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 대성로 122
2022.03.30 ▶ 2022.04.17
2022.03.30 ▶ 2022.04.17
전시 포스터
2000년 들어 주목되는 문화적 현상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과거 역사적 건축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시대가 요구하는 또 다른 목적으로 재탄생 되거나 쓰임새가 전환된 많은 사례를 볼 수 있다. 지금의 충북문화관의 모습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래 새롭게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사례 중 하나이다. 충북문화관은 오랜 충북 도정의 역사적 상징의 산물로 청주에서 유일하게 근대문화유산이 밀집된 대성로122번길에 자리 잡고 있어 문화적으로도 유리한 지리적 여건에 놓여 있다.
그동안 비밀의 정원으로 외부와 단절돼 있던 '舊 도지사 관사'가 2010년 71년간의 관사의 역할을 뒤로하고 도심 속 문화예술 공간인 '충북문화관'으로 거듭난 지 어느덧 10여 년이 흘렀다. 관사가 개방된 이래 대성로122번길은 물리적, 생태적, 공간적으로 많은 것이 변했다. 충북문화관은 2021년에 대성로122번길에 대한 미래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한 '대성로 122 도큐멘타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과거와 현재의 흔적이 순식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지역의 역사적·생태적 공간·골목 경관 등 공간에 대한 기억들에 대한 흔적을 기록하는 데 의의를 두었으며 전시와 책의 방식으로 그 살펴봄의 결과를 선보이고자 한다. 참여 작가들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접근 가능한 방법으로 각자의 시선을 작품과 독립된 책(글과 사진)으로 담아내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서 중점을 둔 것은 대성동이라는 시공간에 대한 학술적 관점이기보다는 예술가적 관찰자로서 사물을 바라보며 기억과 기록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개개인의 사연과 향수를 끄집어내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것이다.
김성은은 애니메이션이 갖는 설정 방식에 주목하며 서브컬처 이미지들을 수집한다. 작가의 의도와 취향을 반영하는 이미지는 가상 공간으로 특정되는 애니메이션의 허구성을 내포한다. 비현실적인 설정을 소비하는 데에 그치지 않은 작가는 이야기에 개입해 기존의 것을 해체하면서도 현실로 끌어오는 이중적인 방식을 택한다. 현실과 비현실을 뒤섞은 작업은 애니메이션을 허구의 유희로 단정하지 않는 작가의 태도처럼 다양한 해석이 공존하기를 바라는 듯 읽힌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청주향교에서 느낀 기묘한 인상을 더하여 다른 차원의 시각을 공유한다. 김성은은 2021년 학부에서 순수미술 전공으로 졸업하였으며 회화와 디자인에 관심을 두며 작업한다.
맹주현은 특정 장소들에 대한 이미지를 영상에 나열한다. 2채널로 구성된 화면은 장소에 대한 서사를 부여하기보다 초점을 계속 다르게 하면서 미묘한 색채와 일상적인 변화를 잡아낸다. 이에 더해진 피사체의 확대는 작가의 관점이 긍정-부정의 단언적 판단이 아닌 포착과 응시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녹음된 새의 지저귐, 바람 부는 소리, 실내의 기계음 등이 부분적으로만 흘러나온다는 점에서도 엿보이는 특성이다. 맹주현은 프랑스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하였다. 장편 영화 『어떤 날, 서울』(60분, 맑은 시네마, 서울, 2016)을 비롯한 단편 영화 『겨울 공원』(30분, 맑은 시네마, 파리, 2007), 『오후』(24분, 7sroad, 파리, 2007)를 연출하였으며 개인전으로 『맹주현 영상전』(토포하우스, 서울, 2008)을 열었다.
송나윤은 과거의 흔적에 주목한다. 모호한 형상으로 표현된 '집' 연작은 작가에게 스며든 개인적인 기억의 공간을 중첩한다.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기억 속 장소에 낯선 공간을 대입하는 과정은 오래된 벽, 녹슨 철문, 빛바랜 지붕 등의 공통 요소를 마주하게 하며 익숙한 풍경으로 치환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대상을 감지하는 방식의 변화를 맞이하여 가시거리를 좁히고 공간과 이미지를 새롭게 사유한다. 무엇으로 규정할 수 없는 파편에 주목한 작가의 작업은 추상적인 이미지로 점차 변화하면서 대상의 경계를 흐린다. 송나윤은 2021년 순수미술 전공으로 졸업하였다. 단체전으로는 『불안정한 가능성 1/2』(쉐마미술관, 청주, 2021)에 참여하였다.
