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JJ중정갤러리에서 6월 17일(목)부터 7월 10일(토)까지 김태호, 심문섭 작가의 2인전을 개최한다.
두 작가는 반복하는 작업 과정을 통해 작품의 처음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만든다. 오랜 시간 쌓아 올렸던 것을 스스로 없애는 행위, 즉 깎아내고 덮어버리는 행위를 통해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게 한다. 지워냄으로써 오히려 드러내는 역설의 구조이다. 김태호는 쌓아 올린 층을 깎아내어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여러 개의 색 층을 드러나게 한다. 심문섭은 붓질을 반복하여 덮인 부분이 지워지기도 하고 드러나기도 하면서 새로운 색과 형태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끝과 시작을 알 수 없다. 사라지는 것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다시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태호의 작품은 일정한 필선과 안료의 두꺼운 층에 의해 이루어지는 육중한 매스가 특징이다.
일정한 호흡과 질서로 반복되는 직선을 통해 일정한 두께가 만들어지면서 그리드의 안은 작은 동공으로 밀집되게 된다. 스무 가지 색 면의 층을 축적해서 두껍게 쌓인 색 층의 표면을 끌칼로 깎아내면 물감 층에 숨어있던 색 점들이 선명하게 되살아나 안의 리듬과 밖의 구조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심문섭의 작품은 생성과 소멸, 존재와 시간, 응집성과 개방성, 공존성과 기변성을 그대로 품고 있다.
끝없이 붓질을 반복하여 상반되는 두 재료가 혼합이 되어, 캔버스라는 사각 틀 위에서 감추는 것과 드러내는 것을 반복하여 그리는 행위에 의해 사라지거나 덮여버려 찾아내기 어려운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조성이 된다. 이러한 순환과 반복의 과정을 통해 자신들만의 질서와 소통을 만들어 표면에 새로운 세계가 드러나게 한다.
나의 방법은 바탕 만들기에서 그 과정의 치밀성을 들어낸다. 보통 20가지 색 면 층을 축적해나가는 일 자체가 엄청난 도로에 값한다. 또한 이를 적절하게 다듬어가는 긁어내기는 더욱 도로로 비친다. 무수하게 색층을 쌓아 올리는 일도 그렇거니와 쌓아 올린 색층을 긁어낸다는 것은 더욱 황당한 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긁어냄으로써 획득되는 미묘한 물감층의 리듬이 없었더라면, 색깔들이 만드는 신비로운 광채가 없었더라면 얼마나 허무한 일이겠는가. 그리고 빼곡하게 채워지는 작은 방들의 내밀한 구성이 자아내는 웅장한 합창이 없었더라면 이 또한 얼마나 싱거운 표면이겠는가. 덕지덕지 쌓아 올린 안료 층의 육중한 시각적 압도는 만약 그 내면에 끊임없이 생성되는 생명의 리듬이 없었다면 그것은 단순한 덩어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 김태호
그림은 내재적 장소성에 의해 스스로를 규정하는 형식으로 성립된다. 그림은 조각과 달리 주변 공간의 여향을 받는 일이 드물어 독립국처럼 고고하게 존재한다. 그림을 관람하는 측도 독립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림 자신도 자주성을 존중하며 이 양 측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나는 그림에 담긴 깊이, 애매성, 리얼리티, 허구성 같은 풍부한 조형성이야말로 바다의 생리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캔버스라는 사각 틀 위의 그리는 행위에 의해 사라지거나 덮여버려 찾아내기 어려운 무엇이 한층 더 깊게 드러나길 바란다. 감추는 것과 드러내는 것을 반복하며 붓을 들고 긋기를 계속하는 행위는 끌로 나무를 내려치던 일처럼 낯설지 않다.
나의 그림에는 드로잉의 에너지와 드로잉의 리듬이 어느 곳으로부터 다른 어느 곳으로 나아간다. 이때 드로잉에 실려 뻗어 나가는 운동성은 상호 흡수되거나 순환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충돌됨으로써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간다. 고정된 틀을 벗어나는 자유로움은 마치 밀리고 밀려오는 파도처럼 연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나는 살아 있는 물고기처럼 퍼덕이는 생동감으로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의미의 흐름을 담아내고 싶다. 대상을 표현하면서도 그 의미도 새롭게 만들어 재현 너머의 세계까지 그려내고 싶다. 나에게 그림은 사각 틀 속에 갇혀 있는 사물이 아니다.
■ 심문섭
1948년 부산출생
1943년 경남 통영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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