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미: Form, Landscape, and Memories Lost
2021.07.23 ▶ 2021.09.04
2021.07.23 ▶ 2021.09.04
전시 포스터
라오미
끝없는 환희를 그대에게 캔버스에 분채 227x910cm (5점, 각 227x182cm) 2020-2021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라오미
그림자의 강 캔버스에 분채 194x390cm (3점, 각 194x130cm) 2021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라오미
How to walk an elephant 캔버스에 분채 130x194cm 2020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라오미
금강산혼성곡 金剛山混成曲 (still image) 단채널영상 14분 5초 2021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라오미
전시전경 2021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라오미의 역사화: 21세기의 타블로 비방
컬렉션: 과거와 현재의 만남
《Form, Landscape, and Memories Lost》에서는 라오미의 작업과 송은문화재단의 고미술 소장품이 함께 전시된다. ‘실향민’이라는 창업주의 정체성이 반영된 도자나 그림의 컬렉션은 북한의 풍경과 서사를 다룬 컬렉터가 후원하는 젊은 현대미술 작가와 만나게 되는 셈이다. 작가는 컬렉션의 도자기를 모아서 2층에 폭포가 떨어지는 듯한 대형에 따라 배열하였다. 언급한 바와 같이 라오미의 <끝없는 환희를 그대에게>(2020-2021) 속 단둥 지역은 관객에게 상당히 익숙지 않은 장소들이다. 게다가 ‘동시상영’의 <느리고 장중하게>에서 거대한 물줄기와 급류는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이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을 거스르고 그 틈을 파괴하는 절대적이고 폭력적인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컬렉션과 라오미의 작업이 지시하는 다양한 시, 공간의 틈을 극복하고 서로 만나게 만들어주는 힘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단 여기서 중요한 것은 라오미가 미술사를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별반 참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컬렉터와 원작자의 의도나 생각보다 지금 과거의 물건과 시각문화를 감상하고 재배열하는 작가, 혹은 현대인의 시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전혀 생각지도 않은 장면과 대상을 조합해서 예상치 못한 감상의 경험을 만들어내는 라오미 회화 속 장면을 연상시킨다.
세 번째 층에는 라오미가 전시 기획자로서 자신의 작업과 컬렉션을 나란히 배치한다. 다양한 매체, 출처, 미술사적 시간성을 지닌 이미지와 물건은 사실 여부나 역사적이고 소재적인 연관성을 강요하는 방식에 반기를 들고 있다고도 보아진다. 결국 무엇이 재현되었느냐보다 무엇이 전시 감상의 프레임을 정하는가가 중요하다. 연장선상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고 역사적으로 혼동된 미술관의 오래된 컬렉션과 미술관이 후원하는 젊은 작가의 만남은 단순히 오래된 미술관의 컬렉션을 현대미술 작가의 작업과 얼마나 ‘잘’ 연결할 수 있을지를 시험해보는 장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로부터 온 물건과 현대미술 작가의 작업이 서로 병치되어서, 풍경, 역사적 기억, 재현의 문제를 어떻게 공유하고 있는지 관객이 관찰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덧붙여서 최근 국내 미술계에서 특정 기업의 창업주가 오랫동안 수집해온 컬렉션이 초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와 연관해서 OCI 미술관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미술관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컬렉션을 대중에게 보여줄 다양한 방법이 강구되고 있다. 송은문화재단의 경우 지난 10년간 한국 현대미술에서 젊은 작가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공간이어왔다. 최근에는 새로운 전시 공간의 오프닝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전후 미술계의 사정과 개인 컬렉터의 취향이 지닌 가변성을 고려해서 우리나라 컬렉션과 컬렉터의 역사를 정리해야 하는 중요한 역사적 과업을 상기시킨다. 물론 전시의 끝에 예상치 못한 결과들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라오미의 역사화가 보여주듯이 이제 역사나 서사에 대한 유연한 태도는 오히려 잊힌 역사를 재발굴하고 새롭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덕목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어떤 결과와 관객의 반응이 나올지 사뭇 기대된다.
*위 내용은 고동연 미술사가의 평론글 「라오미의 역사화: 21세기의 타블로 비방」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 고동연(미술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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