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만혁
가족이야기09-5 한지에 목탄채색, 72×60cm, 2009
임만혁
아담과이브08-1 한지에목탄채색, 145x112cm, 2008
임만혁
양과소녀08-1 한지에목탄채색, 106x148cm, 2008
임만혁
양치기소년08-1 한지에 목탄채색, 106x148cm, 2008
갤러리 이배 개관기념 기획초대전시로 강릉 출신 임만혁 작가의 근작 총 20점이 선보인다. 1968년생인 임만혁은 동아미술상(2000년) 및 성곡미술관이 발굴한 ‘내일의 작가’로 선정(2002년)되며 국내 화단에 처음 소개되었다. 박여숙 화랑과 함께 참가한 2002년 시카고 아트페어에서 출품작 11점이 모두 솔드아웃되면서 해외에서 먼저 주목 받는 작가로 화제가 되었고 이후 바젤, 마이애미, 퀼른, 북경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에서 꾸준히 소개되어 호평을 받았다. 지난 몇 해 동안 컬렉터들에게 매우 주목 받는 작가로서 메이저 경매회사와 화랑 등 국내 미술시장을 통해서도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 주요 전시관에서 단체전을 치른 바 있다. 작가는 주로 ‘가족’이란 소재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오며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인물들의 내밀한 심경을 표현함으로써 ‘현대인의 메마른 삶’을 이야기 한다. 이번 전시에는 ‘가족이야기’, ‘실내풍경’, ‘아담과 이브’, ‘동물’시리즈 등을 선보인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공부한 독특한 이력의 작가는 작품을 통하여 서양화와 동양화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다. 캔버스가 아닌 전통한지를 겹겹이 배접(褙接)한 후 동양화에서 쓰는 분채 물감을 40-50회씩 덧바르며 색을 입힌 다음 목탄 데생(그리기)을 혼합한다. 목탄 데생의 거친 선과 동양화의 겹겹이 채색한 한지 사이로 스며드는 깊이감이 매우 신선하다. 묵향이 느껴지는 전통 한국화가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이 배여 있는 젊은 감각이 새롭다.
작가는 대화와 소통이 단절된 듯한 현대인의 삶의 모습을 잘 포착한다. 화사한 색상 위로 작가 특유의 거친 목탄 선의 가느다란 팔다리, 퀭한 눈, 커다란 머리의 인물상이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기이하게 왜곡되고 변형된 인물들의 위태로운 자세는 보는 이를 결코 편안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 마치 서커스(曲藝)라도 하듯 등장인물들은 불편한 자세로 우스꽝스럽기도, 혹은 냉소적인 표정으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작가는 "내가 그리고자 하는 인간들은 시간 앞에서 풍화되고 무기력해지며 삶 속에서 허약해지고 손상되기 쉬운 인간들이다. 그들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겨서 무엇인가를 헛되이 기다리며 앉아 있거나 삶에 저항하기 보다는 그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기에 길들여진 인간들이다" 고 말한다.
작가의 ‘가족’시리즈에는 가족구성원들이 서로를 등지고 시선을 피한 체 각자의 행동에 몰두하는 듯 표현되어 있다. 작가는 “잘 살아가는 것 같지만 소통이 막혀있는 가족관계의 실체를 끌어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강원도 주문진에서 자란 작가의 작품에는 “바다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작가의 시선은 향수 어린 낭만적인 바다풍경이 아닌 바닷가 주변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내밀한 일상으로 들어와 인물들의 고립과 단절을 보여준다. 갤러리 이배에서는 근작인 “아담과 이브”시리즈를 새로이 소개한다. 작가는 ‘아담과 이브’ 신화를 소재로 작가만의 방식으로 남자와 여자의 풀리지 않는 숙제들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한다.
배미애 갤러리 이배 관장은 문학박사를 취득한 후 영국 사우스햄톤대학교와 부산대학교에서 연구교수를 지낸 학자 출신이다. 대학시절부터 관심을 가졌던 미술공부가 컬렉터로 이어지면서 더욱 체계화되어 작가와 작품이해가 거의 전문가적 수준이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각 지역별 미술작품의 공간적 특성을 살펴보는 아직 생소한 학문분야인 미술지리학(Geography of Art)을 국내에 소개할 계획이다.
갤러리 이배는 5월 19일 개관과 함께 작품성 높은 중견 작가와 유망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위주로 지속적으로 기획전시를 함으로써 확고한 정체성을 지닌 수준 높은 기획화랑으로서의 위치를 다져나갈 예정이다. 또한 부산 작가들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 중이며 미술 애호가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갤러리 이배는 부산의 미술애호가들이 편하게 접근하여 작품을 통하여 표현의 자유가 주는 경이로움과 만족감을 공유하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
1968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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