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Hello! Contemporary Art - Dark side of
2021.07.16 ▶ 2021.08.14
2021.07.16 ▶ 2021.08.14
전시 포스터
최성규
그 따위 농담은 이제 지겨워 3 복합매체, 가변설치, 2021 외
강건
순수잡종 폴리우레탄, 레진, 합성 모피, 바늘, 실, 비즈, 65×176×104cm, 2021
임현희
천 번의 숨, mixed media on canvas, 130.3×193.9cm 3ea, 2021 천 번의 숨, acrylic on canvas, 150×150cm 2ea, 2020
심윤
MAN IN THE CITY oil on canvas, 450.0×259.0cm, 2021 외
인세인 박
Holytube 강화 스티로폼, 실리콘, 가변설치, 2021
채온
easy oil on canvas, 112.1×145.5cm, 2021
2021 Hello! Contemporary Art - Dark side of
‘Hello! Contemporary Art’는 2014년부터 동시대성의 참조와 이해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개별적 감성 의지들의 시각적 축적을 선보이면서 각기 다른 인식을 상호 연결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해온 봉산문화회관 기획전시의 이름이다.
이번 전시에는 지금까지도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의 최고 앨범 중 하나로 손꼽히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달의 어두운 면(The Dark Side Of The Moon)”에서 착안한 기획을 선보이게 되었다. 1973년에 발매된 이 앨범은 당시 시대적 정신인 시간, 돈, 광기, 죽음 같은 무거운 주제를 표현하며 많은 이들을 열광시켰다. 앨범제작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베이시스트 로저 워터스는 '당신이 폭력을 행사했을 때 정당하다고 생각했나?', '죽음이 두려운가?', '당신이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같은 어두운 질문들을 앨범에 삽입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주었다. 그로부터 2021년, 현 사회에서 바라보았을 때 당시 열광했던 시대정신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고 발전해 왔지만, 인간 내면 깊은 곳에 감추고 있는 본능적 어두움의 광기는 언제 어디서든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각종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다. 로저 워터스가 여담에서 “결국 어두운 면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어둡고 밝은 면이라는 것을 만드는 것은 오직 태양뿐이다.”라고 말한 것과 같이 정상과 비정상, 빛과 어둠, 선과 악, 양과 음, 빛과 어둠은 공존하는 것으로 이분법적 구분은 의미가 없음을 이번 전시에서 암시하고자 한다.
전시는 크게 두 가지의 목적을 두고 진행하였다. 사회라는 초자아(Superego)에 의해 억압되어 온 내면의 또 다른 자아 즉, 관습과 교육에 숨겨진 충동, 본능, 감각적인 부분이 내면속에 존재한다는 가정을 두고 예술가들의 심리와 작품을 통해 나타나는 양가성을 찾아보려는 목적과 일반 관람객들이 작품을 관람할 때 형상적 표현 이면에 숨어있는 “작가는 왜 이런 작품을 했을까?”와 같은 의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함으로 동시대미술과 친근해지기 위한 목적도 함께 두었다.
전시의 구성으로는 보편적 인간의 내면에 간직한 어두운 면을 관계, 삶, 욕망으로 크게 세 가지로 구분(Sector)하였다. 그리고 구분된 내용을 탐구하는 작가들을 초대하고 주제를 “어두운 면(Dark side of)”으로 명명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주제의 근거나 지표를 찾기 위하여 작가의 심리를 미술에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진행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고자 하면, 먼저 작가의 동의를 구함에서부터 출발하였다. 자칫 ‘심리상담’이란 말이 개인적 치부를 드러낼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상담 전문가인 조명실(계명대 교수)의 도움으로 상담윤리의 전문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공개와 비공개의 범위를 설정할 수 있었으며, 작가들도 흔쾌히 취지에 동의하며 진행할 수 있었다. 그래서 먼저 주제에 따른 신뢰도와 타당도가 검증된 체크리스트를 1차로 이메일을 이용하여 작가의 작품 활동에서의 심리적인 경향을 사전점검하였다. 2차로 그룹별 대면 심리상담과 3가지 상담활동을 통해 구분(Sector)된 주제에 나타난 작가심리의 최소한의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미학적 시각으로 다시 연결하는 과정도 진행하였다. 이미 기존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미학적 비평글을 진행하고 있는 박소영(전시기획자 및 미술비평)에게 심리검사 결과를 전달하여 미학적 비평과 비교토록 부탁하였다. 지금까지 미술에서 바라보는 일방적인 시각이 아닌 다른 시선에 주목하며 해석의 확장을 실험하는 과정인 것이다. 더욱이 현대사회에 들어와 인간행동은 더욱 복잡다단해짐으로 예술가의 시각 또한, 단편적인 모습이 아닌 복잡한 심리상태를 구사하며 표면적 형식 이면에 숨어있는 철학적, 은유적, 감각적인 내용이 녹아있음으로 일련의 활동이 관람객들에게는 추론적 상상력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 또한, 축적된 경험의 실현을 위해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며 창조와 발견을 이어나가는 작가에게는 소통과 공감의 단초를 이번 전시에서 찾을 수 있길 기대하며 전시를 열어본다.
