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스타인캠프(Jennifer Steinkamp)
Retinal 1 2018 still from HD video installation with color dimensions variable Edition 1 of 1 제공 : 리안갤러리 서울
제니퍼 스타인캠프(Jennifer Steinkamp)
Still-Life 4 2020 still from HD video installation with color dimensions variable Edition 1 of 3 제공 : 리안갤러리 서울
제니퍼 스타인캠프(Jennifer Steinkamp)
Judy Crook 14 2019 still from HD video installation with color dimensions variable Edition 1 of 1 제공 : 리안갤러리 서울
리안갤러리 서울은 2020년 9월 3일부터 10월 31일까지 미국 출신의 영상미디어 설치 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Jennifer Steinkamp, 1958~)의 세 번째 개인전 《Souls》를 개최한다. 미국, 유럽, 아시아의 주요 미술관과 비엔날레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제니퍼 스타인캠프는 3D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자연을 소재로 새로운 영상미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그녀는 “우리가 자연에서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의 능력에 매료되었다"고 말한다.
스타인캠프는 몰입형 애니메이션 영상을 통해서 건축 공간 안에 존재하는 자연 풍경이 그 공간을 바꾸고, 그 이미지는 곧 사람을 닮아 있음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어떻게 빛이 공간을 창조하고 공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는가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지난 2010년, 2014년에 이어 리안갤러리에서 세 번째로 선보이는 작가의 이번 전시에서는 Retial 1,2 와 Still Life 4 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리만머핀 서울(Lehmann Maupin Seoul)과 동시 개최되는 전시로 작가의 세계를 보다 심도 있게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지하 1층 정면에 설치된 Retial 1 (2018), Retial 2 (2019)는 2018년에 건축가 스티븐 제이 홀(Steven J. Holl)이 설계한 캔자스시티 넬슨 앳킨스 미술관(Nelson-Atkins Museum of Art)의 브로쉬(Bloch) 빌딩에 영감 받아 제작되었다. 스타인캠프는 스티븐 제이 홀이 빌딩 창문을 렌즈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망막 정맥을 모방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다. 눈 속 망막 정맥의 반투명하고 굴절되는 모습이 운동감 있게 표현되었다. 화면 전면에는 녹색과 분홍색, 보라색으로 이루어진 비정형의 화려한 방울 덩어리와 탯줄처럼 보이는 가닥들이 무리를 지어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는 생물 형태를 연상시키고 표현주의의 추상적 표현처럼 보이기도 한다. 화려한 색채의 망막 정맥을 시각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자연과 인간이 만든 결합물이라고 할 수 있다. 매끈한 모양으로 둥둥 떠다니는 이 독특한 형태는 갤러리 공간을 유기적인 장소로 탈바꿈한다. 이 공간 속에서 관람자는 최면에 빠진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작품에 매료되어 깊이 사색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반대쪽 벽면에 설치된 Still Life 4 (2020)에서는 형형색색의 과일과 꽃잎이 둥둥 떠다닌다. 17세기 플랑드르 화파의 바니타스 정물화에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전통적인 정물화를 21세기 디지털로 재해석하였다. 스타인캠프는 삶의 허무, 인생무상이라는 바니타스 정물의 형식을 깨고 긍정적인 에너지와 생의 환희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과일과 꽃, 식물들이 우아하게 움직이고 멈추는 그래픽 영상은 관람자들의 탄성을 자아내며 풍성한 생명력을 선사한다. 정물화가 단순히 아름다운 물체를 충실하게 재현한 것이 아니라, 마치 인간이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스타인캠프의 생동감 넘치고 반복되는 애니메이션은 특정한 인간의 경험을 나타내는 듯 하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팬데믹 상황에서 스타인캠프의 영상은 관람자들에게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희망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끼게 할 것이다.
Judy Crook 12, 14 (2019)에서는 생동감 넘치는 나무가 이리저리 소용돌이치며 열매를 맺고 잎을 떨어뜨리는 성장 과정을 보여준다. 계절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나무의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렌더링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마치 시간의 변화에 따라 자연이 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나무 형태의 작업은 스타인캠프가 1학년 수업시간에 만든 스펀지 나무를 최고의 작품이라고 칭찬했던 미스 즈네롤드(Miss Znerold) 선생님의 영향으로 시작된다. 시리즈의 제목은 스타인캠프가 패서디나 아트센터 디자인 칼리지(Art Center College of Design, Pasadena) 재학시절 큰 영감을 주었던 색 이론 교수 주디 크룩(Judy Crook)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나무 한 그루가 봄에 봉오리를 맺고 초록 잎이 돋아나는 여름을 거쳐, 가을 단풍이 들고 겨울이 되어 다시 잎이 떨어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사계절을 순환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러한 나무의 삶을 통해서 관람자는 단 몇 분 만에 1년을 경험하며, 삶의 순환성과 무한한 존재의 이상을 느낄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관람자가 자연스럽게 영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였다. 작품에 다가가자마자 그림자가 드리워져 그 그림자는 작품의 일부가 되며 관람자와 작품은 하나가 된다. 스타인캠프는 작품과 기술, 사람 사이의 경계를 허물면서 관람자가 완전히 몰입하고 즉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독특한 가상 현실을 만들어낸다.
■ 홍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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