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만 없었던》 Naming the Nameless
2021.04.30 ▶ 2021.06.06
2021.04.30 ▶ 2021.06.06
전시 포스터
김소영
김알렉스의 식당: 안산-타슈켄트 201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7분
김영글
해마 찾기 2016, 단채널 비디오, 컬러·흑백, 사운드, 8분 37초,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오민수
제자리 구르기 2019/2021, 컨베이어롤러, 모터, 작업용 사다리, 혼합매체, 150×150×50cm
조덕현
언더그라운드 엘레지 2021 혼합매체 가변설치
정재훈
내가 사는 피부 2014/2021, 유토, 석고, 나무막대, 혼합매체, 가변설치
차재민
미궁과 크로마키 2013,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5분
최원준
얼굴의 역사 1. 2019/2021, 디지털 C-프린트, 라이트 박스, 아카이브 설치, 가변 설치, 김문환, 전선식, 조춘만, 최성열 자료제공
1. 전시 기획의 글(요약)
서울시립미술관과 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하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과 한국연구재단이 후원하는 《있지만 없었던 Naming the Nameless》은 강제노동(forced labor) 현장 속에 흩어진 사진, 편지, 증언 등 다양한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제국 건설 과정에서 벌어진 강제징용의 미시사를 발굴해냅니다. 이를 통해 계급, 인종, 젠더, 사회문화적 법제, 디아스포라 이주사 등 복잡하게 얽혀있는 노동의 문제들을 가시화하고, 있지만 없는 듯 굴곡의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이번 전시는 이름 없는 노동자들의 기록에서 출발하여 강제노동자들의 일상과 이들이 거주했던 장소에 남겨진 역사적 흔적, 도시 개발 속에 사라져 가는 강제노동의 현장들, 귀환하지 못한 노동자의 편지와 묘비 위에 새겨진 기억을 조망합니다. 나아가 국가적 폭력과 식민에 따른 종속, 추방과 박탈이라는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안에서 도외시되었던 노동자들의 삶의 기록을 반추해 보고 이를 통해 노동의 현재적 의미를 되짚어보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일본 제국과 식민 조선이라는 이분법으로 강제 노동을 단순화시키기보다, 일상사를 통해 강제 노동자들이 어떻게 스스로 일상과 세계를 전유하며 살아갔는지를 살펴봅니다. 또한 해방 이후 노동의 개념이 국가 주도의 노동자 해외 파견 글로벌 노동, 용역 노동, 플랫폼 노동 등 국가와 자본주의의 관계망 안에서 자유 임노동을 표방한 채 그 양태를 변모하며 형성되어 왔는지를 드러내고자 합니다.
전시는 가장 많은 수가 징용되었던 탄광 노동자들의 모습들로부터 출발해, ‘윤병렬 컬렉션’(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자료 제공) 등을 통해 노동자들의 일상을 실물 자료를 통해 선보입니다. 나아가 다양한 노역에 강제동원되었던 실제 노동자들의 얼굴과 수신자를 잃은 편지, 노동자의 가족들이 영상을 통해 남긴 생생한 목소리, 이국 만리에서 생을 마감한 이들의 묘비 등을 통해 강제노동자들의 일상과 노스텔지어를 드러냅니다. 또한 전시는 동시대 작가들이 다루는 작품과 더불어 근현대사 속에서 명멸한 이들의 이름을 복기하여 이들의 일상과 삶의 의지, 경험과 향수, 공감과 연대와 공명하며 노동에 내재된 다양한 의미망을 직조해냅니다. 군사정권 시절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SeMA 벙커에서 개최되는 본 전시는, 강제 노동자들의 일과 일상의 공간이었던 탄광 갱도의 심연과 조우하며, 노동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고 과거를 재정의하는 행위에 의문을 던지고, 그 의미 사이를 횡단합니다.
본 전시는 쉬이 배제되었던 노동자 아버지들의 서사, 어머니, 아내 등 다양한 아카이브 사료를 통해 구현된 젠더적 기억들, 노동의 현재적 의미, 노동과 디아스포라, 죽음과 기억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있지만 없었던, 수많은 노동자들의 이름을 호명해 다시 이 자리에 ‘있게’ 하는 공명의 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 이용우(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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