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화화 : 生生化化’ <현시적 전경(顯示的 全景)>
2021.12.08 ▶ 2022.02.27
2021.12.08 ▶ 2022.02.27
전시 포스터
임노식
가는 acrylic on canvas_100x80.3cm_2021
정철규
이름을 지우고 모이는 자리 양복 원단 위에 손바느질 실드로잉, 아크릴 채색_38x45cm_2021
김수나
풍경의 층 사진, 카페트_가변크기_2021
정운
폴터가이스트 단채널 영상_가변설치 프로젝션_2021
정정호
부처와 마고할미 싱글 채널 비디오_10‘25’‘_2021
고재욱
기간 특정적 조형물 톱밥(참나무, 편백나무), 골판지, 목재, 밀가루, 균류_90x90x180cm_2021
박웅규
Dummy No.69 삼베에 안료_60.6x60.6cm_2021
김영은
Flower 종이, 모터, LED, 철, 플라스틱_1500x1500x1500cm_2021
김병찬
국수한관이산이넘어갔네 단채널 비디오_14분 38초_2021
김주리
모습 某濕 Wet Matter 006 젖은 흙, 혼합재료, 연필나무향_가변크기_2020
안산문화 재단(대표 김미화)은 경기문화재단과 공동 주관으로‘2021년 경기 시각예술 성과 발표 전 생생화화:生生化化 <현시적 전경(顯示的 全景)>’을 단원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생생화화:生生化化는 경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19인의 선정 작가를 대상으로, 올해는 아트센터 화이트 블록(파주)과 단원미술관(안산)이 진행한다.‘생생화화’展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작가들의 신작은 두 기관에서 나누어 발표되며, 이를 통해 경기도 시각예술의 흐름과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 생생화화를 진행하는 단원미술관에서는 총 10인(고재욱, 김병찬, 김수나, ADHD, 김주리, 박웅규, 임노식, 정운, 정정호, 정철규)의 작가가 참여한다.
단원미술관은 <현시적 전경(顯示的 全景)>이라는 타이틀 아래 ‘들어내서’, ‘드러나는’것들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2021년 경기문화재단의 「지금 예술 창작지원」이라는 시각예술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작가들의 신작 창작을 지원하고 창작성과를 발표하는 이번 전시는 하나의 주제보다 결과전시를 통해 드러나게 되는 작가 개개인의 작업에 집중한다.
레너드 코렌(Leonard Koren)의 저서 『예술가란 무엇인가』는 예술가의 존재 의미와 작품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예술가란 “예술이 무엇인지 규정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세상에 색다른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고, 특별한 방법으로 사물을 바라보게 하며, 사물을 의미 있게 만들고, 예술가로서 할 일을 해야 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는 예술가의 험난한 숙명과도 같은 임무를 나열한 것이다.
이처럼 예술가 혹은 작가는 다양한 시각과 사고방식으로 굳이 들어내야 드러나는 것들을 파고들어 하나의 작품으로써 의미 있게 만드는 존재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수많은 대상 가운데 모든 것들이 작가에게는 예술적 대상화가 될 수 있으며, 그것은 우리에게 색다른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게 한다.
이번 전시 <현시적 전경(顯示的 全景)>은 새로운 시각과 세계를 창조하는 10명의 작가가 들어내서, 드러나는 것들을 한자리에 모아 현시적 전경으로 담아냈다. 창작의 욕구를 치열하고도 집요하게 드러내며,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는 작가들의 현시적 프레임들을 따라 그들의 작품세계를 탐구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전시는 오는 12월 8일 오픈하여 내년 2월 28일까지 진행하며, 코로나-19로 인해 전시 기간 및 관람 시간, 관람 방식이 변경 혹은 조정될 수 있다. 전시 관련 문의는 단원미술관 031-481-0508로 하면 된다.
