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one is Here
2021.07.14 ▶ 2021.08.14
2021.07.14 ▶ 2021.08.14
전시 포스터
이해강
BDBR94 spray paint and oil on canvas, 90.9x72.7cm, 2019
유재연
Home boat oil on cut-out wood_133 x 151 cm_ 2018
남궁호
Color doesn't matter to us (116.8 x 72.7 acrylic on canvas)
장승근
Mammonism 3 oil on canvas, 72.27x60.6cm
최수인
가짜무덤(A fake tomb) Oil on canvas 91x91cm 2019
도잉아트는 2021년 7월 14일부터 8월 14일까지 < No one is here > 전시를 통하여 장르를 아우르는 컬러감 넘치는 젊은 작가 5인을 한자리에서 모아 2021년 현재를 살아가는 Young Artist들의 비전을 보여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는 아티스트들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유령’이란 존재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이탈리아의 자코모 레오파르디(Giacomo Leopardi, 1798~1837)는 서정적 시인으로 “가장 먼저 사랑을 빚어내는 것은 시선이다” 라고 하였으며, 이는 바라보는 모든 것들의 형상을 가슴에 전달하는 것은 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단테는 “눈에 보이는 것들은 사적인 것이든 널리 알려진 것이든, 마치 유리를 통과하 듯 투명한 도구를 통해, 실체가 아닌 의도로서-사물이 아니라 그것의 형상이 들어온다는 뜻이다-눈 속에 들어온다” 라고 했다
이러한 그들의 주장은 대상의 이미지가 우리의 감각에 새겨지고 그렇게 해서 우리에게 얻어진 인상, 환상 혹은 유령은 상상력 안에 수용되며, 결과적으로 그 상상력으로 인상을 원래의 대상이 없이도 인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자코모의 “마치 벽에 그려진 것 같은” 가슴 속의 이미지는 중세 심리학 속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유령’의 역할이라고 하겠다.
‘유령’에 대해 과거로부터 전해오는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소크라테스는 우리의 감각에 남는 기억들, 감각과 연결되는 열정들은 우리의 영혼에 글을 새겨 넣는 것이며 글을 솔직하게 쓸 때에는 우리 안에서 진실한 말과 의견이 생겨나지만, 거짓을 쓸 때에는 진실과는 정반대로 영혼에 반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미지를 영혼 속에 그려 넣는 것은 시선을 통해서든 다른 감각을 통해서든 의견이나 이야기 속의 이해와 교감 뒤에, 이런 대상들의 이미지를 내면에서 떠올리도록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플라톤은 영혼 속에 사물의 이미지를 그려 넣는 예술가는 다름 아닌 ‘상상’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며, 실제로 이러한 이미지 즉 ‘아이콘’들을 ‘유령’으로 정의한다. 플라톤이 기억과 상상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이러한 ‘영혼 속의 이미지’ 없이 욕망과 쾌락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과 순수하게 육체적일 뿐인 욕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선을, 색에 의해 공중에 새겨진 하나의 열정이 공중에서 눈을 전달된 다음 눈의 촉촉한 액체 속에서 거울처럼 반사되는 매커니즘으로 설명한다. 그 느낌에 의해 생성된 움직임과 열정이 상상력에 전달되고, 그 상상은 지각된 사물의 부재와 상관없이 유령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의 영혼 속에 있는 유령은 우리가 눈을 감고 있을 때처럼 구체적인 느낌의 부재 속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며, 과학이나 지성의 힘으로 확인 불가능한 거짓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볼 때 예술이란 우리의 시선을 통해 접한 이미지들이 상상력으로부터 살아나기 시작하고 우리의 감각 안에 ‘유령’이라는 존재로 새롭게 각인되어 우리의 사고를 지배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해강 작가는 그래피티, 애니메이션 등 주로 스프레이로 하는 작업을 하다가 캔버스에 유화로 회화 작업을 시작하면서 유화라는 매체가 가지는 느린 작업 속도, 물감을 쌓아가며 만들어내는 덩어리감, 그리고 끈적이는 질감에 흥미를 느끼고 스프레이와 함께 두 장르를 섞어가며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매체의 이질감이나 충돌은 마치 스트릿 컬쳐와 현대미술을 한데 버무려내는 ‘중간자’, ‘경계에 선 사람’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악당들이다. 드래곤 볼의 주인공인 손오공보다 주인공을 돋보이게 해주는 ‘헌신적인’ 존재, 또는 돋보여주기 위한 존재를 만들고 그들을 주인공 히어로들보다 강한 기술을 구사하는 존재로 만들어 그들 자체를 주인공화 시킨다. 때로는 괴이한 모습으로, 특이한 형상으로 혼란스럽고 현란한 존재가 만들어진다.
