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영산강 Digital pigment print, 2020
김지연
영산강 Digital pigment print, 2020
김지연
영산강 Digital pigment print,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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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Digital pigment print, 2020
김지연
영산강 Digital pigment print,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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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Digital pigment print,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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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Digital pigment print, 2020
나는 영산강을 넓은 영역에서 다 살피지 못했다. 그것은 여러 곳을 두루 찾아다니지 못한 것도 있지만 내가 태어난 곳을 중심으로 그 유역의 땅을 다시 찾는 데 의미를 두었다. 광주지역으로 흐르는 영산강의 한 다리 옆에서 태어났고 지금 그 집은 강을 넓히면서 둑 아래로 사라졌다. 그 곳을 중심으로 내가 자라던 곳과 외갓집 동네 남평 정자교 주변과 아버지가 운영했던 중학교 터와, 외증조할머니의 조카가 살던 나주 배 과수원 주변에서 더 많이 서성였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강의 근원지와 종착지가 아니라 내가 살던 곳의 강물이었다. 내가 태어난 곳 옆으로 흐르는 강이 영산강이라는 사실조차 오랫동안 몰랐었다.
그 강이 무슨 강이던 내 인생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최근에서야 어머니를 통해서 나는 영산강 옆에서 태어났고 거기에서 한국동란을 겪었고 세 살 때 평야 깊숙한 작은 동네로 이사를 갔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유년시절은 그 안동네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곳이 고향의 전부인줄 알았다. 어머니 이야기로는 삼촌이 지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자 강가의 집을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다 큰 아들을 잃은 할머니는 그 정을 맏손녀인 나에게 쏟아부었다. 그이는 애절하고 절절하고 뜨거웠던 마음을 오롯이 남긴 채 내가 열 살 때 마흔여덟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얼마 후 우리는 하나도 남길 미련 같은 것이 없을 만큼 절박한 사정에서 고향을 떠나왔다. 그 뒤로 정말 다시는 돌아보지 않는 곳이 되었다. 이렇듯 ‘영산강’은 나의 사적인 연민과 회귀의 장소인 것이다. 다시 돌아온 곳에 여전히 강물은 흐르고 있었다.
그 근원지를 찾아 나설 것도 없이 강물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얼굴이 아니다. 그도 흐르고 나도 따라서 흐르고 있다. 영산강 유역의 기름진 평야는 이제 낯설게 느껴지고 강 건너 송정 비행장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 소음이 크게 들렸다. 여름 뙤약볕에 억새밭을 헤매이던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억새는 은빛 비단결 같은 꽃잎을 강물 위로 날리며 그 근원을 생각하게 한다.강가의 포플러나무는 그 열렬했던 푸르름도 사위고 누르스름한 나뭇잎 몇 잎 남아 강물의 느린 흐름을 눈치채게 한다. 강으로서의 임무를 마치고 서해바다에 이르는 지점 목포 고하도에서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함평을 지나면서 할머니의 댁호가 ‘함평댁’이었던 기억과 할아버지가 늘 부르시던 ‘함평천지 늙은 몸이’ 호남가의 첫 소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영산강 곳곳을 다 전하지 못하는 까닭은 내가 한 작은 다리 옆에서 태어났기에 그곳을 못 벗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생각이 나를 여기로 다시 돌아오게 한 것이리라. 영산강 근원지에서 서해바다에 이르기까지 내 혼을 실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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