임노식 작가는 물리적, 심리적, 재현적 거리감이라는 소재를 표현 방법과 소재, 크기에 대한 분리로 접근하려고 한다. 이는 선택된 이미지에 최초의 순간 감정, 소재, 구도들을 포착 후 축적이 되고 보정이 되는 과정을 통해 모호한 과정을 확률적으로 높이는 작업이다. 다시 말해 그의 작업은 풍경이나 사물을 인식하고 캔버스에 표현하기까지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정철규 작가의 작업 <이름을 지우고 모이는 자리>는 ‘전달 인터뷰’(A가 B를 직접 만나지 못하고, B를 잘 아는 C를 통해 B를 간접적으로 만나는 방식)를 통해 2020년부터 진행한 연작이다.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혹은 당당히 드러낼 수 없는 자들의 이야기를 수집해 이미지를 짓고, 어렵게 꺼내놓은 말들은 문장으로 다듬어 우리에게 건네는 말과 마음을 전해주는 작업이다. 신작 <브라더 양복점>은 이 작업의 연장선에 있는 작업으로, ‘전달 인터뷰’를 통해 소수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 대화의 언저리와 중심, 심층부에 깔린 이야기를 이미지와 글로 지어주는 과정 진행형 프로젝트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소수자들이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말들을 대신 전하며, 그들을 누르고 있는 어둠을 걷어내고자 했다.
김수나 작가의 작품 <풍경의 층>은 설산의 풍경과 눈밭의 이미지를 이용한 공간 설치 작업이다. 설산의 표면에서는 쌓인 눈이 일부 녹아서 산의 내부로 흡수되고, 다시 수증기나 구름의 형태로 뿜어져 설산의 주의를 에워싼다. 이렇게 내부와 외부를 넘나들며 순환하는 현상을 사진 이미지를 통해 바라보고 있노라면 보는 이의 의식에도 마치 깊은 호흡이 일어나는 듯하다. 동시에 그 사진의 표면을 찢었을 때 드러나는 물질성과 함께 내부와 외부의 뒤섞임은 의식이, 사진으로부터 전달되는 풍경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전시공간과 전시를 관람하는 이의 신체로 연결되게 한다. 마치 설산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호흡처럼, 찢어진(열린) 사진의 표면을 통해 관람객의 의식은 사진의 사실적인 이미지와 전시공간에서 실제 일어난/일어나고 있는 현상들 그리고 자신의 신체에 대한 감각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게 된다.
정운작가는 신작<폴터가이스트>를 통해 팬데믹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축소된 세계를 보여주고자 했다. 매일의 일상을 구성하는 사물은 ‘방’ 크기의 세계 안에서 새로운 비중을 획득하고 내부의 풍경을 구성하게 된다. 또한, 방과 사물, 거주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과 외부로부터의 정보는 사건의 형태를 띠고 이 생태계에 개입하여 작동하게 된다. 공간 속 사물과 사건들이 엮어내는 우연한 지형은 전시공간 안에서 또 다른 기억과 시간을 불러내는 장치가 된다.
정정호 작가의 작품 <부처와 마고할미>는 대부도의 불도와 관련된 설화에서 출발한다. 불도에 관한 기록은 1864년 지리학자 김정호가 쓴 대동지지(大東地志)에 처음 등장한다. 작가는 위 이야기를 모티브로 부처의 행방을 찾기 위해 주변 지역의 옛 지명을 조사하던 중 우리나라 설화(신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마귀할멈(마고할미)과 관련된 흔적을 발견하고 함께 추적하게 된다. 그는 지역의 향토사학자와 무속인, 지역 주민을 만나 옛 지명에 얽혀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한 지역이 지나온 시간을 들여다보며, 이것이 현재의 모습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영상과 사진으로 재구성했다.
예술작품은 오랜 시간 보존되어야 하기에 대부분 견고한 재료들로 만들어진다. 플라스틱이나 유기용매 등, 화학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 다루기 쉽고 오래가는 소재들이 작품의 재료로 사용된다.