양지원은 드로잉 작업을 기반으로 하여 드로잉을 포함한 설치, 텍스트, 사운드 작업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 대성로122번길 일대를 담은 영상, 글과 사진을 선보인다. 영상에서 보이는 것은 우물이 있는 집, 골목, 식물, 오브제, 어느 공간에 대한 과거의 흑백 사진, 지금은 없어진 어느 집의 마지막 풍경과 주인, 새로이 들어설 공터 등으로 작가의 시선을 따라 흐르는 장면에는 봄, 여름, 가을의 시간이 감지되기도 한다. 일대를 관망하는 풍경 위로 늘어놓은 이미지와 반복되는 멜로디는 작가의 경험을 유추해 보거나 따라가 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표이며 직접 대성로122번길 위에서 발견할 수도, 주목하게 될지도 모른다. 양지원은 차 스튜디오, SeMA 창고,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UNBOXING PROJECT_Today』(뉴 스프링 프로젝트, 서울, 2022), 『산실』(인천아트플랫폼 G1 갤러리, 인천, 2021), 『유어 플랫폼, 유어 파크_비욘드 플랫』(인천아트플랫폼, 인천, 2021)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2022년 금천예술공장 레지던시 작가로 선정되어 작업 중이다.
연주연은 대성동의 인상을 벽지와 연결하고 갖가지로 뻗은 나무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다. 벽지에 선을 긋는 행위는 낯선 재료의 물성과 함께 의도치 않은 심상을 마주하는 찰나로 연결된다. 자수 질감의 이파리 도상을 규칙적으로 배열한 벽지의 특성에 비해 작가의 선은 볕을 따라 휘어지는 나무처럼 변주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식물의 종을 예측하거나 규정하지 않는다. 이는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상적이면서 누구나 관심을 두지 않는 생명의 미묘한 흐름에 집중한 까닭이다. 연주연은 2021년 학부에서 순수미술 전공으로 졸업하였다. 최근 참여한 단체전으로는 『불완전 시점』(쉐마 미술관, 청주, 2020)이 있다.
최민솔은 자신이 본 것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시적 언어를 사용해 대성동에 주목한다. 대성동이라는 틀 속에서 작가는 이미지의 대상화 또는 상징적 장소의 표면에 관해 서술하는 방식을 배제한다. 이는 견고한 역사적 층위에 근거해 의미를 맥락화하는 기존의 어법에 의존하지 않는 태도이며 자신이 감지한 것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해석의 확장을 염두에 둔다. 누구나 침투할 수 있도록 틈을 낸 텍스트 작업은 쉽게 지나쳤던 무수한 일상에 특수성을 부여해 보는 시도이다. 최민솔은 서양화를 전공하고 교육대학원 미술교육 석사를 졸업하였다. 개인전으로는 『DISORDER:무질서』(유나이티드 갤러리, 서울, 2020), 『비 일반적 일반의 행동』(숲속 갤러리, 청주, 2014)을 열었다.
최준호는 애니메이션이 갖는 표현 방식에 관심을 두고 자신이 직면한 여러 상황을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사물을 의인화하는 방식이나 다양한 감정에 대한 포착은 주요한 창작의 모티브로 작용한다. 작가는 비현실적인 대사가 만화와 결부되었을 때 극대화되는 분위기를 실험하듯 하나의 대상을 바라본 뒤 여러 이미지로 중첩하고 나열한다. 이러한 감각의 폭은 완전한 상상의 공간에서 시작되어 작가의 경험이 개입되고, 현실적인 이미지로까지 연결되는 복합적인 제스처로 거듭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뒤바뀌면서 시선을 잡아끄는 애니메이션적 요소와 동네 골목에서 느낀 느릿한 정서 사이에서 고민한 창작의 단서와 회화적 서사를 풀어낸다. 최준호는 2020년 순수미술 전공으로 졸업하였고, 단체전으로는 『불완전 시점』(쉐마미술관, 청주, 2020)에 참여하였다. ■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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