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김복순
박수근 화백의 일생기 1977-1978,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한영수
서울 1956-1963, 인화지에 젤라틴 실버프린트, 40.3×50.3㎝, 한영수문화재단
박수근
도마 위의 조기 1952, 18×24.2cm, 하드보드에 유채, 개인소장
박수근
나무와 두 여인 1962, 캔버스에 유채, 130x89cm, 리움미술관
박수근
쉬고있는 여인 1959, 캔버스에 유채, 65.1×53㎝, 개인소장
박수근
판잣집 1950년대 후반, 종이에 유채, 20.4×26.6㎝, 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
박수근
고목과 여인 1960년대 전반, 캔버스에 유채, 45x38cm, 리움미술관
박수근
복숭아 1950년대 후반, 캔버스에 유채, 28x50cm, 고려대학교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박수근의 예술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을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과 공동주최하여 11월 11일부터 2022년 3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최한다.
박수근(1914-1965)은 보통학교만 졸업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하여 조선미술전람회와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와 같은 관전을 통해 화가로 데뷔했다. 해방과 전쟁을 겪으며 서구의 추상미술이 급격히 유입되어 화단을 풍미했지만, 박수근은 시종일관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단순한 구도와 거칠거칠한 질감으로 표현한 그림을 고수했다. 박수근은 창신동 집에서 명동 PX, 을지로의 반도화랑을 오가며 목도한 거리의 풍경, 이웃들의 모습을 화폭에 주로 담았다. 동시에, 동시대 서양미술의 흐름에도 관심을 가지며 공간, 형태, 질감, 색감 등의 회화요소를 가다듬어 나갔고, 자신의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모던한 회화 형식과 화법을 구축했다. 일체의 배경을 제거하고 간략한 직선으로 형태를 단순화하고 거칠게 표면을 마감한 그의 회화는 ‘조선시대 도자기’, ‘창호지’, ‘초가집의 흙벽’, ‘사찰의 돌조각’ 등을 연상시키는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미감을 보여준다. 현재 국내 20종의 미술 교과서에서 박수근을 가르치고 있어 한국인이라면 필수교육만으로도 박수근을 알고 그림도 익숙하다.
이번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에서는 그간 ‘선한 화가’,‘신실한 화가’, ‘이웃을 사랑한 화가’,‘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등의 수식어로만 제한되던 박수근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우선 박수근이 살았던 전후(戰後) 시대상에 주목하였고, 당시 화단의 파벌주의로 인한 냉대나 경제적 궁핍으로 인해 불우한 화가였다는 고정관념을 벗겨내고 박수근의 성취를 조망한다. 또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으로 시행된 박수근전작도록 발간사업을 통해 새롭게 발굴된 자료들과 연구성과를 토대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박수근의 활동을 소개한다.
전쟁 전 도청 서기와 미술교사를 지냈던 박수근은 전쟁 후에는 미군부대 내 PX에서 싸구려 초상화를 그렸고 그곳에서 소설가 박완서를 만났다. 미군부대는 박수근이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온갖 수모를 견뎌내야 했던 곳이었지만, 동시에 그의 작품을 아끼는 후원자들을 만나게 해준 곳이기도 했다. 박수근은 해방 후 최초의 상업화랑인 반도화랑에서도 외국인들에게 먼저 주목받았고, 《동서미술전(Art in Asia and the West)》(샌프란시스코미술관, 1957), 《한국현대회화전(Contemporary Korean Paintings)》(뉴욕 월드하우스 갤러리, 1958) 등을 통해 한국 중견작가들과 함께 해외에 소개되었다. 참혹한 시대를 외면하지 않고 고단한 이웃의 생활을 담담하게 표현한 박수근을 통해 전후 1950-60년대 한국의 시대상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박수근의 시대를 읽기 위해 ‘독학’, ‘전후(戰後) 화단’, ‘서민’, ‘한국미’ 4가지 키워드를 제안하며, 1부 <밀레를 사랑한 소년>, 2부 <미군과 전람회>, 3부 <창신동 사람들>, 4부 <봄을 기다리는 나목>으로 구성된다.
1부 <밀레를 사랑한 소년>은 ‘밀레와 같이 훌륭한 화가’가 되고 싶었던 소년 박수근이 화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10대 시절의 수채화부터 1950년대 유화까지 그의 초기 작품들을 선보인다. 박수근이 그림을 공부하기 위해 참고했던 화집, 미술 잡지, 그림엽서 등의 자료들은 그가 다양한 미술 정보를 섭렵하며 화풍을 완성하게 된 과정과 박수근 예술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2부 <미군과 전람회>에서는 한국전쟁 후 재개된 제2회 국전에서의 특선 수상작부터 그가 참여한 주요 전람회 출품작들을 전시한다. 그리고 박수근의 미군 PX 초상화가 시절과 용산미군부대(SAC) 도서실에서 열린 박수근 개인전(1962)을 소개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박완서의 소설 『나목』을 매개로 박수근이 견뎌낸 참혹한 시대를 공감하고, 2부에서 소개되는 그의 대표작 <나무와 두 여인>을 새롭게 감상해 보기를 제안한다.
