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준상 2021 수상작가전: 뮌 MIOON
2021.11.11 ▶ 2021.12.11
2021.11.11 ▶ 2021.12.11
전시 포스터
뮌(김민선_최문선)
픽션 픽션 논픽션-슈비터스와 나 2021, Metal Objects, LED, Spray Drawing, Sound
뮌(김민선_최문선)
뮌, 픽션 픽션 논픽션-슈비터스와 나 2021, Metal Objects, LED, Spray Drawing, Sound
박동준과 ‘박동준상’
고 박동준 선생은 패션에 미술과 문학을 접목한 시도로 패션 디자인의 지평을 넓혀 한국패션계에 한 획을 그었을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2006년 초부터 2019년 11월에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P&B Art Centre(갤러리 분도, 떼아트르 분도)를 운영하면서 그녀는 상업성보다는 예술성을 더 중시했고, 무엇보다도 예술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애를 썼다. 갤러리 분도에서 전시했던 작가들은 하나같이 작가를 존중하는 그녀의 마음과 배려에 감동했다.
생전 그녀는 대구 미술계의 여러 행사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바쁜 시간을 쪼개 ‘아름다운 가게’ 대구경북대표 역할을 성심성의껏 수행했고 연극인 복지재단에도 애정을 쏟았다.
그녀의 유언에 따라 일생 쉼 없이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해서 모은 재산 대부분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쓰이게 되었다. 항암치료 개선을 위해 대학병원에도 큰 금액을 기부했고 그녀의 미술작품 컬렉션은 대구미술관에,. 패션과 관련된 작품들은 대구섬유박물관에 기증 되었다.
이제 하늘의 별이 된 그녀의 아름다운 삶을 기리기 위해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동참해 결성한 (사)‘박동준 기념사업회’는 예술가들의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유망 패션디자이너와 미술가를 격년제로 지원하는 ‘박동준상’도 제정되었다.
2020년 패션상에 이어 ‘박동준상 2021’ 수상자로는 미술 부문의 미디어-설치 듀오 작가 뮌(김민선, 최문선)이 선정되었다. 작년 말, 평론과 전시기획, 미술전문 언론 등 전문가로 구성된 추천위원단이 현재 우리 화단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며 주목을 받는 작가들을 추천했다. 심사위원단은 시대적 담론을 반영한 창작 개념과 주제, 기법의 독창성, 추후 성장 가능성, 예술활동을 통한 사회참여 등에 주안점을 둔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 마침내 ‘박동준상 2021’의 수상자로 뮌을 선정하였다.
수상 작가에게는 상금 2,000만원, 미술가 김영환이 제작한 예술작품 트로피, 그리고 갤러리 분도에서 약 한 달간 전시를 펼치는 부상이 수여된다. 전시 개최에 따른 운송, 홍보, 자료제작 등 모든 비용도 지원된다.
작가 및 전시소개
부부 작가 뮌(MIOON)은 홍익대학교,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 그리고 쾰른 미디어아트 아카데미(대학원)를 졸업했다. 2001년부터 영상설치작업을 통해 사회적‧심리적인 측면에서 ‘기억’과 ‘극장’이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뮌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수용하는 매체에 대한 실험을 영상, 설치, 키네틱 조형물, 관객 참여 인터랙션 프로그램, 사진, 사운드아트 등 여러 장르를 전방위적으로 수용하는 작품을 통해 구현해내고 있다.
