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 개인전: UNDERPASS_ 틈의 오브제
2020.09.02 ▶ 2020.09.29
2020.09.02 ▶ 2020.09.29
전시 포스터
차민영
Blue Hall 80x160x120 (cm), Galvanized steel sheet, LCD monitor, LED Lamp etc, 2020
차민영
Blue Hall 80x160x120 (cm), Galvanized steel sheet, LCD monitor, LED Lamp etc, 2020
차민영
Blue Hall 80x160x120 (cm), Galvanized steel sheet, LCD monitor, LED Lamp etc, 2020
차민영
치환된 밀도II 45x74x55 (cm), Synthetic resin, Polycarbonate, LCD monitor etc, 2020
차민영
치환된 밀도II 45x74x55 (cm), Synthetic resin, Polycarbonate, LCD monitor etc, 2020
차민영
치환된 밀도 I 62x47x20 (cm), Synthetic resin, Polycarbonate, LCD monitor etc, 2020
차민영
치환된 밀도 I 62x47x20 (cm), Synthetic resin, Polycarbonate, LCD monitor etc, 2020
차민영
막다른 골목 36x56x76 (cm), Synthetic resin, Polycarbonate, LED Lamp etc, 2020
차민영
Underpass 35x53x50 (cm), Synthetic resin, Polycarbonate, LED Lamp etc, 2020
차민영
302호 55x70x70(cm), Wood, Synthetic resin, Polycarbonate, LED Lamp etc, 2020
차민영
302호 55x70x70(cm), Wood, Synthetic resin, Polycarbonate, LED Lamp etc, 2020
차민영
302호 55x70x70(cm), Wood, Synthetic resin, Polycarbonate, LED Lamp etc, 2020
입 벌린 세계:‘잠-꿈-환기’의 장소
소규모, 가능성, 뒷골목, 마지막 겨울과
둥근 시간들, 네모난 날짜들
옥상에 오르자 멍하니 미래를 기다리는 안테나가 서 있었다
- 최백규(창작동인 뿔)의 시 「그루stump」 중
장소 바깥에 있는 장소들
가방은 한 사람의 무의식이 담긴 사적 공간이다. 그 속에는 한 사람의 내면이 들어 있다. 그 사람이 필요한 것, 생각, 습관, 취향, 계획 등, 삶의 편린들이 그 속에 무작위로 담겨 있다. 그래서 가방 안의 세계는 늘 가방보다 거대하다. 가방에는 거대한 세계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방을 닫는 순간, 그 세계는 깊은 무의식으로 가라앉는다. 차민영의 작업은 가방에서 시작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작은 토끼굴 속을 들어가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듯, 우리는 차민영이 열어놓은 가방의 작은 틈새에서, 뚫어놓은 사각형의 문에서, 배기관의 구멍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이 세계는 그것을 담고 있는 가방이나 배기관보다 거대하며, ‘낯익음’과 ‘낯섦’이 공존하는 장소다. 이곳은 어딘가 있으리라 추측되지만, 어떤 특정 장소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모든 장소의 바깥에 있는 장소다. 현실의 거울상(像)인 이곳은 현실의 잔형이 ‘잠 속의 꿈’에서 재구축된 세계와 같다. 그래서 환영처럼 보이다가도, 언젠가 현실에서 마주했던 것 같은 기시감(旣視感)이 느껴진다.
차민영은 현실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도록 숨겨진 물질적, 정서적 이면을 벌어진 틈, 뚫린 구멍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 작업은 사용하는 소재와 불러일으키는 정서가 중첩되면서 시각과 사유가 하나의 단일체로 포개져 있다. 현실의 이면은 잠과 유사하다. 잠은 수면 아래에 존재하는 거대한 빙산과도 같다. 우리는 잠에 빠져들면서 수면 위에 살짝 보이는 의식이라는 빙산에서 수면 아래에 감추어진 거대한 무의식의 빙산으로 가라앉는다. 이것은 감추어졌던 현실의 이면으로 들어서는 것으로, 마치 닫힌 가방 속 세계에 접어드는 것과 유사하다. 삶의 편린들이 가방 속에 무작위적으로 담겨 있듯이, 잠에도 현실의 조각들이 무작위적으로 존재한다. 차민영은 이러한 닫힌 가방, 바로 은폐된 세계의 모습을 벌어진 틈(뚫린 구멍)으로 보여준다. 이것은 마치 잠에 빠져 있을 때, 무의식의 세계가 꿈을 통해서 의식의 수면 위로 잠시 드러나는 상황을 연상시킨다. 이렇게 드러난 은폐된 세계는 완전한 현실(낯익음)도, 완전한 환상(낯섦)도 아닌, 이것들이 뒤섞여 나타난다. 마치 현실의 바람이나 욕망이 무의식에서 재구축되어 꾸게 되는 꿈의 형상을 닮아 있다. 벌어진 틈새로 현실의 무의식, 바로 현실의 이면이 드러내는 작가의 작업은 이렇게 그가 사용하는 가방이라는 소재와 그것이 지닌 함의가 맞물리면서 의미의 증폭을 일으킨다.
