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은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현대미술전 《따로-같이》를 개최합니다.
전태일 50주기, 2020년은 재난으로 물들었습니다. 우리는 생존에 대한 고민을 한순간도 떨쳐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각자 위치에서 전염병, 기후 이변, 차별과 경제 위기에 ‘사회적 연대’로 견디고 또 싸우고 있습니다.
1970년, 전태일과 청계피복노동조합은 연대하여 함께 사는 법을 실천했습니다. 정말 어려운 지금, 우리는 어떻게, 누구와 함께 살아야 할까요? 우리 삶을 알게 모르게 둘러싼 살아있는 것들과 같이 사는 일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자라는 풀을 함부로 꺾지 않는 마음, 추운 겨울 차 안으로 숨어버린 고양이를 애타게 꺼내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마음이 오늘 전태일의 마음이 아닐까요?
《따로-같이》는 ‘공존’이라는 단어로 전태일 정신을 다시 생각합니다. 재난의 시기, 같은 시간 속에서 따로 살아가는 유기체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하기를 요청합니다.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네 명의 시각 예술가에게 공존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혹은 실천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작가들은 식물, 동물, 과일 등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유기체들을 통해 공존에 대해서 각자의 시각에서 풀어냅니다.
반재하는 거대한 경제구조 속, 소외되고 가려지는 ‘노동’을 드러내 보여주는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이번에는 과일의 유통구조를 통해, 공존을 방해하는 자본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전시합니다. 볼품없는 과일은 맛과 상관없이 버려집니다. “초강대국의 고속도로” 수에즈 운하, 사과를 자르고 부수는 유통 노동자, 냉장고와 그 위에 위태롭게 묶인 사과 궤짝은 당일배송 시대 유통의 이면을 은유적으로 비판합니다.
이미정은 그동안 일상에서 얻은 단상을 기반으로, 기능과 쓸모를 상상하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선 고양이가 작가의 작업실에 들어오면서 일어난 작가의 정서적 변화를 소재로 삼았습니다. 오랜 시간 고양이와 천천히 유대관계를 형성해온 경험을 자신의 시각예술 언어로 변환합니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환경은 담은 ‘풍경조각’은 각각 독립적인 회화입니다. 〈우리가 서로의 조각이 되는 방법〉이라는 작품의 제목처럼, ‘풍경조각’은 각각 독립적인 회화 작품이면서, 서로 맞추어 조립하면 여러 형태와 기능을 상상할 수 있는 구조물이 됩니다. 혼자서도, 둘 혹은 셋이서 함께하는 모양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강은영과 송보경은 같은 시간 속에서 다른 체계로 살아가는 생물들이 공존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상상하고 협업을 통해 실천에 옮깁니다. ‘식물상점’의 운영자이기도 한 강은영은 식물의 시각적 가능성을 식물 자체와 판화 등의 매체를 통해 탐구해온 작가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위드플랜드(weedplant)’ 작업을 통해 구매와 판매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잡초’와의 공존을 실현합니다. 판매를 위해 구입한 화분에서 자라나는 풀들의 이름을 찾았습니다. 강은영은 ‘잡초’가 제대로 살 수 있도록 새로운 화분을 마련하고 전시장에서 살도록 환경을 조성합니다. 송보경은 잡초의 분갈이 이전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기념관의 휴식공간을 꾸몄습니다. 이를 통해 일상 공간을 전시공간으로 전환합니다.
<따로-같이>를 관람하는 동안 내가 살아가는 환경의 사람들, 동물과 식물들, 그리고 이 모두를 에워싼 사물과 관계맺는 다양한 방식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따로도, 함께도 좋은 삶이 연대일 수 있음을 떠올려보면서 말이죠.
“나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감정에는 약한 편입니다.
조금만 불쌍한 사람을 보아도 마음이 언짢아 그날 기분은 우울한 편입니다.
내 자신이 너무 그러한 환경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전태일 수기 중
사진 : 수류산방 이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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