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희
원래의 땅(course 1) 2021, oil on canvas, 225×444cm
최윤희
원래의 땅(course 2) 2021, oil on canvas, 193.9×259.1cm
최윤희
원래의 땅(course 1) 2021, oil on canvas, 225×444cm
최윤희
네가 잊힌 빛을 몰고 먼 처음처럼 올 거다 2021, oil on wood panel, 270×356cm
최윤희
《먼 처음에게》 전시전경,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2021
최윤희는 이번 전시에서 ‘시간의 자리’에 주목한다. 이전 작업에서 눈으로 보았던 구상적인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빠르게 표현했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풍경을 몸으로 감각하고 시간의 흔적으로 재구성한다. 이는 하나의 시각적 장면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에게 내재된 ‘시간의 자리’를 그려내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지각하는 세계를 회화로 옮기면서 체화된 과거의 기억과 그림을 그리는 현재와의 시간적 간극을 담는다. 이렇게 작가는 선형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의 궤적을 캔버스 표면 위에 차곡차곡 올리고 중첩시킨다.
그가 선보이는 회화는 미세하고 불투명한 레이어가 겹겹이 쌓이며 모호한 형상을 띠고 있다. 표현된 이미지는 마치 금방이라도 사라질 뿌연 안개에 덮여 그림 이면에 존재할 색과 형을 궁금하게 만든다. 작가는 화면에 색의 선을 가늘게 겹쳐 그리거나, 손으로 문질러 탁한 자국을 남기고 다양한 방향성을 감지할 수 있는 붓질을 행한다. 또한, 그는 찰나에 그려내는 방식이 물성만을 강조하게 되는 상황을 경계하며, 캔버스 천에 오일 물감이 얇게 스며들도록 유도하고 색의 채도를 점차 낮춘다. 큰 색면에서 벗어나 세밀하게 그려진 선들은 수많은 몸짓을 화면 안에 남기고 서로 관계하며 이차적인 의미를 형성하게 된다.
이는 대상이 담고 있는 추상적인 시간을 그려내는 것으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그는 공기, 바람, 빛과 같이 비가시적인 존재의 외형을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지나가는 붓질이 쌓이고 손으로 문지른 자국이 모여, 비물질의 대상은 오래되고 묵직한 모습으로 화면에 나타난다. <원래의 땅(course 1)>은 작가가 오래된 벽을 상상하며 그린 회화로 바람이 지나간 흔적을 흐릿한 형태로 보여주고, 전시장에서 그린 벽화 작품 <네가 잊힌 빛을 몰고 먼 처음처럼 올 거다>는 양면성을 갖는 빛과 어둠을 흑백의 명암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공기를 내쉬는 숨 안과 밖의 온도 차를 표현한 <숨(1)>과 <숨(3)>은 서로 섞일 수 없는 대비되는 장면을 만든다.
이렇게 그려진 작품들은 전시장에서 각각 다른 시선의 단면을 구성한다.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작품이 펼쳐내는 색의 움직임으로 공간은 가득 차게 되고, 비정형의 구조물은 복도와 같은 통로를 형성하고 작품을 부분적으로 가려 스쳐 지나가며 보게 만든다. 시선을 위로 끌어 올리는 한 작품은 시점을 달리했을 때 만나게 되고, 또 다른 작품은 작은 공간에 초대하듯이 숨겨져 있다. 중심에는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는 작품과 곡선의 벽면에 그려진 벽화가 마주 보고 있다. 오래된 벽을 상상하며 그린 작품과 사각형 캔버스 천을 연상하며 그린 벽화는 공간 안에서 서로 상충하는 자리를 가지며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러한 시선의 단면은 서로 엮여 연결된 풍경으로 다가오게 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작가는 그림의 대상과 실체보다 그것을 상상하며 더듬어가는 시간을 남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자신의 회화를 색과 질량이 없는 그림자에 비유하며 만약 기억이 머물고 간다면 이런 풍경을 남겼을 거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의 회화에서 축적된 시간의 흔적과 무게를 가늠하려면 긴 시간 동안 작품 안의 여러 요소를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 결국, 작품 표면에 쌓인 안개 너머에는 분명한 실재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가 남긴 자취를 감각하고 먼 처음의 자국을 쫓아가야 한다. 기억이 남기고 간 오랜 풍경은 먼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김재연(사루비아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1986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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