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벽
#2 계단 Stairs 2010, 개인소장
김새벽
전시장 전경 2010, 개인소장
김새벽
지하실 탐사 매뉴얼 2010, 개인소장
김새벽
지하실 탐사 도구 2010, 개인소장
김새벽
#11 무제 text 2010, 개인소장
김새벽
설치작품 2010, 개인소장
김새벽
#4 스위치 2010, 개인소장
GYA PROJECT 2010
2010년을 맞이하여 풍부한 예술 인적자원을 보유한 경기지역의 젊은 예술인을 발굴, 지원하여 지역사회와 연계된 시각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기획된 GYA PROJECT 2010 (gyeonggi young artist)의 작가들을 소개한다. 대학을 졸업하였거나, 대학원에 재학중인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젊은 예술 활동가들 중 자신의 작업에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장래 유망한 작가와 비평가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예술 창작활동의 뚜렷한 목적성을 제시하고 이들의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새로운 미술유통 체계를 개발해 나가고자 한다. 이번에 꾸며질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展(이하 “나비”展)은 GYA 2010의 두 번째로 진행되는 전시로 6월 8일부터 한 달여간 개최될 예정이다.
나비가 그린 풍경 김새벽은 설치, 입체조형을 기반으로 하는 작가로서 주로 소통의 문제나 현실과 사회에 대해 관조적 접근함을 그 만의 시니컬한 조형언어를 통해 구현해 나가는 작업을 이어 왔다. 도시와 마을, 그 마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간의 관계함에 주목한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한동안 안양의 석수동을 전전하며 작업의 소재를 찾았다. 그러던 중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된 후 서서히 침전되어가는 허름한 건물의 지하실을 발견했다. 우연히 발견된 어두컴컴한 지하는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캐캐한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건물에 입주하고 있는 주민조차도 수년간 들어가지 않았을 것 같은 정돈되지 않고 어두운 지하. 그곳을 가득 매우고 있는 부셔지고 더렵혀진 물건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냄새. 오랜 시간의 층위를 담고 있는 지하실이라는 공간은 김새벽이 이번 전시를 통해 풀어갈 이야기의 중점 요소이다.
그는 지하실에서 실제하고 있는 부셔진 오브제들과 켜켜이 쌓인 먼지 덩이들, 녹아내려 동굴의 종유석을 연상시키는 솟아 오른 석회석 덩어리 그리고 그 공간에서 가치 없이 서서히 죽어간 어느 ‘나비’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비는 지하실에서 일어난 실재하는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줄 존재이다. 전시의 제목이 전국시대(중국) 장자의 꿈에 나타난 나비에 대한 일화인 호접몽에서 따온 것처럼 ‘나비’는 작가의 시점에 오버랩 되어 전시의 전반을 지배한다.
지하실에 버려진 물건들과 나비의 운명은 마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장소에 처해진 입장과 묘하게 닮아있다. 그리고 언젠가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아 세상에 나왔다가 무관심하게 버려지는 현실을 반영하는 듯하다. 김새벽은 나비의 시선을 빌려 관심 밖으로 밀려난 실재하지만, 부재하는 공간에 대해 담아내고자했다.
부재하는 장소성에 새로운 가치부여를 통해 나비의 육신으로 전도된 작가는 버려진 공간에 대한 환기와 버려지고 잊혀진 사물들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나비”展은 실존하는 공간과 사건에 작가가 미리 만들어 놓은 시나리오와 극적 공간연출을 통해 관객의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전시장은 연출된 가상의 공간과 탐험에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게 만드는 장치로 꾸며지며 실재하는 지하실과 연결되는 포털로서 자리한다.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들에게 주어질 것은 지하실을 둘러싼 이야기와 탐험에 필요한 도구 그리고 매뉴얼 뿐, 전시의 정보를 습득한 관객은 이상한 징조를 확인하고 작가의 시나리오를 따라 극의 배우로 변신하게 된다. 픽션과 논픽션이 공존되는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은 더 이상 관망자가 아닌 극의 배우로 전시의 서사에 중앙에 배치된다. 시각을 통한 유희가 아닌 행위의 주체로서 전시에 참여하는 관객은 스스로가 이 전시의 중심 매개물로 치환되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관계예술로서 작용할 것이다. ■ 스톤앤워터 큐레이터 조두호
GYA 2010 비평
빛과 어둠 경계선의 ‘나비’ 고도화되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들의 격차는 점점 늘어간다.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급급한 삶에서 잊혀져 가는 것들을 기억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속에서 작가는 입주민들의 기억속에서도 사라진 비어버린 안양시 석수동에 위치한 어느 지하실을 발견했다. 그 지하실에서 김새벽은 썩어버린 ‘나비’를 발견해 그 ‘나비’의 시점에서 독백을 시작한다.
