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예술가들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0
김민
반고흐_프리다 칼로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0
김민
존 레논_마이클 잭슨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0
김민
소설가 구보 박태원, 시인 이상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0
김민
Artist's way video, 1min 45 sec, 2010
김민
drawing 종이에 연필, 18x25cm, 2010
개그를 쳤는데 사람들이 웃지 않는 경험을 해본적이 있는가? 이럴 땐 매우 비참해지는데, 결국 자기 개그를 설명해야 하는 쪽팔리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왜 안 웃을까? 뭔말인지 못 알아들어서 그럴 수도 있고, 개그가 너무 복잡해서일수도 있다. 물론 복잡한 개그라고 해서 대단한게 들어있는 건 아니다. 김민의 작품은 ‘작가’를 모티프로 한다. 개그에 비유하자면, 작가는 개그를 치는 사람이다. 반응이 있고, 리액션이 있어야 한다. 물론 ‘빵’터지는 지점이 개그를 치는 사람의 의도와 다를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일단 반응이 있어야 보람도 있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어떤 개그맨은 자기 개그를 설명하면서 다시 웃기는 자학적인 방법을 사용한다지만, 작가가 그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김민은 ‘내용’을 보여주기보다 ‘과정’을 보여주려 한다. 그것은 ‘자기 개그에 대한 연구’를 드러내는 개그맨의 모습과 같다. 그냥 개그를 보여주면 ‘개그콘서트’가 되지만, 그걸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면 ‘인간극장’이 된다. 자칫 칭얼거리는 투로 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유치해질 수도 있고,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만 늘어놓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지루해 질 수도 있는 작업이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위험요소를 교묘히 비껴간다. 먼저 김민은 작가로서의 ‘자기 자신’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첫 번째 방법이 이전 전시 《Artist's Way》로 먼저 드러났다. 그는 작품 속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한다. 허구와 진실의 경계 사이를 넘나든다는 말이나, 시뮬라크르 어쩌고 하는 말로 읽어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재미없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중요한건 작가로서의 자신이 작가로서의 자신을 읽어낸다는 점이다. 이번에 열리는 《Artist's Way》 두 번째에서도 그는 동일한 길을 걷는다. 유명한 여러 예술가들(존 레논 등등)의 모습이 보이지만 이들은 존경심, 오마주 등등의 의도로 소환된게 아니다. 그들은 ‘작가가 생각하는 작가’라는 되새김질을 통해 이 자리에 섰다. 모두가 유명한 캐릭터이고, 각 캐릭터는 그들의 고유한 이미지로 읽힐 수 있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들에 대한 것이 아닌, 그들을 통해 드러나는 ‘작가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머릿속에서 이미지가 피어나는 모습을 그린 드로잉 또한 작가라는 존재의 자화상이다. 김민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창조해야 하는 그들의 머릿속을 우리에게 공개하며 작가들의 복잡한 상태를 묘사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앞서 유명인들의 오브제에서와 동일하게 보여지는 안경들인데, ‘눈’이라는 신체 기관을 대신하는 안경은 ‘보는 행위’를 통해 소통하는 작가와 관람자 사이에 존재하는 벽이자 창구로서 의미지어진다.
사물에 대한 드로잉은 작가의 눈과 머리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주변의 것, 혹은 일상의 것들을 표현한 이 작품들은 작가의 삶에서 포착된 것들인데, 드로잉과 조그만 문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김민은 이미지와 말의 조합으로 하나의 대화를 구성한다. 그 대화의 상대방은 바로 자기 자신을 포함하는 ‘작가라는 존재’이다. 이렇게 그의 작업들은 ‘작가라는 존재’에 대한 탐구를 기반으로 구성된다. 그 대상은 먼저 자기 자신이며, 이에서 멈추지 않고 작가 일반으로 나아간다. 유치하게 들릴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하는 고민이다. 그러나 아무도 쉽게 보여주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고민을, 그가 굳이 보여주려는 이유는 뭘까? 적어도 무언가를 내어놓고 평가받는다는 부분에선 작가와 개그맨은 동일하다. 여기서 김민은 한걸음 더 나아가 작품만이 아닌, 작가 그 자신까지 내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관람자들은 다양한 재미를 맛볼 수 있음과 동시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물론 시도된 개그가 통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 문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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