고재욱 작가는 이러한 재료들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반영구적으로 남게 되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에 많은 불편함을 느꼈다. 이에 그의 신작 <기간 특정적 조형물>(2021)은 폐기되었을 때, 빠른 시간 안에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환경친화적인 재료들로 만들어졌다. 톱밥과 밀가루 풀 등을 섞어서 만들었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부패하게 된다. 한국 모뉴먼트의 상징적 크기인 비석의 형태와 크기를 띄고 있는 이 조형물은, 전시 기간 이후에는 흙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박웅규 작가는 “어느 늦은 밤 작업실을 나오며 건물 현관문에 달라붙은 나방 무리를 보았다. 나는 그 광경이 너무 기이해서 비교적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그것들을 응시했다. 작은 빛을 향해 모여 있는 그들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신비롭다고 생각했지만, 가까이서 바라본 잔털과 다리, 더듬이는 금세 그 신비로움을 혐오스러움으로 탈바꿈시킨다. 그 고요하고 어두운 밤의 이상한 경험은 오랫동안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불교에서 말하는 ‘번뇌’라는 개념은 어떤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반응하는 세 가지(중립, 긍정, 부정)의 상태를 말한다. 작가는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그 밤의 경험이 마치 번뇌와 같다고 느꼈다.
그는 이 ‘번뇌’를 하나의 조형 방법으로 받아들였다. 신작 <십팔나방>은 작가의 작업실에 출몰하는 벌레들을 3가지 방식으로 그린 작품으로, 자세히 보고(중립), 형태와 구조를 이해하려 애쓰고(긍정), 질감을 느끼려고 노력한다(부정). 그러나 처음에는 비교적 분명하게 보였던 것들이 작업의 과정에서 점차 모호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ADHD(김영은, 김지하)의 신작 < Flower >는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창발(떠오름, emergence) 현상을 종이접기 형태의 제작 방식에 전기 기계장치를 접목하여 표현한 작품이다.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순환하는 구조물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나는 친절, 봉사, 사랑이 모여 꽃처럼 아름답게 피고 지는 우리 인류의 삶을 표현했다. 작품은 하나의 소재가 작은 조각들로 나누어져 여러 패턴을 이루고 다시 하나의 구조로 연결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각 면에 반사되는 다채로운 빛의 효과는 사운드와 함께 조화를 이루며 거대한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협력 아티스트: 박성민 사운드 아티스트
김병찬 작가의 영상작품 <국수한관이산이넘어갔네>는 사적 기억과 그에 대응하는 레밍lemming의 허구적 서사를 병치시켜 집단과 개인의 관계에 대한 의심을 다룬다. 집단적 존재로서의 레밍은 작가가 경험한 한국의 보수적 가족 집단과 결부되어 서로를 수식하며 고의적으로 오역된 각자의 역사를 공유한다. 두 집단에 대한 구전과 리서치는 사고 실험과 필드 트립 등을 통해 텍스트와 이미지 조각들로 인벤토리에 저장되고 리서치 과정에서 수집한 파운드 푸티지와 내러티브에 개입하기 위해 연출된 이미지들과 함께 나열되어 뒤섞이며 집단적 존재들에 대한 단편적 해석에 균열을 내는 픽션을 만들어 낸다.
김주리작가의 모습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생긴 모양, 자연이나 사물 따위의 겉으로 나타난 모양’을 뜻한다. 이 작업 안에서 모습 某濕 Wet Matter은 ‘어떤 젖은 상태’로서 호명할 수 없는 형상(모습)과 그것의 젖은 상태(某濕), 생명을 환기하는 물기에 관한 사유(Wet Matter)를 통해 흙과 물이 지닌 생명의 감각을 체현하고, 자연의 한순간이자 순환 일부로서 관계하는 경험을 이야기한다. 즉 고체의 광물질인 ‘흙’의 몸을 점령하는 ‘젖은’ 상태의 질료 자체가 질료 내부와 표면을 타고 흐르는 생기론적 활력, 물질적 파장을 낳아 ‘모습’[某濕]이란 개념 속에 담아내고자 한다.
물질이 온도 및 습도, 냄새, 질감의 감각을 모두 아울러 원초적인 형상을 풍경화 하여 공간을 잠식할 때 공간의 환경화는 이루어진다. 비정형적, 원시적 형상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환경화 된 하나의 풍경이 관람자로부터 시각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감각들로 전이되거나 각성시킨다는 것, 그래서 우리 안과 옆으로 타고 흐르는 초경험적이면서 선험적 지각의 한순간을 경험하게 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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