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이길래
Millennium-Pin Tree 2022-1 Copper welding, 190×62×45cm, 2022
이길래
Millennium-Pin Tree 2021-16 2021, Copper welding, 30x200x200cm
이길래
Millennium-Pin Tree 2021-15 2021, Copper welding, 142x204x203cm
이길래
Millennium-Pin Tree 2021-13 2021, Copper welding, 221x119x57cm
새 봄을 맞이하여 기획된 이번 전시는 한국을 중심으로 영국 등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각가 이길래의 근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이길래 특유의 대형 소나무 작업과 이를 펼치듯 풀어낸 벽면 부조작업 그리고 최근에 주목하고 있는 옹이, 덩이뿌리 작업과 지난 수 년 간 꾸준히 이어온 철필 드로잉 등을 함께 소개한다.
주지하듯 이길래는 용접이라는 행위의 반복과 집적, 용접술에 따른 재료의 팽창과 수축의 시종을 온몸으로 함께 하며 특유의 생명질을 창출한다. 동(銅)이라는 유연한 재료와 용접이라는 제작술이 지닌 독자적 성결과 과정을 존중하며 특유의 유기적 형상을 빚어낸다. 이길래는 매일처럼 땀과 불꽃을 주고받으며 울퉁불퉁한 생명력을 부여하고 또 집요하게 그것을 끄집어낸다. 작가가 작업 과정에서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깨닫는 것은 감히 안다고 자신했던 생명의 기운과는 다른, 알 수 없는 또 다른 차원의 생명질이자 판타지다. 한 땀 한 땀 지난한 호흡을 이어나가며 스테레오 타입으로 경험하며 살아내는, 일견 역동적으로 보이는 현실적 삶이 오히려 무미건조한 그 무엇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으며 새로이 작업 지향을 걷잡는다. 최근 이길래는 삶의 원형, 생의 충만한 기운으로서의 덩어리와 뿌리를 소환한다. 그가 작업 초창기에 주목했던 잠재태로서의 생명력이 중첩된다. 자칫 관성화할 수 있는 자신의 삶과 작업 충동을 걷잡는 새로운 동력으로 보인다. 옹이, 뿌리 작업과 함께 선보이는 철필 드로잉도 이러한 의지와 배경에서 비롯한 것으로 이해된다. 옹이를 강조한 덩이뿌리 작업과 함께 만날 수 있는 철필 드로잉은 상당 기간 이어져온 관성적 호흡으로부터 무한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자칫 동어반복적일 수 있는 관성적 테크닉의 구사나 자의적인 규칙의 적용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에 내재한 원초적 생명력을 단순하고 명쾌한 작법과 조형언어로 전환, 실험하는 매력적 화법으로 보인다.
이길래의 새로운 양식과 기법에의 연구와 천착은 기존 재료와 제작 방식과 함께 새로운 작업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그가 매일처럼 행하는 철필 드로잉은 마치 수행과도 같은 특유의 과정이자 결과다. 입체 작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그의 호흡을 색다르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용접 토치로 동을 끊어내고 녹여내어 이어나가듯 철필로 찍어내듯 새겨 나간 행위의 반복과 집적물로 용접 배설물처럼 철필이 밀어낸 지지체 장지의 속살이 눈길을 끈다. 직접 제작한 철필과 장지, 먹 등으로 시작한 이길래의 철필 드로잉은 주로 조각 작업을 마치거나 작업 중간중간에 행하는 새로운 루틴이다. 최근에는 장지와 함께 합판, 커피가루 등을 다양한 지지체와 재료를 선택하여 그 호흡과 진폭을 넓혀 가고 있다. 회화적인 느낌을 주는 벽면 부조 작업과 철필 드로잉에서 공통적으로 읽히는 것은 옵티컬한, 리드미컬한 움직임으로, 일종의 작가 의식의 흐름이자 충만한 생명 기운, 무한한 우주질서의 반영이라 하겠다.
간단없는 작업 충동을 가진 이길래에게 용접술과 철필 드로잉은 체질적으로도 합당한 기법이자 재료로 보인다. 이들은 일견 자극적이고 딱딱한 느낌을 줄 수 있으나, 작가 특유의 부드러운 호흡과 테크닉을 통한 상상력의 또 다른 미학적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작업이자 정신적 툴(tool)이다. 이길래는 이번 전시에서 벽, 바닥, 천장을 입체적으로 활용했다. 울퉁불퉁한 비정형의 유기질, 태고적 생명체, 생명의 기운, 미래적 생명질은 저마다의 아우라를 뿜어내며 전시장 곳곳에 묵직하게 때론 경쾌하게 자리하고 있다.
