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김종영
동소문 고개 64.5x49cm, 캔버스에 유화, 1933
김종영
고향풍경 39x31cm, 캔버스에 유화, 1935.11.17
김종영
삼선동 풍경 53x39cm, 종이에 매직과 수채, 1970년대
김종영
삼선동풍경 40x29cm, 수채, 1960년대 말
김종영
삼선동 풍경 30x37cm, 펜과 수채, 먹, 1973년경
김종영
삼선동풍경 30x37cm, 종이에 매직, 1973년경
김종영
동네풍경 36.5x32.5cm, 종이에 펜과 수채, 1970년대
김종영
동네풍경 13x20cm, 종이에 펜, 1968
김종영
드로잉 51.5x36cm, 먹과 수채, 연도미상
김종영
삼선동 풍경 53x39cm, 종이에 매직과 수채, 1970년대
김종영
삼선동 풍경 40x29cm, 수채, 1960년대 말
김종영
삼선동 풍경 37.5x52cm, 먹과 수채, 1968
김종영
산동네풍경 52x38cm, 매직과 수채, 1976.2
김종영
드로잉 52x37cm, 연필과 수채, 1970년대 중반
김종영
동네풍경 38x53cm, 사인펜과 수채, 1976
김종영
작품73-1 33x27x44cm, 나무에 채색, 1973
김종영
작품77-8 23x13x25cm, 돌, 1977
김종영
작품 76-19 43x22.5x60cm, 돌, 1976
김종영
작품58-8 69x21x47cm, 석고, 1958
[기획의도]
김종영미술관 본관에서 진행되는 <동네풍경: 김종영이 사랑한 풍경들>전에는 조각가 김종영(1915~1982) 이 삼선교 언덕에 살던 시절의 그림들과 조각들, 그리고 어린 시절 처음으로 미술을 시작했을 유년시절의 풍경화 몇 점을 모아 전시합니다. 전시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번에 전시되는 대부분의 풍경 그림들은 김종영 선생이 1963년 삼선교로 이사를 한 후에 마주쳤던 집 주변 동네의 모습들입니다. 주로 집 앞 마당을 작업실로 사용했던 김종영 선생은 매일매일 작업을 위해 마당을 나서며 같은 풍경을 맞이하였을 것입니다. 그 안에서 수 십 번의 사계절을 보냈고 동네의 흥망성쇠 하는 모습도 지켜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과정 속에서 그가 어떤 감흥을 느꼈을지 궁금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추상’의 아름다움을 평생 동안 연구했던 한 예술가를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한 풍경들이 어떻게 추상적 이미지로 환원되어 작품으로 표현되었는지도 살펴보려 합니다.
계절은 계속 바뀌고, 화려하게 물들었다 지고 마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것이 아쉬울 시간들입니다. 고개를 들어 잠시 창 밖을 바라보며 쉼을 가지기 좋을 시기입니다. 풍경그림을 관람하는 것은 마치 창 밖을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 한 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한번의 휴식의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시간과 함께 조각가 김종영이 마주한 동네풍경의 모습을 이번 전시에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고향풍경: 소답동 꽃대궐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 복숭아 꽃 살구 꽃 아기 진달래 /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향의 봄』 이라는 동요의 가사에 나오는 이 아름다운 동네는 김종영의 고향 경남 창원시 소답동이다. 게다가 가사 속 ‘꽃 대궐’은 바로 김종영의 생가다. 김종영과 동향인 작사가 이원수(1911~1981)가 작사한 『고향의 봄』 은 김종영이 나고 자란 고향 풍경이 어떠한 모습이었을지 잘 보여주는 노래가 되었다. 동요의 가사를 통해 우리는 김종영의 고향 풍경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데, 김종영은 1935년, 이 아름다웠던 자신의 고향집과 동네의 풍경을 『고향풍경』 이라는 유화 2점으로 남겼다.
김종영은 1933년 휘문고보에 입학 후에 서울로 올라와 유학생활을 했다. 그러면서도 방학 때 고향집에 내려가면 늘 뒷산에 올라가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그때 남긴 그림이 이 두 점의 유화작품이다. 또한, 같이 전시되는 『동소문고개』 란 제목의 그림은 1933년에 그려진 그림으로 김종영이 고향집을 떠나 서울 휘문고보 재학시절에 그린 동소문(혜화문) 부근의 한 장면이다. 본격적인 미술공부의 시작이었다. 그 시절 그린 『고향풍경, 1935』과 『동소문고개, 1933』 그림은 김종영이 자연을 예술의 출발점으로 여겼고 풍경그림이 그 훈련의 시작점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잔느(Paul Cezanne)가 풍경화 연습을 통해 서양추상미술을 발전시켰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주변의 풍경에서 자연의 본질을 발견하고 그것이 예술로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실 같은 장소이더라도 어느 방향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풍경화는 다양한 장면과 구도를 가지게 되는데, 이 『동소문고개, 1933』 그림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구도 즉, 다리 밑 가옥의 구도를 겹겹이 쌓아 올리듯 그린 듯한 패턴은 훗날 김종영의 삼선교 풍경 드로잉에서 다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 차이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 전에 연구했던 형태들이 연도나 재료, 소재에 구애 받지 않고 다른 시기에 등장하는 것을 볼 땐 김종영이 가졌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한 예술의 목표에는 큰 변화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2. 동네풍경: 삼선동 언덕집
김종영은 1963년, 삼선교(서울 성북구 삼선동) 한성대학교에 못 미친 언덕 위에 위치한 작은 집을 구하게 되었다. 『삼일독립선언기념탑, 1963년』을 제작한 후 집을 옮길 수 있는 약간의 여유가 생긴 덕이었다. 그 집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6.25 피란지 부산에서 올라오고부터 동숭동의 서울대학교 공동관사에서 지냈다. 그가 살던 관사는 방 두 칸이 전부인 집이었는데, 당시 김종영은 일곱의 어린 자녀들과 부인, 어머니까지 모시고 살았다. 김종영은 드디어 1963년이 되던 해 서울대학교 관사에서 삼선교 언덕 위에 작은 마당이 있는 아담한 양옥집으로 이사했다. 김종영이 삼선교 언덕배기의 집을 선택한 이유는 오로지 작업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집 앞에 작은 마당을 그의 작업실로 삼아 돌과 나무를 조각할 수 있었고, 당시만해도 삼선교 언덕 주변엔 주택이 드물고 공터가 많아 시끄러운 망치소리 조각하는 소리 신경 쓸 것 없이 자유롭게 작업에 전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선교 집으로 가게 된 사연을 부인 이효영 여사는 이렇게 회고했다.