환기의 순간
차민영의 작업은 대부분 현대 도시의 민낯과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이 과밀한 지하철과 비행기(<치환된 밀도 1>, <치환된 밀도 2>), 뒤틀린 호텔의 복도(<302호>), 쓸쓸함이 묻어 있는 도시 지하도(< Underpass >), 낡은 에어컨 실외기와 가스배관, 방범창이 있는 건물 사이의 길고 좁은 골목(<막다른 골목>), 내부를 셔터로 감춘 도시의 상점(<푸른 셔터>), 엄연히 존재하고 꼭 필요하지만 마치 없는 것처럼 취급하는 배기관(< Blue hall >). 이 장소들은 고밀도 도시, 콤팩트시티를 지향하는 현대 도시의 병리학적 징후를 애잔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치환된 밀도 1>과 <치환된 밀도 2>를 통해 지하철과 비행기와 같은 과밀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물리적 밀도와 정서적 밀도의 격차를 이야기한다. 많은 인원의 효율적 이동 수단인 지하철과 비행기에는 많은 사람이 과밀하게 공존하지만, 그들 사이에 유대감은 거의 없다. 공간의 밀도가 높음에도, 사람 사이의 관계 밀도가 낮아지는 도시의 정서적 이면을 이 작품에 스며 있다. 차민영은 여기서 흥미로운 현상을 끌어낸다. 이러한 과밀한 공간에 있는 개인은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보다 각자 자신만의 상상의 공간을 만든다는 사실. 그곳에서 타인과 단절한 채 자신의 공간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푸른 셔터>처럼 방어적으로 셔터를 내려 타인에게 내부를 감출 뿐만 아니라, 타인 또한 < Blue hall >의 배기관처럼 신경 쓰지 않는 임시적 공간이다. 각자가 구축한 이런 상상의 공간은 과밀한 도시를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해방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 감정의 심연은 도시의 땅속을 파서 만든 지하도를 걷는 것처럼 쓸쓸하고(< Underpass >), 비현실적으로 깔끔해서 뒤틀려 보이는 호텔 복도를 바라보는 것처럼 외롭고(<302호>), 좁고 후미진 도시의 뒷골목처럼 슬프다(<막다른 골목>). 이렇듯 ‘보이지 않는 이면’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가의 작업은 대부분 도시와 맥락이 닿아 있다.
도시는 작가가 다루는 주요 장소다. 하지만 모든 작업이 도시로만 수렴되는 것은 아니다. 사적 기억을 다룬 < Air trunk >나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포항과 광양의 제철소를 방문해서 그곳에서 느꼈던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기계의 움직임을 담은 <스틸 킹덤> 등과 같은 이전 작업은 도시 작업과는 다른 결의 작업이다. —사적 기억과 비공개도 ‘보이지 않는 이면’이라는 중심 주제에 연결되어 있다.— 또한 도시 배기관 작업인 < Blue hall >에도 조금 다른 요소가 담겨 있다. 뚫린 구멍 안에서 상영되는 영상은 작품을 완성했을 때는 볼 수 없는 작가의 작업 과정이 담겨 있다. 작가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이면(작업 과정)을 작품에 드러냄으로써 작업 과정이 작품의 부분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렇듯 차민영의 작업은 도시 안팎은 넘나들며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차민영의 작업은 보이지 않는 이면을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는가? 그렇지 않다. 작가의 궁극적 목적지는 ‘환기’다. 그는 개인의 내면을 환기하는 순간을 맞이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작가의 작품에서 상영되는 영상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보라. 물결치는 바다와 구름이 떠 있는 하늘 풍경이다(<치환된 밀도 1>, <치환된 밀도 2>, < Blue hall >). 지하도와 호텔 복도, 막다른 골목의 주광색 불빛은 추억의 공간을 떠오르게 한다(< Underpass >, <302호>, <막다른 골목>). 거의 닫혀 있는 셔터의 푸른색은 하늘을 연상시킨다(<푸른 셔터>). 이러한 작품들을 보면서 남는 감정은 무의식 깊숙이 존재하는 아련함이다. ‘보이지 않는 이면’이 개인의 깊숙한 내면에 와닿는 순간, 우리는 익명의 현대인이 아닌, 하나의 세계를 지닌 한 인간임을 환기하게 된다.
결국, 작가는 ‘잠-꿈-환기’라는 상이하면서도 연속적인 계기를 통해, 자신만의 공간을 찾을 수 없는 현대인이 환기의 순간에 맞이하도록 이끈다. 차민영의 작업을 통해 우리는 삶의 편린들이 무작위적으로 들어 있는, 닫힌 가방 같은 무의식적 세계(잠)의 벌어진 틈을 바라보며(꿈) 내면 깊숙한 곳에 자신만의 공간이 있음을 비로소 확인하게(환기) 된다.
-안진국(미술비평)
1977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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