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라
죽음의 강 종이에펜 작업후 디지털출력, 84x118.8cm, 2009, 개인소장
박미라
점령의 땅 종이에 펜 작업후 디지털 출력, 118.8x168cm, 2010, 개인소장
박미라
미지의 강 종이에 펜 작업후 디지털 출력, 118.8x168cm, 2010, 개인소장
박미라
희망의 땅 종이에 펜 작업후 디지털출력, 59.4x84cm, 2010, 개인소장
박미라
아이콘의 재구성 단채널 영상 , 1분30초, 2010, 개인소장
박미라
새벽의 저주 종이에 펜 작업후 디지털 출력, 118.8x84cm, 2010, 개인소장
박미라
저주의 새벽 종이에 펜 작업후 디지털 출력, 84x59.4cm, 2010, 개인소장
전시서문 : < Grey Eyes >
GYA PROJECT 2010은 경기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를 발굴하여 전시 및 연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번에 꾸며질 “Grey Eyes”展)은 GYA 2010의 세 번째로 진행되 는 전시로 7월 8일부터 20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기존의 스톤앤워터 전시공간이 아닌 서
울시 역삼동에 위치한 비쥬얼아트 센터 보다와 협력하여 보다의 전시공간에서 열린다.
지난 2009년 1월, 용산4구역 철거 현장에서 화재 사건이 일어났다. 몇몇은 죽었고, 많은 이들이 다쳤다. 첨예한 갈등과 대립 속에 지속되었던 사건은 1년여가 지난 지금도 각자의 입장만이 있을 뿐 해결되지 않은 채 진행 중이다. 언론에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얼마 전에 서야 일부는 중형을 선고 받고 죽은 이들의 육신은 땅에 묻혔다고 한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기고설켜 빚어졌던 이 참혹한 사건을 우리는 이른바 '용산참사'라 부른다. 다시 말해 이 사건은 집단의 기억 속에서 편집되고 기록되어 용산참사라 불리어지고 있다.
각각의 시선과 시각에 따라 재편집되어 기억되는 다양한 범주의 사건, 문제들은 도처에 존재한다. 찬성과 반대, 엇갈린 의견 속에서 매듭지어진 집단의 기억들이 각각의 시각에 맞추어 편집되어 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PIMFY : Please In My Front Yard’와 'NIMBY : Not In My Back Yard'처럼 자신의 이득이 되는 것이라면 쌍수를 들고 반길 터이고, 조금이라도 누가되고 손해를 본다면 목숨을 걸고서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어쩌면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을 대라.”라는 성경 구절을 충실히 지키는 성자가 아닌 이상 손해 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극히 드물며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서로의 이익을 위해 벌어지는 충돌은 불가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작게는 대인관계부터 집단 대 집단, 국가 대 국가 사이에 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파열음들은 연일 이슈화되어 언론매체에 의해 앞 다투어 보도된다. 무인도나 산속에 처박혀 세상을 등지고 살지 않는 이상 사회현상이 되어가는 수많은 사건들은 자의, 타의에 의해서 절묘하게 각색되어 우리의 세포를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박미라는 각종 보도매체의 머리를 장식하는 사회적 이슈나 사회현상으로 확대되는 사건들을 다양한 시선의 개입을 통해 해체해 나간다 . 서로 대립되는 시선을 포함한 관망자의 시각으로 첨예한 갈등관계에 놓인 사건들을 나열한다. 용산참사, 노무현 前대통령의 서거, 4대강사업, 아이티 지진, 광우병, 뉴타운 등등. 박미라가 다루는 소재는 그 용어의 언급만으로도 살떨리는 무게감과 위압감이 느껴지는 예민한 문제의식이 담겨져 있다. 한편에서는 살리기, 한편에서는 죽이기라는 명확한 흑백논리가 난무하는 사회적 현상을 그 누구의 시각이 아닌, 흑도 백도 아닌 찬성도 반대도 아닌 모호한 이미지들의 구성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신문지상이나 TV뉴스에서 본 듯한 실재사건을 각색한 것으로 일련의 서사적 구성으로 배열되어 박미라식의 이야기로 만들어진다.