“우리가 왜 이 꼭대기에 올라왔느냐… 그분이 조각을 하셨잖습니까? 그때만 해도 여기 집도 없었습니다. 그대로 달동네이고 여기 까만 기와 지붕만 몇 채 있는데, 요 모퉁이에 양옥집 반듯한게 하나 있어요. 당신이 와 보시더니 <내가 돌로 쫗고 소리가 나도 아무도 니 왜 하노 안하겄다. 요기 정착을 해야겠다.> … 보통사람과 달라요. 김종영 씨가. 그 부잣집 손자로, 그때 사또 할아버지 계실 때도 업혀 컸답니다. 그래 장한 사람이 우째 이 달동네 와서 이래 살수 있을까요? 그거 없어요 그 양반은. 오로지 내 작품하는데 조용하고 한갓진 데 좋다고… 그렇다고 작업실도 없었어요. 방도 작업실이고, 마루도 작업실, 마당도 작업실 닥치는 대로 그래 하시데요…”
삼선교 언덕에 자리한 김종영은 부인과 가족의 아낌없는 내조로 작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집 마당에서 작업했으므로, 낮에 풀리지 않은 작품은 늦은 밤에도 나가 살폈다. 무거운 돌을 직접 조각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으며 추운 겨울에는 언 손을 녹여가며 맨손으로 정과 끌을 이용해 돌을 깎았다. 그러한 야외작업을 반복하며 집 주변 풍경도 즐겨 그렸다. 그런 그림들은 추상예술의 모티브를 얻기 위한 과정이었다. 삼선교 언덕의 작은 양옥집은 집인 동시에 추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아뜰리에가 되었다. 아담한 집 구석구석은 작업실이었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차고 넘쳤다.
3. 동네풍경: 나무가 있는 풍경
김종영의 집은 언덕배기에 위치해 있었기에 주변 주택과 나무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전시되어 있는 그림들은 언덕 집 구도를 잘 표현하면서도 동네의 풍경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일정한 추상의 패턴을 읽어내 드로잉 하였고 그것을 바탕으로 입체작품도 제작하였다.
참고로, 김종영의 조각을 동네풍경으로 직관적인 해석을 하기엔 여러 제약이 따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그린 그림들과 비교해보면 큰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조각의 형태적 특징에 집중하여 작품을 바라보면, 가로세로의 수많은 반복들이 만들어낸 사각의 덩어리들이 뭉쳐있다. 이 가로세로 직선들의 반복은 김종영이 그린 동네풍경화에서도 자주 반복되는 패턴이다. 건물들의 레이어들이 겹쳐짐으로서 만들어지는 이 반복적 패턴은 그가 조각한 입체작품들과 동네풍경 그림이 연결되는 감각적인 지점이며 나아가 김종영이 연구한 수목(樹木)의 형태와도 이어진다. 김종영은 수목의 형태에도 큰 흥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는 직접 연구노트를 통해 “가로세로로 상승하며 뻗어나가는 수목은 인체혈관의 분포 상태와 형태와 구성에서 많은 공통성을 가진다.”고 했다. 즉, 김종영은 형태적 특징의 유사성에서 더 나아가 살아 움직이는 유기성에 대해서 큰 연관성을 느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김종영은 동네풍경에서도 생동하는 형상을 발견했고 추상적인 패턴을 녹여낸 그림을 수십번 반복하여 그림으로써 생생한 동네의 생명성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한 것이 아닐까 싶다.
결국, 돌고 돌아 김종영의 동네풍경은 수목이 되고 수목은 살아 움직이는 인체가 된다. 김종영의 예술세계에서 이 모든 소재들은 한가지 지점을 향하고 있다. 바로 살아있음 즉, 생명성이었다. 김종영 작품에 담긴 생명성, 유기성과 같은 의미들을 전시된 작품들과 함께 사색해 본다면, 김종영의 빛나는 눈으로 바라본 동네풍경 그림 속에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그것들을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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