그의 작품에서 살펴보아야 되는 것은 형식이 아니라 그 의미와 내용이 더 큰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죽어버린 ‘나비’의 마지막을 되짚어보는 과정을 이번 전시에 담았다. 지하실에는 약간의 조명과 언제부터 집을 지었는지 모를 거미줄, 낡아빠진 의자, 멈춰버린 시계 깨진 백열등, 그리고 작가의 짧은 글들만이 전시되어 있다.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이번 전시의 키워드이다. 이를 통해 그 곳에서 마지막 흔적을 남긴 채 썩어간 나비가 무엇이었는지 작가는 관람자가 찾아내기를 바라고 있다. 그것을 관람자가 찾아냄으로써 비로소 전시는 완성된다.
그렇다면 ‘나비’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는 삶과 죽음을 깨져버린 백열등을 통해 나비가 세상을 인식하는 것처럼 어둠으로 돌아가는 것은 원초적인 어둠이지 그 빛이 사라졌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이를 김새벽의 작가노트 중 인용한 ‘저 오만한 빛은 모체인 밤을 상대로 공간을 뺏으려 싸움을 벌였지만 그것은 안 될 일입니다’ 라는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인용한말과 ‘적어도 이 글에서 어둠은 빛의 분모임을 알 수 있다’라 말한 부분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이번 전시의 가장 기본으로 빛이 있어 어둠이 있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둘 다 존재하는 것인데 우리가 단지 보지 못할 뿐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즉 어둠과 빛은 구분 가능하지만 분리불가능한 것이다.
다만 빛은 어둠에서 존재가 종속된다. 이것을 나비와 공간의 문제로 치환하면 나비는 지하실이라는 공간에서 나감으로서 스스로 분리해내려 했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 존재한 공간은 처음 세상에 존재했던 지하실이라는 공간이고 나비는 결국 지하실과 분리가 불가능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것을 다시 관객참여 위주의 이번 전시로 접목시켜본다면 관객은 3자의 입장에서 지하실로 들어와 그곳에서 처음 시각을 이용한 접근을 하겠지만 어두운 지하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더듬으며 촉각을 이용해 나비에게 다가갈수록 공간과 자신이 하나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결국 나비와 지하실이 그러하듯 관객과 지하실은 분리불가능한 관계로 엮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서로를 분류해나간다. 명쾌한 범주들을 수단으로 하여 생각을 진행해나가기 위해서이다. 검은색과 흰색, 선과 악, 정의와 불의, 과학적인 것과 비과학적인 것 등 흑백논리로 세상을 보고 있어 가장 원초적인 것들을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하고 있다. 보고 있지 못한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것뿐이다. 그렇기에 그의 작업은 그 근원에서 시작하여 사람들에게 잊혀져 버린 지하실에서 우연히 발견해 세상에 안녕을 고한 나비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잊혀진다는 것은 소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실에 존재했기에 잊혀지는 것이고 잊혀졌기에 소멸되는 것이다. 나비는 사라졌지만 나비가 남긴 미처 정리하지 못한 흔적을 발견해냈기에 우리는 나비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래 존재했던 것들은 모두 알게 모르게 흔적을 남기고 소멸되는 것이다. 멈춰버린 시계 역시 나비의 시간을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그 흔적을 없었던 것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우리는 그 존재했던 것들을 쉽게 버리지 않고 어딘가에선 계속 존재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최보람
GYA 2010 창작
괴테의 파우스트에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저 오만한 빛은 모체인 밤을 상대로 공간을 뺏으려 싸움을 벌였지만 그것은 안 될 일입니다’ 적어도 이 글에서 보면 어둠은 빛의 분모임을 알 수 있다. 모든 일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그들의 관계에서 분모를 둔다면 어느 편에 손을 들어야 할까? 우리가 알고 느끼고 지각하는 대부분의 일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임을 생각하면, 그보다 큰(항상 분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드러나지 않는 것에 잠재 된 가능성은 무한해진다. 아마 대부분의 가치 있는 발견들이 꽁꽁 숨겨진데서 나타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 김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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