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기슬기
전시장 가는 길_7개의 시공간 그리고 인미공 2021, 잉크젯 프린트, 100 × 132cm
김재민이
오근세氏를 찾아서 2020, 단채널 비디오, 6분 17초
문영민
방사선 전문의와 십자가 2020, 리넨에 유화, 53 x 45.5cm
이원호
적절할 때까지Ⅰ 2019, 5채널 비디오, 60분
『월간 인미공』은 인미공의 시각예술 연구-기획-발화의 역할을 재고하는 성글고 열린 테스트 베드로, 3개월 동안 매월의 주제와 창작자들의 결과물을 연결하고 충돌시키며 문제의식을 드러냅니다. 텍스트와 이미지는 인미공 홈페이지(www.arko.or.kr/insa/)와 인미공 2층 공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장소는 순수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 고안되어야 한다.”
7월 『월간 인미공』은 《접힌 경계: 안과 밖》이라는 제목으로, 팬데믹 이후 빈번하게 사용되고 등장하는 ‘경계’를 다각적으로 살핀다. 미술 저널 ‘e-flux’는 코로나19가 국가 간 경계(borders)를 조롱(mockery)하고 강화했다고 언급한다. 여기서 강화된 경계는 지리적 영역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지역 내의 부/가난, 젊음/늙음, 아픔/건강함 등 차별과 갈등의 원인이 된 개념들이 더욱 더 양극화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국가의, 지역의 안팎으로 차단된 경계(境界)는 견고한 경계(警戒)를 구축했다.
이 글의 시작으로 사용한 문장의 출처는 아미타브 고시(Amitav Ghosh)의『그림자 선 The Shadow Lines』(1988)으로, 공간과 장소, 지리가 당연히 주어진다고 생각하는 지점을 비판하는 부분이다. 한때 물리적 이동은 물론 정보의 이동 또한 자유로워 경계란 그저 암묵적인 약속 혹은 규칙처럼 느껴지던 적이 있었다. 시각예술관련 글에서 자주 만나는 경계도 그저 ‘넘나들며’ 활용 가능한 단어였다. 그러나 새로운 질병의 창궐 이후 사회의 모든 요소에는 꽤 강고한 경계가 설정되면서 사회 기저에 깔려 있던 긴장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에 《접힌 경계: 안과 밖》은 명확히 보이지 않지만 팬데믹 이후 그 역할과 의미가 복합적으로 작동하여 감각으로서 지각되는 경계(境界·警戒)를 상상하고 읽어보고자 한다.
먼저 들여다볼 것은 지역(Local)간 경계의 문제이다. 국외로의 이동이 불가해지면서 자연스레 국내 환경, 자원,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내’가 거주하고 서사를 쌓아나가는 이곳이 팬데믹의 대안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한편 2020년 대한민국의 주민등록상 인구의 첫 감소가 시작되었고 200여개의 시군구 중 약 46%가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었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갈라지는 지역양극화와 소멸의 문제 그리고 로컬이 위기의 대안이라는 찬양이 상충하면서, 작금의 로컬 담론과 정책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연결하여 'e-flux'가 코로나 이후의 경계는 영역 구분선 뿐 아니라 양극화를 조장한다고 언급했듯 차단과 차별로 인한 경계(警戒)의 태도가 주체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한 변화를 고찰한다.
물론 경계가 분할과 배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접힌 경계: 안과 밖》은 경계라는 단어가 가진 두 의미가 서로 엮여 발생하는 충돌의 지점에 주목한다. 이에 《접힌 경계: 안과 밖》에 참여한 작가 및 연구자들은 경계의 다면적인 양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덧붙인다. 먼저 지난 4월 방영된 KBS창원의 <소멸의 땅> 아카이브 페이지 및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형관 기자와의 인터뷰로 지역 소멸의 실태와 문제점을 들어본다. 부산외대 박형준 교수는 로컬리티에의 환상을 비판하고, 지역의 문화 예술 사업이 실행되는 현실을 검토한다. 그리고 이 ‘파멸적 집중’의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자신만의 언어를 발화하고 연대를 희망하는 대전의 페미니즘 콜렉티브 ‘보슈’의 글과, 경남 남해에서 활동하는 ‘해변의 카카카’의 지역 소멸에 대한 무크지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또한 경계를 다각적으로 바라보는 작품들을 《접힌 경계: 안과 밖》과 연결해본다. 기슬기는 《접힌 경계: 안과 밖》의 참여자들에게 미션을 전달하여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촬영된 결과를 모아 봉합하고, 김재민이와 이원호는 서울의 안과 밖의 경계를 걷고/달리며 지역 간에 내재된 미묘한 구조와 관계를 살핀다. 문영민은 동서양의 종교문화를 모두 겪었던 기억을 바탕으로 타자에의 애도, 문화의 이종교배,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제사라는 대상에 담는다. 마지막으로 현재 파리에 거주 중인 큐레이터 심소미는 봉쇄령 당시 경험한 집과 도시의 경계 사이에서의 이야기를 전한다.
《접힌 경계: 안과 밖》의 참여 작가 및 연구자들은 각자가 경험하고 있거나 해석한 경계 그리고 그 영향이 안팎에 작동하는 현상들을 탐색한다. 그들의 시선을 통해 접혔다 펼쳐진 경계 주변의 서사는 특정 사례의 나열이 아니라,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이어질 미래의 장면들이다.
*『월간 인미공』7월호는 7월 13일부터 인미공 홈페이지(www.arko.or.kr/insa)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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