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박기진
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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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업은 과거 내가 군 복무 시절 비무장 지대를 마주하며 느꼈던 감정과 그 장소의 기억을 토대로 한다. 당시 나는 관측 장교로 근무하여 종종 고가 초소에 오를 일이 있었다. 고가 초소는 상당히 불안한 높이를 가진다. 사다리와 계단의 중간쯤 생겨 먹은 구조물을 올라가면 그야말로 다리가 후들거린다. 너무 낡아서 부서질까 봐 조심히 행동하게 되는 야전 전화기 가방을 메고 오르려면 그 자세가 너무나 엉거주춤해서 웃길 지경이다. 그렇게 고가 초소에 올라서면 탁 트인 시야로 저 멀리 평원이 펼쳐진다. 쭉쭉 벋은 평행선들과 함께…
DMZ의 땅에는 수많은 전차 바큇자국이 속도감 있는 평행선으로 그려져 있었다. 70년간 아무도 밟지 않았던 땅 위에 과거에 새겨진 선들은 희미하지만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그러나 DMZ의 하늘은 땅에 그어진 선이 무색하게도 언제나 그대로이다. 땅에는 사람들의 흔적이 남는다. 하지만 하늘은 잠시 남겨진 흔적을 지우고 늘 원래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돌아간다. 위태로운 고가 초소는 땅을 딛고 서서 하늘과 맞닿아 있다. 능선과 초소와 노을이 만드는 풍경은 마냥 아름답다. 그 순간 땅과 하늘과 초병의 시간도 멈춘다. 하루는 길지만 10년은 짧다는 말이 있다. 유구한 지구의 역사 속에서 사람이 일생은 너무나 짧은 것 같다. 어떤 일에 관심을 두다 보면 그 일과 관련된 것들이 무수히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바라보는 방향이 중요한 것 같다.
그때의 경험을 담은 이 전시에서 땅과 하늘은, 사람과 자연이자, 시간과 공간과 같이 볼 수 있다. 대칭 또는 대립되는 구조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은 둘이 아닌 하나로 묶여 있는 것이기도 하고, 그냥 물끄러미 바라본 세상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을 부산에서 나고 자란 나는 항상 수평선을 바라보며 학창 시절을 보냈고 바다와 하늘은 내가 바라보는 대상이었다. 지금은 수평선을 가로지른 광안대교가 흉물스럽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 다리가 바다와 하늘을 잇고 있는 것 같다. 서로 마주하는 바다와 하늘은 똑 닮았다. 파도와 바람처럼 미세한 파동이 무구한 자연의 순간을 흘려보낸다. 다리는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선명하게 하며, 그 중간 어디쯤 위치한 나를 인식하게 한다. 마치 DMZ에서의 고가 초소가 그러했듯이.
서로 다른 시공간을 교차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나의 지속적인 작업 방식이자 관심사인데, DMZ에서의 경험만큼은 무어라 섣부르게 형언하기 어려웠다. 최근에서야 나는 비로소 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였는데, 바로 직전 작업인 〈통로〉에서는 베를린에서 머물며 조사한 동서독의 통일의 상징 베를린과 남북한이 교차하는 이 지역을 연결하는 동서남북의 수평적 공간을 구성했고, 그에 이어 이번 전시에서는 땅과 하늘이란 소재를 수직적 공간으로 해석해 보았다. 베를린과 DMZ 땅과 하늘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다. 무한한 자연과 역사의 진동을 하나의 전시에 모두 담을 수야 없겠지만, 그때 내가 느꼈던 미묘한 감정을 조금이나마 이렇게 꺼내어 본다.
1975년 부산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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