3부 <창신동 사람들>은 박수근이 정착한 창신동을 중심으로 가족, 이웃, 시장의 상인 등 그가 날마다 마주친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최근 박수근전작도록사업을 통해 조사된 유화 2점이 공개된다. 아울러, 박수근의 그림과 함께 당시 시대상을 담은 한영수의 사진이 전시되어, 역사상 가장 가난했던 1950-60년대를 살았던 한국인을 따스한 시선과 모던한 감각으로 표현한 예술가의 미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4부 <봄을 기다리는 나목>은 박수근이 완성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찾아본다. 박수근이 평생 즐겨 그린 소재는 여성과 나무이다. 그의 그림에서 고단한 노동을 하는 여성과 잎사귀를 다 떨군 나목은 ‘추운’시대를 맨몸으로 견뎌낸 한국인의 자화상일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수근의 그림이 인기리에 매매된 반도화랑과 그의 그림을 수집한 외국인들을 소개하며 이들이 박수근 작품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이것이 어떻게 국경과 시대를 초월하여 폭넓은 공감을 얻어냈는지 살펴본다.
한편, 이번 전시를 계기로 박수근을 새로운 시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작가의 가방(Artist Box)(가제)’교구재를 개발하여 전시가 종료되는 3월 1일부터 전국 중등학교에 배포할 예정이다. 이번 교재는 미술교과 뿐만 아니라 타교과 연계 융복합 수업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발될 것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이 협업하고 유족, 연구자, 소장자 및 여러 기관의 협조로 만들어진 대규모 전시”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당시 시대상과 화단의 토양을 재인식해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mmca.go.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전시구성 및 주요작품 설명
1부. 밀레를 사랑한 소년
박수근은 12세 때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아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부친의 사업 실패로 집안이 기울면서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박수근은 초등학교 담임인 오득영 선생님의 격려를 받으면서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했고 18세에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했다.
박수근은 밀레가 그랬듯이 농촌의 풍경과 일상을 소재로 한 그림들을 그렸고, 거의 매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작품을 출품하며 화가의 꿈에 다가갔다. 그는 평범한 이웃들의 생활에 관심을 기울였고, 같은 대상일지라도 여러 차례 반복해 그리면서 가장 진실한 모습을 화폭에 담고자 했다. 박수근이 그린 습작들과 그림 공부를 하며 참고로 삼았던 자료들을 통해 화가가 되고자 하는 그의 절실한 마음과 성실한 태도를 살펴볼 수 있다.
2부. 미군과 전람회
박수근은 1953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특선을 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전, 대한미술협회전, 현대작가초대미술전 등 중요한 전람회에 참여하면서 중견 화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박수근은 미술대학을 나오지 않았고 당시 유행하는 그림을 그리지도 않았지만, 진솔한 소재를 선택하고 여기에 어울리는 개성적인 화법을 구사하여 평론가들의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그림만 그리며 사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박수근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미군 PX에서 초상화가로 일했고, 용산 미군 부대에서 전시를 열고 그림을 팔았다. 박수근은 미국 개인전을 제안받고 열심히 준비했지만, 병으로 갑자기 타계하면서 꿈을 이루지 못했다. PX 초상화부에서 함께 일했던 박완서는 훗날 소설가가 되어 박수근이 참혹한 시절을 얼마나 묵묵히 견뎌냈는가를 증언했다.
3부. 창신동 사람들
한국전쟁 때 박수근은 남한으로 피난을 내려왔고 이후 가족들과 함께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에 정착했다. 창신동은 동대문시장에서 가까워 일찍부터 서민들이 모여 살았고, 전쟁 후에는 피난민들도 정착하여 함께 살았던 곳이다. 박수근이 창신동에서 살았던 10년은 화가로서 가장 전성기를 누린 시간이었다.
판잣집이 줄지은 창신동 골목길은 좁고 누추하고 시끄러웠지만,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이웃들은 의연하고 당당하다. 박수근은 참혹한 전쟁이 지나가고 폐허가 된 서울에서 강인하게 삶을 이어나가는 이웃들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그림에 새겨 넣었다. 누구보다 평범한 삶을 살았던 박수근의 그림에는 1950년대와 1960년대 우리나라의 사회상, 서울의 풍경, 서민들의 삶이 담겨 있다.
4부. 봄을 기다리는 나목
박수근이 활동했던 시기에는 우리나라에 추상미술이 유행하고 있었다. 박수근은 미국에서 들어오는 추상화를 공부하면서도 실제로 그림을 그릴 때는 자신의 화풍을 꿋꿋하게 고수했다. 박수근의 그림은 물감을 여러 겹 쌓아 올려서 거칠거칠한 질감을 만들어 내고, 형태를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고, 색을 아껴 가면서 그린 것이 특징이다.
1914년 강원도 양구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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