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순
검은 선인장으로부터(황색)1 먹물, 아크릴, 목탄, 파스텔 , 73x73cm, 2010, 개인소장
배상순
drawing1 종이에 목탄, 76x56cm, 2010, 개인소장
배상순
drawing2 종이에 목탄, 76x56cm, 2010, 개인소장
배상순
drawing3 종이에 목탄, 76x56cm, 2010, 개인소장
배상순 작가는 우리나라와 영국,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활발한 작업을 하고 있는 젊은 작가이다.
무채색의 목탄과 먹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작가는 관계 맺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하고 있다. 관계를 매듭이라는 메타포를 사용하고 있는 배상순의 작업에서 단순한 먹빛에서 깊고 따스한 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근작 15점 가량이 출품될 예정이다.
사이의 미학
배상순 작가는 한국의 미술대학 졸업 후 일본의 무사시노 미술대학원과 교토시립예술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교토를 거점으로 한국, 영국 등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 청먹과 흰색의 젯소를 바른 바탕화면에 먹선과 목탄으로 그려나간 검은 선과 덩어리 형태의 작업과, 검은 벨벳 위에 얇은 세필로 젯소를 묻혀 그려 섬세한 선의 중복에 의한 두 가지 유형의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원래 인체 데생으로 출발해 추상화한 선들로 몸의 윤곽선에 기초하면서 유기적인 선의 운율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자신을 알기 위해 인간을 그리기 시작한 작가는 신체의 움직임과 신체 사이의 거리에 흥미를 갖고 사람과 삶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모델을 통해 발견하려 한다. 단독의 모델들과 2인의 여성들, 남성들, 그리고 남녀라는 모델들의 신체 접촉으로 인해 생겨나는 공간과 거리의 변화에 촛점을 맞추어가면서 작업을 해 오면서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즉 몸과 몸의 사이에 작용하는 에너지의 흐름의 구조가 항상 변해가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관계라는 형태의 아우라를 찾아 그려나가는 배상순의 중요한 컨셉이 여기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녀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선들은 면을 가르는 선과는 다르게 양면으로부터 안과 밖의 세계가 뒤섞이는, 마치 먹물의 흔적처럼 주변 세계로 스며 나와 바깥 세계를 의식하게 한다. 현재의 작품으로 이어지는 <흑과 백의 사이에 생기는 경계>, <흑백이 역전하는 이미지>는 이같은 안과 밖에서 뒤섞이는 선의 의미에 연장선상이라 볼 수 있다. 특히 강렬하고 힘찬 생명감이 넘치는 선, 정서를 배제한 흑과 백의 금욕적인 단색, 그리고 한 가닥 선으로부터 전 화면을 이끌어내는 그녀의 작품은 감각적인 색의 느낌과 작법의 다양함에 의존하는 근년의 회화동향과는 정반대의 근원적인 표현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배상순의 절제된 표현으로부터 우러나는 회화의 생명력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인간관계가 소원해지기 쉬운 현대사회 속에서 삶의 본질을 관계 안에서 찾고자 하는 배상순의 작품이 우리들에게는 회화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주고 앞으로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과 진화를 가져올 것이라 보여진다.
平木惠美子Hiraki Emiko (art director)
관계의 은유로서의 매듭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 모체와의 분리로부터 오는 고립감의 충격이 얼마나 클까?
그리고 그 충격으로 인해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 누군가와 관계 맺기를 지속하는 것일까?
결국 관계 맺기는 인간의 생물학적인 분리의 극복을 위한 본능적인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작품은 그러한 관계 맺기의 유형들을 어떤 형식으로 표현하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친구의 결혼식에서 봉투에 매어진 매듭이 두 사람의 "관계의 시작"과 축하를 의미하고, 지인의 장례식의 봉투에 사용된 매듭은 그 사람과의 "관계의 끝"과 슬픔을 의미하는 메타포로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한 매듭들의 형태와 의미가 나의 작품 속에 들어와 회화로 재구성되고, 그리고 고립감의 탈출구로서 타인과의 관계의 모습을 매듭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고 있다. 결국 내 작업은‘관계 맺기’ 될 것이다. 라는 추상적인 언어가 회화적 형식을 통해 표상화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공간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실타래들이 얽히고 설키듯 펼쳐질 것이다.
잿빛 캔버스 위에 먹물과 목탄의 검은 선들이 하나의 캔버스에 머무는 것이 아니고 다른 캔버스로 공간이동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되어가는 인간관계를 은유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메타포로서의 매듭
옛날, 상사병에 걸린 뱃사람은
낚싯줄로 느슨하게 사랑 매듭을 만들어
사랑하는 여인에게 보냈답니다.
매듭이 느슨한 상태로 그대로 되돌아 오면
그 관계는 제자리 걸음이고,
단단하게 묶여져서 돌아오면 사랑이 맺어지는 것이고,
매듭이 뒤집혀서 돌아오면 배를 타고 떠나라는
무언의 충고였다고 합니다.
-작가노트 중에서
1971년 전라남도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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