업의 소재가 되어 작가는 아이들의 그림을 한 번 더 “보고 그리기” 한다. 이런 작가의 작업방식에 대해서 듣고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은 이 작품이 예술작품으로서 어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예술작품의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스러운 생각을 하게 된다. 창작물에 발생하는 저작권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이 작품이 누구의 것인지,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 “명화”와 “아이들의 작품”과의 차이점은 무엇에서 찾아야 하는지의 문제를 떠올리게 된다. 이런 애매모호한 지점에 나광호 작가가 작품으로 의도한 점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존재한다.
“기술복제의 시대에 타인의 손과 눈을 빌어 예술의 원본성, 고유성, 오리지널리티란 유효한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에디션이 가능한 작업 방식을 통해 차용, 이미지에 대한 해체와 조합이 작업의 프로세스라 하겠다. 작업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어린 아이 같은 이미지다. 나에게 없는 구불구불하고 틀린 형태의 선, 그리기의 원형에 대한 모습과 미술사를 통해 훈련 된 색채들과의 관계 맺기가 되는데, 이것이 회화성을 담보하고 다른 층위로 감각을 이동시키며 작가는 지속 가능한 편집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한다.” 작가노트 중
이렇게 작가는 널리 알려진 대가들의 작품을 “빌려와서” 아이들의 눈으로 “해체”하고 다시 작가의 전문적인 눈으로 그것을 “재조합“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작품은 원본의 고유함에 가치를 더해 새로운 원본으로 탄생한다. 판화와 오브제 작업 마찬가지로 역시 아이들과의 협동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문구, 그림 등을 따라 그리게 한다. 이것을 실크스크린 하여 입체 조형물의 외관에 조합하여 오브제 작업을 완성한다. 나광호 작가의 판화작업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사진으로 촬영하여 입체를 다시 평면으로 만든다. 이 평면사진을 다시 실크스크린 한 다음 그 위에 다시 색을 칠해서 (여전히 평면이지만) 음영을 더해 입체적으로 만든다. 이렇게 여러 단계를 거친 판화는 유화나 수채화보다 작가의 손을 더 여러 차례 거치게 되고 이것 역시 작가의 전체 작업과 같은 흐름을 가진 과정이다.
나광호 작가는 우리가 항상 보아왔고, 절대적이라고 생각하고 공부했던 위대한 작품이 가진 절대성에 의문을 던진다. 다양한 프로세스와 시도로 탄생한 작품들과 함께 작가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
1979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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