박미라의 작업에서 특징적인 두 가지 요소를 찾아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고대의 상형문자를 연상시키는 간소화되고 평면화된 이미지이고 다른 하나는 중세유럽의 회화적 특징이다. 원근법이 부재한 각각의 심볼 혹은 아이콘들은 고대의 상형문자처럼 이미지가 함축하는 문자적 특성을 발휘한다. 또한 문맹률이 높았던 중세유럽의 무지몽매한 백성들을 계몽한다
거나 권고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성당의 벽면, 천장에 그렸던 벽화처럼 크고 작은 인물들, 다양한 사물들의 교합이 몇 마디의 말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화면 안에서 어지럽게 펼쳐진 이미지들은 서사적 구성을 통해 시간 혹은 장소의 흐름을 타고 사건의 전말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정치적인 의도를 한껏 내포한듯한 이번 전시에서 실재로 작가는 스스로의 시선을 최대한 배제시켜 관망자로서 사건에 접근한다. 사건에 직면한 양분된 진영의 시선을 담거나 그 누구의 시선도 아닌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관조적인 접근함을 시도 한 것이다. 각자의 생각에 따라 혹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분분히 갈라질 의견들과 생각들. 흑색도 백색도 아닌 중간의 색을 선택한 박미라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을 뿐 관자의 눈빛을 통해 매듭지어질 사건을 기다리고 있다. (글_스톤앤워터 큐레이터 조두호)
전시비평문 : <묵인된 기억과 집단의 기억>
우리의 기억은 항상 정확하게 존재하는 것일까? 역사는 정확하게 기록되고 기억되고 있는것일까? 매일 신문지상에는 기억에 의존한 사건이 존재하고 세인들은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유포되고 세간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 이야기는 다시 또 다른 꼬리를 물고 증폭된다. 이러한 증폭된 이야기를 세인들은 사실로 믿지만 쓰여지는 역사는 우리의 기억이 아니다. 기억은 사회구성원의 층위들의 입장과 현실에 따라 다른 형성고리를 맺게 된다.
박미라는 용산참사, 뉴타운, 광우병, 아이티, 4대강시리즈, 부엉이성지 등의 사회적인 큰사건들을 다른 층위의 내러티브로 구성한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권력자와 피권력자의 관계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은 권력자의 입장에서 기록되며, 기억되는 것을 목도 할 수 있다. 역사는 다양한 서열의 층위에서 상부구조의 입장과 의견만이 채택되며 하부구조의 목소리는 묵인된다.
박미라는 하부구조의 처참한 숙명에 대해 상부구조의 잔인함에 대해 서술한다. 하부구조의 기억들은 은폐되거나 억압된다. 한편으로는 안일한 시선, 방관하는 자들이 존재한다. 역사는 정형화된 기억이 아니다. 역사가 권력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이데올로기라면 기억은 억압되고 잊혀진 진실에 해당한다. 역사는 주류가 서술한 집합체일 뿐이다.
박미라의 작업은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사회구성원의 다른 층위에 따라 다른 입장과 행동양식을 지닌다는 것을 보여준다 광우병 . , 용산참사 등의 사건들은 이미 흐려진 과거의 기억으로 미래에는 왜곡된 역사로 기록될 것이며, 그 역사는 존속되면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재해석될 것이다.
하이데거에 의하면 시간은 탈자적 이어서 순간순간을 벗어난다. 순간을 벗어난 시간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리고, 과거의 기억은 역사로 기록된다. 이때 우리가 선택하게 되는 역사는 상부구조의 가치관과 기억이다. 기억은 집단기억으로 존재하며 의사소통을 통해 광범위하게 공유된다. 현대의 기억은 인터넷이라는 유포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현대의 기억을 매개하는 것은 텍스트에서 통신망으로 전환 된지 오래이다. 인터넷을 통해 사건에 관해 다양한 층위들이 존재한다. 이것이 하나의 기록으로 수렴되는 과정은 역시 주류의 시선일수밖에 없을 것이다. 역사는 결코 확고하며 견고한 형태의 것이 아니다. 역사는 기억에 의존하지만 기억 역시 신뢰할만한 것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집단의 기억에 의해 개인의 기억은 존중되지 못한다.
박미라는 정치적인 사건에서 발생하는 지배자의 폭력에 관하여 사유한다. 지배자는 원조라는 이름하에 선행의 형식으로 피지배자에게 개입한다. 이 개입은 피지배자에게 폭력일수도 있고, 의지처가 될수도 있는 양가성을 지닌다. 이러한 양가성 때문에 피지배자는 지배자에게 저항 할 수 없으며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피지배자는 지배자에게 종속되며, 노예적 성격을 띄게 된다.
박미라의 작업 「희망의 땅」과 「점령의 땅」에서는 피지배자가 지배자에게 종속되는 현실을 그리고 있다. 외국의 원조를 환영하는 자들은 이미 자신의 주체적인 독립을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자국과 내부에서 독립을 성취하지 못하고 원조에 의하여 자신의 존재를 유지시키는 종속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박미라의 일련의 작업에서는 지배자의 폭력을 부각시켜 다루지만 한편으로는 지배자에게 종속되는 피지배자의 일면을 지나치지 않는다. 피지배자의 종속되는 현실은 원조를 구호로 내세운 피지배자의 과오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내부에서 주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노예적 상황에 이르고야만 이들의 과오 또한 지나칠 수 없는 문제로 남아있다.
박미라는 크고 작은 정치적 사건들에 관하여 사유한다. 또한 박미라는 이 사건들이 우리의 역사이며, 이 역사는 우리의 기억에 의존함을, 그리고 그 기억은 개인의 기억을 묵인한 집단의 기억임을 사유하고 있다.
(글_GYA비평 박재은)
1982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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