이번 수상기념 전시에서 뮌은 구조물, 오브제, 텍스트, 사운드, 빛 등으로 구성된 설치작업 <픽션 픽션 논픽션-슈비터스와 나>(Fiction Fiction Nonfiction–Schwitters & Me)라는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미술의 선두에 섰던 ‘다다’(Dada) 운동에서 하노버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쿠르트 슈비터스(Kurt Schwitters 1887~1948)의 한 특별한 작품 <메르츠바우>(Merzbau)로부터 이번 신작의 콘셉트가 태동했다. 일상 폐기물들을 콜라주 기법으로 제작한 슈비터스의 ‘Merz’(독일어로 상업을 뜻하는 ‘kommerz’의 뒷글자) 연작은 이후 1960년대 미국의 네오다다를 비롯한 정크아트의 토대가 되었다. <메르츠바우>(메르츠 건축이라는 뜻)는 슈비터스의 예술세계가 건축 공간, 즉 자신의 집 내부 구조 전체로 확장된 작업이었다. 불행하게도 이 기념비적인 <메르츠바우>는 1943년,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폭격으로 완전히 소실되었다. 1981년, 20세기 미술의 향방을 주도했던 세계적인 큐레이터 헤랄트 지만(Herald Szeeman 1933~2005)이 기획한 전시에서 스위스 무대디자이너 페터 비세거(Peter Bisseger)가 <메르츠바우>를 재현했다. 이 무대디자이너는 겨우 몇 장의 사진으로만 남은 건축 내부 구조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한 희미한 기억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뮌은 무대디자이너 비세거가 <메르츠바우> 복원 과정에 쏟아부은 노력이 아방가르드적인 자세로 새로움과 실험성을 추구했던 슈비터스의 예술적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방가르드는 시간의 틀과 상관없이 가장 최전방에서 실험적인 경향을 선도하는 미술현상을 지칭한다. 뮌은 슈비터스가 <메르츠바우>를 제작했던 시점(1920년대)과 비세거가 그것을 복원하는 시점(1980년대)이 병치한다고 보면서 아방가르드의 의미를 재고하게 된다. 아방가드르는 우리가 언급하는 순간, 이미 아방가르드가 아니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방가르드 또한 제도권 미술에 흡수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한편, <메르츠바우> 복원 과정의 서사를 숙고하면서 뮌은 우리가 흔히 ‘예술적인 작품’(비엔날레 같은 대규모 미술 행사나 미술관에서 다루는)/ ‘상업적인 작품’(아트페어나 화랑을 통해 팔리는)을 분류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뮌은 국내외 여러 미술관과 비엔날레에서 러브콜을 받는, 소위 예술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이지만 결코 작품이 잘 팔리는 상업적인 작가는 아니다. 최근, 팬데믹 영향인지 우리나라 미술시장이 급격히 활성화되었고 미술품견본시장인 아트페어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술작품이 투자가치가 있는 상품으로 인식되는 시점에서 미술과 자본이 얽힌 유기적 구조에 대한 고찰, 또 미술가로서 예술성과 대중성(상업성)을 동시에 얻기가 매우 어려운 현실에 대한 고민이 이번 작업의 출발점이 된 것이다. 뮌은 이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그동안 여러 미술관에서의 개인전과, 우리나라 미술계를 움직이는 힘을 다룬 왭프로젝트 <아트솔라리스>를 통해 ‘사회 속 미술의 존재 방식’, ‘미술계를 구성하는 요소 간의 관계’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왔다.
이번 작업은 전시장 바닥에 깔린 거대한 카펫, 수직으로 확장된 금속 피라미드 구조물 세 개, 특수 제작된 30여 개의 LED 바, 입체 사운드(Binaural Sound) 등으로 구성된다. 바닥에 깔린 카펫은 아트페어같이 안정된 형태로 진행되는 미술의 한 영역을, 그 위에 그려진 형형색색 그래피티는 거리미술, 즉 하위문화의 한 영역을 상징하며 이 둘의 조합은 두 영역 간 상충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메르츠바우>의 수직적인 ‘공간 콜라주’를 연상시키는 세 개의 피라미드(1개는 크고 나머지 둘은 작은) 역시 카펫과 대비를 이룬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며 작품을 구경하거나 구매하는 아트페어 공간(카펫)/ 뾰족한 첨탑 같은 수직적인 구조물(혁신과 실험을 추구하는 아방가르드)의 대비가 전시공간에서 펼쳐진다. 전시공간을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30여 개의 LED 바는 서서히 돌아가는 스테인리스 거울 재질 피라미드들에 기하학적인 빛-선을 반사해 전시공간은 수평/수직이 교집합된 빛의 스펙터클로 변모한다.
이번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는 텍스트와 사운드 디자인이다. 뮌은 슈비터스의 <메르츠바우>와 그것을 재현할 당시의 상황을 상상해 각색한 대본을 만들었다. 배우의 목소리로 전개되는 내레이션을 따라 전화벨 소리, 주전자에서 물이 끓는 소리와 같은 사운드 효과가 입체적으로 연출된다. 와이파이 헤드폰을 끼고 전시공간을 돌아보는 관람자들은 실험적인 연극 무대에 있는 듯한 공감각적인 체험을 하게 된다.
1972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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