sector 1. 관계의 어두운 면(The dark side of relationships) 먼저 사회적인 관점으로 구성해 보았다. 현시대의 가장 큰 화두인 코로나19 팬데믹의 위기를 보며 이성적 판단 이면에서 자칫 분노와 차별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짐을 보았고, 기존 불평등에서 가져온 인종, 지역, 나라, 경제력 등이 인간의 어두운 본능이 수면 아래 집단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도 보여주었다. 인간이 만든 불완전한 사회를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해 관계라는 동시대미술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제공하고 예술가의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담을 수 있도록 3개의 구획으로 나눠보았다. 첫 번째로 최성규 작가는 예술가로 살아가는 본인의 생각과 현상의 안과 밖 이미지를 통해 현대인들이 관계 속에 느끼는 두려움, 편견, 선입견, 오해 등에서 오는 혼란을 이야기하고, 두 번째로 강건 작가는 타자의 시선으로 분열되거나 변형된 또 다른 자아와 본래의 자아가 겪는 이중적 관계에 대해 표현하며, 세 번째로 인세인 박 작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세대와 미디어의 관계에 대해 풀어 본다.
sector 2. 삶의 어두운 면(The dark side of life) 다음으로 인간의 끊임없는 관심사인 삶과 죽음에 대한 접근이다. 삶에 대한 본능은 죽음의 언저리에서 더욱 의지를 불태우게 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삶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죽음의 그림자는 늘 곁에 머물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라는 것은 애초부터 모호하며 서로 등을 돌릴 수 없는 관계일 것이지만 그 둘 사이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함으로 우리가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시에 참여한 임현희 작가는 ‘천 번의 숨’ 이란 제목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밀물과 썰물, 살아가기 위한 들숨과 날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움직임과 호흡들이 모인 함축된 조형 언어를 구사하며 죽음에 대한 수용적 자세로 삶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게 한다.
sector 3. 욕망의 어두운 면(The dark side of desire) 마지막으로, 인간의 내면적인 측면이다.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생활 양식은 변화되고 있지만, 각기 존재하는 어두운 단면에 나타나는 인간의 욕망은 크게 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흔히들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 욕구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지만,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의 원천이자 발전의 원동력이란 긍정적 측면도 함께 공존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물질만능주의 사회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말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명의 반대말은 자연이 아니라 야만이다.”라는 말과 같이 약자를 짓밟고 착취하려는 잔혹함과 파괴, 탈취하려는 본능이 인간 내면에 존재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이런 인간의 욕망이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양가성을 지니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참여한 두 작가의 작품에도 각기 다른 욕망을 내포되어 있는데, 심윤 작가는 현대인이 가지는 다양한 욕망의 이중성을 신화와 명화를 빌려 현실의 굴레를 꿰뚫은 섬세함으로 표현하였으며, 채온 작가는 그림 그리는 본질에 집중하며 대상과의 주체화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내면의 복합적인 욕망을 풀어주는 본능적 행위로 보여준다.
달은 스스로 변화가 불가능하고 오로지 태양의 광원을 받아 빛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Dark side of the moon 앨범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두운 면의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면 우리는 밝은 면의 결핍에서 발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봉산문화회관큐레이터 조동오
1980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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