최수인 작가는 작가와 주변의 관계를 통해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과 그로 인한 혼란 및 충돌이 발생하는 감정 관계에 대하여 작업한다. 작업은 외부의 어느 지점에 위치한 ‘응시’ 아래 위장한 주체의 모습(작가의 심리적 모델)과 이들을 감싸는 가혹한 환경을 가시화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외부세계로부터 대상을 향해 오는 눈길이 있다. 심리적 대상들은 이 시선을 부드럽게 받으며 함께 어우러지기도 하고, 심한 갈등으로 부딪히며 서로를 밀어내는 상황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보통 외부세계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마을을 지키는 정승처럼 우뚝 서있는 자연물의 형상이나 괴물 혹은 귀신처럼 보이도록 그린다. 이는 저마다 사연은 있겠으나 확실한 객관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내가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이미지이다. 하지만 이 역시 믿을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작가 노트 중에서
위장을 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은 부끄러운 상태의 대상을 털이 많이 난 생명체로 그리며 그 주체는 풍경 속에서 장소성을 가지는 ‘장면’이 된다. 그 장면 안에서 가짜 대상들은 유동적이고 충동적이며 계속해서 변형 중이다.
유재연 작가는 상상력을 통하여 제한을 두지 않는 다양한 대상에 대하여 회화, 평면형 부조, 설치, 영상 등의 다양한 방식의 작업을 한다. 화면에 이미지와 대상,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의 관계 범위, 또는 이미지 단독으로서 존재의 의미를 상상력을 발휘하여 온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 청색 작업들은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집된 이야기들로 현실과 환상을 뒤섞고 이미지텔링을 해나가듯 망설임없이 풀어내며 우리를 초현실의 세계로 인도한다.
주체와 타자들의 삶과 정체성 그리고 관계를 현현하던 질서와 규칙들은 작가의 공상과 함께 초현실이 되고 그러한 세계의 과거와 현재, 이상과 현실 그리고 이곳과 저곳 등 무의식적 환상이 되어 마침내 화면에 다중 적이며 서사적인 이미지의 스펙트럼으로 가득 채워진다.
남궁호 작가와 장승근 작가는 애니메이션을 차용하여 팝아트를 상징하며 ‘서브컬쳐’에 대해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발전시켜왔다. 즐겨보던 애니메이션 속의 이미지들을 분석하고 다양하게 발전시켜 유쾌한 화면을 만들어 나간다. 장승근작가는 ‘인지 부조화’라는 주제를 토대로 상반된 속성의 익숙한 두 이미지가 서로 결합하여 대중문화의 초상을 그려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다섯 작가 모두 비현실적인 것에 주목하고 그들의 심상으로 만들어내는 유령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한다. 각자의 작업의 대상으로 삼는 가상의 유령은 과연 무엇인가? 유령에 대해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진실은 무엇인가? 나아가 어떠한 작업의 형식으로 그것들을 풀어내고 있는가?
작가들이 만들어나가는, 그들의 작품 안에서 읽혀 지는 ’유령’의 존재에 대하여 하나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대상을 만나 가상의, 환상의 세계가 몸 전체로 전해짐을 경험해보시기를, 유령들의 유쾌한 반격을 함께 즐겨 보시기를 바란다.
1988년 서울출생
1987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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