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한상윤
豚(돈)지창조, Happy Pig - Like Michelangelo Acrylic on Canvas & Gold leaf, 163x131cm (100F), 2021
한상윤
사랑에 빠지다, Happy Pig - Fall in Love Acrylic on Canvas & Gold leaf, 90.9x72.7cm (30F), 2021
한상윤
도나- DONA - Happy Pig Sculpture Toy 11.5x13x30(h)cm, 2021 full package
한상윤의 PIG-POP, 한국적 팝의 새로운 가능성
존 A. 워커(John A. Walker)는 현대를 ‘대중매체의 시대’로 정의한다. 팝아트가 대중문화를 해석한다는 것은 예술작품 사이에 예술가가 의도한 숨은 의도가 담겨 있음을 말한다. 팝이 처음 선보였을 때 유럽과 미국의 반응이 달랐던 것처럼, 한상윤의 피그팝 역시 다양한 반응을 남긴다. 광고에 등장하는 소녀의 모습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의 인물과 유사한 제스처를 보이더라도 그 제작목적은 다른 것처럼, 작가는 대중문화의 상업논리를 모사(模寫)하는 입장이 아니라 이를 재해석하는 입장에 있다. ‘획(劃)’을 강조하고 앙증맞은 ‘Pig-Smile’을 표출하면서도 ‘현학적 해학’을 시대정신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상업문화를 모사하는 팝과 사뭇 다르다. 자본을 브랜딩 하는 미술시장의 요구 속에서, 작가는 한국팝아트의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하기 위한 질문들, ‘전통과 현대를 어떻게 융합할 것인가’를 고심 중이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오마주 피그팝’은 기존 작품과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긍정적 시대정신을 담고자 한 ‘21세기 新 풍속도’를 모색한다.
행복한 삶을 향한 피그팝의 여정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목표로 살아간다. 행복의 원형과 대중적 보편성을 갖고 탄생한 한상윤 작가의 PIG-POP은 ‘긍정적 삶’을 모티브로 한다. 작가 특유의 생활태도와 긍정의 미학이 ‘福’이라는 메타포와 닿아 있기 때문이다. 특성은 다양한 색을 휘감은 유려한 필선이다. 과감한 획과 주저함 없는 색의 조화는 필법(筆法)에 대한 정확한 이해 속에서 독자적인 화풍을 구성한다. 돼지를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나고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처럼, 한상윤 작가에게 ‘팝이란 시대의 단면을 일깨워주는 가장 솔직한 매체’인 셈이다. 서구식 팝과 다른 독특함의 추구, 풍자만화와 동양의 서법(書法)이 결합한 보편적이면서도 주관적인 자신만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다. 조부의 영향으로 5살 때부터 지필묵(紙筆墨)을 잡기 시작한 작가는 돼지의 길상(吉相) 모티브를 의인화함으로써 자신이 그린 세계 속에서 행복한 삶을 꿈꾼다.
십이지신 가운데 마지막 동물인 돼지(亥)는 신화(神話)에서 신통력(神通力)을 지닌 길상의 동물로, 재산이나 복의 근원, 집안의 재신(財神)을 상징해 왔다. 우리의 고대 출토유물, 문헌이나 고전문학에서도 돼지는 상서로운 징조로 해석된다. 민간에서는 재산이나 복의 근원으로, 집안의 수호신으로도 번역되었다.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사업이 번창한다는 의미는 물론, 정월의 첫 돼지날에 개업하면 부자가 된다는 속성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렇듯 돼지는 공(功)이 많은 동물이다. 한상윤의 작품 속에는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가로질러 행복을 쟁취한, 입꼬리가 기분 좋게 올라간 돼지 군상이 자리한다. 나의 누이/형제와 부모, 사랑하는 이와 친우(親友), 경쟁 속에서도 ‘나이스 샷’을 외치는 다양한 인간관계, 무엇보다 갖은 풍파 속에서도 여유(餘裕)를 즐기는 행복한 자화상이 아로 새겨져 있는 것이다. 작가의 돼지그림은 예술 속에서 좋은 기운과 만났을 때, 현실의 고통조차 위안 삼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오마주 피그팝, 현학적 해학과 만나다.
<달豚도>, <아비뇽의 豚녀들>, <豚지창조>, <마를린 豚로> 등, 어디선가 들어봤던 제목들을 비집고 ‘돼지 돈(豚)’자가 결합한다. 자본화된 팝의 긍정효과가 명화와 만났을 때,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 <달豚도>는 선종불교의 창시자인 달마의 모습을 돼지와 결합하여 눈을 부릅뜨고 수염이 덥수룩한 승려의 이미지를 모던한 해석으로 희화화 했다. 사찰은 물론 가정이나 가게에도 한두 점씩 걸어두던 달마도는 정성과 염원을 담아 강한 기운을 지니는데, 달마가 돼지와 만나면서 긍정 의미는 배로 더해지게 된 것이다. 돼지로 대체된 달마는 지팡이 대신 골프채를 들고 있어 ‘나이스 샷’을 날려 ‘홀인원’을 할 것 주술적 느낌을 준다. <아비뇽의 豚녀들>과 <豚지창조>는 각각 피카소와 미켈란젤로의 대표작을 오마주한 것이다. 선정적인 아비뇽의 이미지들은 피카소의 작품(Les Demoiselles d'Avignon, Les Demoiselles d'Avignon) 속에서 원근법과 누드라는 전통을 깨고 현대미술을 여는 상징이 되는데, <아비뇽의 豚녀들> 역시 전통적 가치관을 해학적으로 역전시킴으로써 ‘여권이 신장된 휴머니티=21세기 여성시대’를 보여준다. <豚지창조>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보다 강렬하다. 시대의 상징을 화살표처럼 그려낸 “손”의 메타포는 알파벳과 영문브랜드로 대표되는 식문화(Coca cola & starbucks) 등을 ‘보편화=자본시대의 해학적 모티브’ 속에서 이야기한다. 한상윤 작가는 일상 속에 녹아든 ‘현학적 해학’을 통해 현 시대가 추구해야할 예술의 가치를 동서(東西) 명작들과의 만남 속에서 발견해내고자 한다.
다면(多面)의 피그팝, < Modern Times >에 담긴 천태만상
인간성 상실의 시대, 다양한 삶의 희노애락이 한 화면에 담겨 ‘총체적 삶의 얼굴’로 표현된다. 한 얼굴로 살기 어려운 시대, 작가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변화의 일로에서 실제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를 끊임없는 찾는다. 한국적 해학과 아시아적 정체성을 탑재한 감각적이면서도 세련된 작품들은 작가가 앞으로 발표할 신작들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수없이 반복되는 다면의 표정들, 심각한가 하면 웃음 짓고 울상인가 하면 이내 넘겨버리는 변화무쌍한 현대인의 자화상 속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나의 오늘을 진단하고 위로를 받는다. 앤디워홀이 생성했던 반복과 차이의 미학을 계승하면서도 필선을 살린 수묵의 가치를 되새겨 넣음으로써 어떤 누구도 좇아 그릴 수 없는 ‘한상윤 만의 모던타임즈’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1985년 경기도 수원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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