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FUNNY CITY 판넬에 아크릴릭, 90.9x65.1cm, 2010, 개인소장
김기범
FUNNY CITY 판넬에 아크릴릭, 50.0x72.7cm, 2010, 개인소장
김기범
FUNNY CITY 판넬에 아크릴릭, 50.0x72.7cm, 2010, 개인소장
김기범
FUNNY CITY 판넬에 아크릴릭, 50.0x72.7cm, 2010, 개인소장
김기범
FUNNY CITY 판넬에 아크릴릭, 90.9x65.1cm, 2010, 개인소장
내 머리 속, 기억의 도시
박옥생(미술평론가, 한원미술관 큐레이터)
1. 즉물적인 city
김기범은 도시를 그린다. 그러나 그의 도시들은 문명화된 산업주의의 무미건조한 현대의 도시가 아님을 요동치는 그의 화면에서 우리는 깨닫게 된다. 작가들에게 그들의 시선에 포착된 삶의 풍경들은 중요한 회화적 소재가 되어 왔던 것은 사실이다.
도시 속에 잉태한 팝아트가 그러했는데, 도시는 작가의 양식을 결정하고 자기 정체성을 찾는 것과 같은 회화의 목적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고전기에는 그들을 둘러싼 신화적, 종교적 분위기가 중요하게 작용하였다면, 모더니즘기에는 인간의 한계를 증명한 물질적으로 성장한 산업화된 도시였다. 도시, 이들은 인간의 문명을 풍부하게 가꾸어 주고 생명을 연장시키며 안락한 삶을 보장하는 핑크 빛 이상의 공간이었던 것이다.
김기범이 연출한 뒤엉킨 도시들은 시간과 공간이 무너지고, 즉각적인 감각이 시공간을 우선하고 있다. 풍경은 하나의 픽셀이나, 거대한 구조의 부속품과 같이 하나하나가 조직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칠해진 눈이 부조합신 칼라의 과 분열은 마치 역동하는 공장의 돌아가는 움직임처럼 살아있는 도시를 느끼게 한다. 자동기술법(automatisme)에 의한 색칠하기로 그려지고 논리적 공간의 이해를 건너 뛴 감각이 우선적으로 작용하는 형태의 도시들은, 후기포스트모더니즘에서 시공간을 넘어선 바로여기(nowhere)가 가시화되는 현상과 일정부분 닮아 있음을 본다.
2. 데자뷰(deja vu), 도시로 변환되다.
사실, 도시를 그리는 김기범이 그의 작업의 시작을 데자뷰(deja vu)에서부터 비롯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는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을 뜻하는 말인데, 뇌의 심층에서 쌓아올려진 기억과 경험들은 순차적으로 되새김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곳을 가거나 반복된 행위에 의하여 다시 경험된다고 느끼는 현상인 것이다. 데자뷰를 경험하는 작가는 “나는 나에게 일어나는 데자뷰 현상은 나 자신에게만 보이는 다른 세계임을 알았다. 나는 기계가 아닌 사람에게 이런 오류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기계적이라 느낀다. 내 안의 기억, 생각, 느낌 그 외에 시각적인 또는 감성적인 모든 것에 의구심을 던진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작가에겐 자신에게 일어나는 데자뷰 현상에 관한 뇌의 오류나 기억과 기억이 만나는 그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알 수 없는 초자연적인 실체에 관한 의문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 의문은 초기작 <도플갱어>에서 뭉클거리는 뇌를 구조화, 부품화 시킨 도시 이미지가 그것이다. 이것은 그의 근작에서는 뇌의 형상에서 더욱 확장시킨 뇌 속 기억의 풍경으로 재조합시킨
기억의 언저리에 증폭되었다 사라지는 아니 잠재되어 있는 무정형의 감정의 덩어리로 얽혀진 김기범의 풍경들은 색, 이미지, 텍스트로 표현되고 있다. 슈퍼맨 공장이나 배트맨 운동장, 놀이공원들은 알록달록한 사탕공장 같기도 하고, 어린이 장난감 블럭 같기도 하다. 이 동화 같은 도시는 팀 버튼 감독의 초콜릿 공장과도 닮아 있다. love(사랑), hit(때리다), here(여기), work(일)과 같은 치장한 텍스트들은 작가의 추억 속에 간직한 다하지 못한 언어나 표현과 같은 무겁거나 행복한 마음의 궤적들을 담고 있다. 작가가 연출한 동화 같은 풍경, 구조물의 미세한 부품들을 짜 맞추어 놓은 도시에는 보는 이가 미처 알아채기도 힘든 텍스트들이 숨어 있다. 그 단편들을 하나하나 채집하다 보면 그 블랙홀 같은 부품들 속으로 빠져 들어가 황홀한 달콤한 색의 세계에 길을 잃고 만다. 이는 작가가 과거에 못 다한 마음의 표현이자 그리기를 통해 대면하게 되는 자신과 과거와의 화해인 것이다.
3. 기억의 도시
김기범은
일관된 형태로 줄을 서듯 정렬된 건물들은 이집트의 신전을 패러디한 듯 신화적이고 위협적이다. 웃음과 화냄의 이분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이들의 건물들은 어쩌면 도시가 가진 두 얼굴의 모습이나,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의 잔인한 두 얼굴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는 작가가 내면에서 겪고 있는 자기 기억과 정체성에서 앓고 있는 두 개의 상반된 전쟁과 같은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가 내면에서 앓고 있는 고민은 푸르고, 붉고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이것을 그는 퍼니 워즈라 명하고 있다.
김기범의 화면들은 도시로 변환한 기억의 풍경이라 하겠다. 그 풍경 속에는 어린 시절의 영웅으로 다가온 슈퍼맨, 배트맨을 형상화한 집들이 있고 블럭 쌓기 하듯, 자신의 뇌 속에 존재하는 이야기들을 도시로 구체화 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 도시는 자신의 내면 속에 깊숙이 존재하는 상처, 행복, 슬픔들의 위치를 뚜렷하게 구체화시킴으로써 자신과 화해하고 치유하는 과정으로서 존재함을 볼 수 있다. 그가 구현해 내는 유년기의 상상과 닮은 도시는 시간과 공간이 충돌하거나 부재하는 즉물적인 순간으로 다가온다. 밤의 하늘은 더 이상 검지 않으며 붉은 낮의 하늘은 푸른 하늘이 아니다. 신인작가 김기범의 풍경은 쉽지만 가볍지 않게 다가온다. 자신의 회화적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며 작가적 고민에 깊게 빠져있을 젊은 작가에겐 내면과 도시, 기억의 풍경이라는 주제는 긍정적인 측면으로 다가온다. 향후 그의 내면의 도시와 기억의 표현이 어떠한 범주로 확장되고 연출될지 두고 볼 일이다. (2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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