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임: 행위의 흔적으로 구축된 색공간 Color Traces
2022.05.21 ▶ 2022.06.26
2022.05.21 ▶ 2022.06.26
하태임
Un Passage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4×112cm_1998
하태임
La Porte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3×90cm_2004
하태임
Les Traces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지름 110cm_2004
하태임
Les Traces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지름 110cm_2004
하태임
Un Passage 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0×270cm_2008
하태임
통로 Un Passage No.173001 200x200cm, Acrylic on Canvas, 2017
영은미술관은 영은 아티스트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는 영은창작스튜디오 12기 하태임 작가의 '행위의 흔적으로 구축된 색 공간 Color Traces'展을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26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기획 전시는 파리 유학시절 작가로서 시작했던 작품부터 2022년 신작까지 작가 하태임의 24년간의 작품 활동을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전시장의 초기 작품에는 언어를 상징하는 알파벳이 보인다.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전체가 보이는가 하면, 일부만 보이기도 한다. 낯선 나라(프랑스)에서 유학시절 느낀 언어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우리는 언어나 문자로 소통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문화적 차이, 그것이 가진 불확실성 등으로 많은 제약을 갖고 있다. 이 시기 작가는 누군가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닌 그 너머 무언가를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소통의 보편적인 도구인 언어를 다시 지우거나, 일부만 남기는 방식으로 그 철학을 표현했다. 이처럼 그리는 사람이지만, 지우는 행위에 집중함으로 본질에 다가 가고자 함은 이후 하태임 작가 작품의 근간이 되었다. 이후 언어의 불완전함 대신 작가가 소통의 도구로서 관심을 갖고 집중하기 시작한 주제는 "색 Color"이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언어의 백가지 표현보다 누군가의 표정이나 어떤 인상적인 장면으로 언어를 능가하는 소통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 색이란 음악에서 다양한 높낮이를 가지고 있는 음표들이 하나의 곡을 완성해가듯 색들의 반복과 차이를 통해 펼쳐지는 하나의 노래이며 미지의 세계로 향에 열려있는 '문'이자 '통로'이다. ... " (작가노트 중)
반복되는 지우는 행위 끝에 화면 위에서 '문자-언어-불완전한 소통'을 상징하는 형태가 완전히 사라지고 남은 것은 틈새였다. 관람객들에게는 색의 쌓아올림으로 보인, 작가에게는 반복적인 지우는 행위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틈새의 공간에서 작가는 보다 보편적인 소통의 도구로서 색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시기부터 캔버스 위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색띠 (color band) 를 볼 수 있다. 이렇게 하태임 작품에서 등장한 색띠는 작가에게는 여전히 그려지는 것이 아닌 지우는 과정의 일부분이었다.
하태임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이 흔히 하는 오해 중에 하나는 이 색띠의 시작에 대한 것이다. 하태임이라는 작가가 조형에 집중해서 예쁜 모양을 찾아내어 그것을 보여준다는 오해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상징과도 같은 이 조형 요소는 색이라는 소통의 도구에 집중하며, 지우는 행위를 반복하며 온전히 색을 담아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되어 살아남은 결과라고 해야 한다. 작가는 어려운 시기 스스로가 색으로 치유를 받으며, 이를 온전히 캔버스라는 매체로 전달하고자 이 밴드를 쌓아올리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고, 이 그리는 행위에 작가의 의도가 들어가게 되었다. 이런 의도, 행위는 색의 본질을 전달하여 진정한 소통을 이루고자 하는 작가의 작품 철학에 방해되는 것이었다. 하여 그리는 사람 즉 화가로서의 조형적 욕망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체의 움직임을 극도로 절제하여, 오로지 최소한의 행동을 위한 도구로서 몸을 사용하였고, 이런 의식과 행동의 결과로 지금 우리가 보는 색띠가 구현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지우는 행위, 형태를 만드는 욕망을 절제하며 만들어낸 단순한 형태의 띠가 역설적으로 사람들에게 가장 큰 울림을 주었지만, 작가의 작품에 대한 오해를 만들었다. 색띠는 행동하는 의도를 배제하면서 진정한 소통의 도구인 색을 사용하고자 했던 작가의 철학이 관람객들에게 닿게 되는 지점인 동시에 오랜 세월의 다양한 철학적, 방법적 실험의 결과 살아남게 된 고요한 띠가 단순히 아름다운 존재로서 디자인적인 요소로 만들어졌다고 관람객들에게 인식되어지는 모순을 낳게 되었다. 이번 전시가 작가에게는 관람객들의 시각적 오해를 20여년의 작업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며 그동안의 부족한 이해를 해소하는 자리가,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하태임이라는 작가의 진정한 작품철학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작가는 진정한 소통을 열망하며 문자에서 색으로 관심사를 옮기고, 쌓아올린 것을 지우는 반복되는 그리기 과정에서, 화가로서 가장 큰 욕망인 조형의 즐거움을 포기하며 얻게 된 색띠로 더 큰 세계를 만나게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내면의 심리와 그것을 작품에 여러 가지 작업방식으로 녹여내어 소통, 더 나아가 예술의 본질에 가까이 하려는 작가의 진심을 관람객들이 작품이라는 명명백백한 증거와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 ■ 영은미술관
1973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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