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호 개인전: 탈바꿈 Metamorphosis
2020.05.12 ▶ 2020.05.17
2020.05.12 ▶ 2020.05.17
신재호
I Exist Oil on cardboard_114 x 70.5 cm_2019
신재호
A Painter Oil and marker pen on wood board_146.5 x 79 cm_2019
신재호
Metamorphosis Phase 7 Oil on cardboard_127.5 x 68.5 cm_2019
신재호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 Oil on cardboard_129.5 x 72.5 cm_2019
이 작업은 자기의식을 통해 바라본 '나'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인간 형상이 갖는 고정된 이미지에서 탈피해 한 존재에 내재하는 가장 본질적인 이미지를 체현해내기 위한 일련의 시도다. 그간 내 주된 관심사는 변화에 있었다. 일상적인 습관에서부터 생활 방식, 삶에 대한 태도, 추구하는 가치 등을 모두 포괄하는 전면적이면서도 급진적인 변화는 예술가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내가 획득하고자 한 가치였다. 유충(幼蟲)이 성충(成蟲)이 되기 위해 거치는 탈바꿈(metamorphosis) 과정과도 같이, 나는 이 작업에서 지난날 나를 구성해온 모든 기관을 반추하고, 분해해 재구성함으로써 내가 염원하는 예술가의 모습에 도달하고자 했다.
내 작업은 이성에 의한 통제 없이 무의식적인 이끌림에 따라 진행되어 왔다. 나는 현실 세계에서 작용하는 모든 미학적, 윤리적 선입견에서 탈피해 오직 손이 움직이는 대로 그림을 그려왔으며, 이를 통해 대상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자연히 표출되는 선이나 형태, 색채, 핸드라이팅은 내 무의식 세계를 투영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나는 내가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행위에 대해 매우 강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동시에 작품이 그려지는 평면의 공간과 나와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계가 어떠한 간섭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일치감을 느낌으로써 감미로운 도취상태에 이를 수 있었다.
이 작업의 수행 과정에서 나는 의도치 않은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왔다. 예를 들어, 세 인물의 초상을 담고 있는 < I Exist >의 경우, 최초의 작품 의도는 오직 나라는 사람을 그려내는 것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생각해 본 적 없는 인물들을 추가로 그려 넣게 되었다. < Metamorphosis Phase 3 >, < Self-Awareness >와 같은 작품에서는 인간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으나 인간의 모습이라고는 규정하기 어려운 존재의 형상이 출현하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작업은 마치 우리가 꿈속에서 불가사의한 인물이나 사물, 이미지를 마주하게 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반면 내게 익숙한 요소를 곳곳에 삽입하기도 했는데 이는 작품 속에서 나를 나타내는 기호로 사용되었다. 오랜 시간 사용해 온 빈티지풍 의자를 등장시킨다거나 데님 바지, 벨트와 벨트 버클, 부츠 등 내게 친숙한 사물들을 그려 넣음으로써 작품 속에서 내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자 했다.
자화상을 반복적으로 그려 온 이 작업에서 나의 모습은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바뀌어 나타났다. 처음 사실적인 수준에서 시작된 작업은 추상적인 형태로 점차 변화해갔고, 식별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해체될 무렵 다시금 사실적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해체의 과정을 거친 이후의 작업은 그 이전과는 달리 사실성과 추상성이 혼재된 형태로 나타났다. <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 >에서 인물의 손이 비약적으로 크게 부각되는 것과 같이 식별할 수 있는 형상을 그려내되 특정 요소와 부분이 초현실적으로 강조된 것이다. 이 같은 해체는 단지 인물에게만 국한되어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인물과 배경 간의 관계에서도 실행되었다. 인물과 배경의 이분법적인 구분에서 벗어나, 나와 세계의 경계를 허물어 이들 간의 자유로운 교류를 허용하고자 했다. 특히 이 작업은 캔버스를 위시해 운송용 박스(cardboard), 목재 테이블(wood board), 세라믹 타일 등 다양한 재료 위에서 이루어졌는데, 각기 다른 재료의 속성은 새로운 이미지의 구현과 자유로운 표현 방식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형상의 무차별적 탈바꿈을 시도한 이 작업은 '나'라는 존재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주체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기도 했지만, 때로는 격렬한 자아의 분열 상태에서 오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기도 했다. 이 작업을 통해 체현해낸 형상이 내가 기대한 모습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간의 시도는 내가 가져온 편견과 선입견을 무너뜨리고 오로지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 수 있는 시간이자 예술가로서 갖는 긴 여정의 의미 있는 초기 행보였다고 생각한다.
■ 신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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