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최인수
조각가의 은신처 2021
2022 건축×조각 기획전시 《감각의 시어》는 건축가 김준성과 조각가 최인수 사이의 예술적 지향과 공통의 감수성에 주목한다. 이들은 섬세한 감성과 재료에 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이라는 예술 조건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건축과 조각은 목적과 과정을 보면 일견 달리 보이지만, 그 본질과 속성에 있어서는 유사점이 있다. 물성과 공간, 신체와 관련한 예술이라는 점이 그러하다. 물질이 지니는 의연한 존재감과 그것이 환기하는 공간의 분위기, 그리고 몸의 감각과 움직임을 통해 체감해내는 경험적 속성들은 이 둘이 같은 곳을 향해 있는 예술임을 말해준다.
흥미로운 점은 두 작가의 사유 여정이다. 김준성은 시·공간을 건너뛰어 현재의 나에게 이르는 기억을 발견하게 한다. 초기의 그가 개념을 중심으로 했다면, 현재는 보다 구체화된 감각을 반영함으로써 ‘상상의 빈 공간’을 체감케 하는 건축을 지향한다. 무엇보다 기억을 환기시키는 경험처럼, 누구에게나 내재되어 있는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희구한다. 최인수 또한 무의식과 몸의 흔적이 야기하는 움직임이 더 큰 울림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젊은 시절 접한 위대한 작품들에서 그 다음 예술이 가야 할 방향을 고심했던 그는 우리 고유의 예술이 지니고 있는 더 큰 차원의 미, 예컨대 여백과 기(氣)의 조화, 재료 이전의 물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의지에 마음을 열었다.
이들의 지향이 결국 몸의 감각을 통한 소통의 의지라는 점은 의미 있다. 건축가 유하니 팔라스마가 “우리 시대의 건축은 눈의 망막 예술로 전환되고 있다.”라고 지적한 바와 같이, 물성이 강조되고, 신체감각의 지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건축마저도 존재의 경험 대신 이미지로 대체되는 경향에 직면해 있다. 조각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의 조각은 점차 조형성은 약화되고 이미지와 시각중심으로의 전환이 두드러지고 있다. 관람자의 몸과 시간을 붙들지 못한 채, 소통보다 일방적인 개념의 토로에 그칠지 모르는 현실은 우려스럽다.
이번 《감각의 시어》 전은 달리 말하면, 몸의 관계 맺기라 할 수 있다. 근원적인 질문으로부터 시작하여 완결이 아닌 과정을 탐색하며, 이때 수반되는 움직임은 우리를 열린 공간 안으로 자연스레 초대한다. 어둠과 빛으로 분절된 공간을 거닐며, 관람자는 작품 표면에 각인된 신체의 흔적과 물질의 감촉을 느끼고 공간의 울림을 상상으로 듣게 될 것이다. 같은 공간 속 다른 시간과 경험들이 빚어내는 상상력들로 각자의 시를 완성할 수 있을까.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안온함과 상상력을 통한 시간성을 체감함으로써 작품과 감응하는 내적 울림을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
1946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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