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희: Resonance
2022.02.16 ▶ 2022.03.06
2022.02.16 ▶ 2022.03.06
성낙희
Chord 1 2021 Acrylic on canvas 130 x 160 cm, 51.2 x 63 in
성낙희
Chord 10 2021 Acrylic on canvas 40 x 40 cm 15.7 x 15.7 in
성낙희
Chord 11 2021 Acrylic on canvas 40 x 40 cm 15.7 x 15.7 in
성낙희
Portamento 13 2021 Color pencil and color pen on paper 29.5 x 21 cm 11.6 x 8.3 in
성낙희
Portamento 15 2021 Color pencil and color pen on paper 29.5 x 21 cm 11.6 x 8.3 in
가나아트 한남은 2022년 2월 16일(수)부터 2022년 3월 6일(일)까지 음악적 감흥을 자아내는 추상회화를 선보이는 성낙희(b. 1971)의 개인전 《Resonance》를 개최한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과 영국 로열 컬리지 오브 아트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는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민미술관(서울), 아트선재센터(서울), 밀라노 현대미술관(밀라노), 생테티엔 현대미술관(생테티엔)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이번 개인전은 가나아트에서 개최하는 성낙희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2021년 제작된 회화와 드로잉 신작들을 선보인다.
겹겹이 쌓여 올려진 음의 조화와 공명을 포착하는 성낙희의 신작
성낙희는 간결하고 직관적인 붓 선과 감각적인 색의 조합을 통해 내면의 심적 흐름을 표현하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추상회화라는 범주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온 그의 예술 세계는 음악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작업 초기에 작가는 기하학적 요소들의 충돌과 조화를 한 화면에 담아내며 사이키델릭한 음악, 또는 즉흥적으로 진행되는 연주의 한 장면을 포착한 듯 폭발적인 에너지를 지닌 회화를 선보였다. 초기 작품에서 역동성, 운동감을 강조했다면, 2018년부터 그는 구조적이고 응집된 형태와 투명하게 겹쳐진 아크릴 물감의 사용이 돋보이는 연작에 음악 용어를 붙여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대형 회화 작품들은 모두 < Chord >라는 제목을 지니고 있는데, 유기적인 형태의 요소들이 만나고, 포개어지고, 쌓이며 마치 화성학에서 높낮이가 다른 음들이 배열을 이루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전 연작에서 보인 수직·수평적 특성, 부피감, 유기성을 유지하는 한편, 작가는 공감각적 심상을 표현하기 위해 처음으로 구도에 크게 중점을 두었다. 화면 중앙에 밀도 높은 응집된 형태를 배치하고 통일된 색채를 사용함으로써 은은히 퍼져 나가는 음악적 효과를 표현하고, 마치 이전 작품에서 감지되던 소리의 증폭과 휘몰아치던 연주 후의 풍경을 그린다.
소형 회화와 드로잉: 예술적 실험과 새로운 음악적 효과의 시각화
주로 대형 캔버스 작품을 선보여온 성낙희는 이번 개인전을 위해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은 소형 회화 작품을 새롭게 제작했다. 유기적인 형태와 < Chord >라는 제목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개념적으로 대작의 연장선에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지만, 작가는 최초로 ‘평면성’이라는 주제를 접목함으로써 자신의 예술 세계에 새로운 지평을 연다. 대형 회화에서 가장 응집된 부분을 확대하여 납작하게 압축한 듯한 작품은 음의 조화와 충돌을 한층 더 간결하게 표현한다. 작가는 투명한 빛의 효과를 제거하고 색의 사용에도 의도적으로 제한을 둠으로써 흐릿하고 절제된 색의 스펙트럼을 새롭게 표현하고자 했다. 그 결과, 이전 작품들과 전혀 다른 질감으로 구성된 음악적 잔향이 화면 속을 공명한다.
또한,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있는 드로잉 연작 < Portamento >를 소개한다. 성낙희의 드로잉은 회화 작품의 뼈대가 되는 역할을 하며 그의 예술 세계에서 개념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지닌다. 새로운 매체를 탐구하기 위해 색연필을 사용한 그는 기존 회화에서 감지되는 응축된 형태와 입체감, 투명하게 겹쳐진 색의 레이어를 표현한다. ‘포르타멘토’는 음악에서 한 음정이 다른 음으로 매끄럽게 옮겨가는 것을 칭하는 용어로, 곡선이 강조된 화면 속 요소들은 서로를 향해 미끄러지거나 흡수되며 겹겹이 쌓아 올려진 화성학적 코드와는 다른 새로운 음악적 효과를 자아낸다.
음악이 남긴 풍경: 가장 순수한 상태를 향하여
선율과 음의 조화/부조화, 그리고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청각적 심상을 그려온 성낙희는 이번 개인전에서 소리가 지나가고 난 후에 남아있는 잔잔한 떨림과 울림을 함께 담아낸다. 따라서, 화면을 가득 채운 회화적 요소들의 향연은 역설적으로 세상의 모든 에너지가 결국 소리도, 진동도 없는 가장 순수한 상태로 회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추상회화라는 범주 안에서 작가가 지난 30여 년 동안 개인의 내밀한 감정을 표현하며 펼쳐낸 전개와 발전은 이렇듯 가장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곳으로 향하며 보편성을 획득한다. 대형 회화부터 소품, 드로잉을 폭넓게 선보이는 이번 개인전이 비가시적인 세계를 시각화하는 작가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의 예술적 실험을 보여주는 뜻깊은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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