지하 전시장과 지상 3개 층, 총 4개의 전시공간을 포함한 갤러리 전관에 걸쳐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온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과 생명 의지를 다양한 형식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땀과 불꽃을 주고받으며 빚어낸, 그가 아낌없이 쏟아낸 생명질과 뜨거운 열기를 느껴 보기 바란다. ■ 박천남
"스테인리스 스틸은 차갑지만 구리는 따뜻한 것 같아요. 다양한 형태로 변형시킬 수 있거든요. 구리는 그런 면에서 다른 금속들보다 훨씬 인간적이죠." (조각가 이길래)
서울 Gallery BK Itaewon은 2022년 3월 10일부터 4월 7일까지 무생(無生)의 동(銅)파이프를 이용하여 자연의 재탄생의 순간을 기록하는 조각가 이길래의 개인전 『Re-Vitality』를 진행한다. 한 겨울에도 잎을 떨구지 않고 그것의 푸르름을 유지하는 나무가 있다. 엄동설한에도 변치 않는 소나무의 절개는 조선시대 문신이자 시인인 윤선도를 비롯, 많은 선조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왔다. 기개 높고 호방한 선비 정신의 근거이자 속기(俗氣) 없는 그 자태는 자연을 향한 강한 생명력과 함께 올곧음의 상징이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소나무의 절개를 조각하는 이길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의 마음 속 풍경을 장식한다. "소나무란 정신적으로는 사유의 대상이자 서민들에게는 놀이터의 역할까지 겸하는 매우 중층적인 상징의 고리를 지니고 있었다. 또한 우리의 역사성도 깃들어 있고, 자유분방한 형태, 한 그루 나무에서 우러나오는 여러 색감, 세월의 풍화를 머금고 있는 듯한 표피 껍질 등 많은 조형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소나무 한 그루에서 모든 작품이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길래 작가노트 中)
작가는 과거, 적재되어 있는 수많은 파이프의 벌집과 같은 단면의 형상에 묘한 인상을 받고 작업에 녹여내기 시작한다. 그는 파이프의 단면을 세포 단위로 생각하여 선이나 고리 모양으로 자르고 용접 작업을 통해 전체적인 형태를 완성, 그 위에 세심한 붓터치를 더해 나무 표피의 중첩된 거친 마티에르를 묘사한다. 재료의 물성을 탐구하고 그 결과에 더해지는 작가의 미학적 정신은 때로는 비구상적, 추상적이거나 때로는 지극히 구체적인, 특정할 수 없는 생명체적 결과물을 이끈다. 숨이 없는 파이프를 이용해 굽이치는 역동적인 노송(老松)의 자연적 형태를 표현함으로 새로운 숨과 생명력, Vitality를 불어넣는 순간이다. 이길래는 소나무 시리즈에 본격적으로 몰두하기 이전부터 '자연'이라는 개념을 탐구하고 구체화하였다. 그 영향으로 그가 이루어내는 소나무들은 자연의 형상을 담고 있는데, 부분적으로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 결부된 형상을 띠고 있다. 이는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동양적 철학으로부터 파생되었으며 작가가 오랜 기간 탐구해 온 결과물이자 산물이다. 작가의 꿈틀대는 듯한 소나무의 형상은 하늘과 땅, 인간, 자연이 얽히고 설켜 이루어내는 순환적 구조를 띠고 있기도 하며 보는 이에게 그의 동양 철학적 사상과 접목된 조형적 성찰에 대한 집중을 환기시키도록 한다.
생명이나 물체가 분해되면 그 기능이 소멸되듯이, 세포나 파편이 응집되면 유기체적 생명력을 유지하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영원한 스승인 자연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죽지 않는 소나무를 만들며 이 땅 위에 그것을 식수(植樹)해 나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조화롭게 합하여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끊임없는 연마질을 통해 숨이 없는 곳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조각가 이길래야말로 현 시대에 존재하는 진정한 연금술사일 것이다. ■ 최민지
1961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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