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쇼 《레어아이템》
2022.07.15 ▶ 2022.07.29
2022.07.15 ▶ 2022.07.29
전시 포스터
고재욱
평면 회화 4 캔버스에 수채, 유채, 아크릴, 139x39cm, 2022
박유아
에포케 프로젝트 장지, 분채, 아교, 비단, 가변크기, 2021
신이피
피머 석고, 40x10x4cm, 2022
진기종
알려지지 않은 마을 No.13 조각, 레진, 아크릴칼라, 바니쉬, 자작나무선반, 370x200x630cm, 2018
강석호
Grow-Landscape #2022-04 뮤지엄 보드에 혼합재료, 72x50cm, 2022
박명래
Photographs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85x85cm, 2003
미술이 품고 있는 가장 큰 미스터리는 돈으로 매긴 작품의 가치다. 다빈치가 그린 유화 소품 한 점이 고급 승용차 수천 대보다 더 비싸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는 없다. 한 작품의 미학적 가치가 금전적 가치로 환산되면 그 작품의 가치는 더 이상 상대적이지 않고 절대적으로 된다. 명확해 진다. 이렇듯 더 없이 비싼 작품 가격이 초래한 스펙터클 때문에, 마르셀 뒤샹이래 적지 않은 아방가르드 아티스트들이 가격에서부터 가치를 역으로 환산하여, 그 필연성을 우연성으로 되돌리려 시도 해왔다. 아티스트가 작품의 가격을 바로 가치로 되돌리면서 아티스트 개입을 가치의 근원으로 다시 부각시켰다. 예술가가 적어주고 그려주는 수표나 영수증에 적힌 가격이 예술적 가치가 되었다. 이브 클랭(Yves Klein)이 그렇게 했고, 피에르 만초니(Piero Manzoni)도, 앤디 워홀(Andy Warhol)도, 제프 쿤스(Jeff Koons)도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무라카미 다케시, 가장 최근에는 가브리엘 오르스코(Gabriel Orozco)도 상업적으로 매겨진 상업적 가격을 예술의 작품으로 제시하면서 그 예술적 가치를 보여주는 전시를 열었고, 그 작품들을 팔아치웠다.
왕후장상이나 국가의 후원에서 마켓으로 미술 후원 시스템이 전환되면서 성립된 모던 아트는 그 금기의 벽을 역설적으로 상업의 세계에 쌓아올렸다. 아무런 매개 없이 시장과 직접적 연결되는 예술과 예술 행위는 예술을 예술이게끔 하는 경계를 허무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시장과 상품을 작품 대상이나 소재로 삼은 팝아트가 등장할 무렵, 팝아트에 대한 동시대 예술가들의 혐오와 증오는 매우 극심했다. 윌렘 드 쿠닝이 엔디 워홀에게 공개적으로 “예술과 미의 살인자”로 몰아붙인 사정도 이런 맥락이었다. 가치와 가격, 작품과 상품, 또는 순수 예술과 일상 사이에 그어진 선을 넘어 일상을 예술화 하면서, 상품을 작품으로, 가격을 가치로 대체하거나 전복시키는 시도야 말로- 아방가르드 예술이라는 게 오늘 날에도 남아있다면- 예술의 최후 거처를 상업적 세계 속에서 예술의 영역을 확보하고 확장하려는 예술의 종말적인 염원일지도 모른다.
1960년대 말, 앤디 워홀이 상업의 외장 아래서 새로운 예술에 대한 시도를 “비지니스 아트(Business Art)”로 정식화 하면서. 비즈니스 아트를 “예술 이후 다가올 단계”, 즉 예술 이후의 예술로 여겼다. 워홀이 미술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지만, 워홀이 막상 비즈니스 아트라고 선언한 이후 착수한 대부분의 아트 프로젝트는 반비지니스적 이었다. 이익을 본 적이 없었다는 말이다. 노골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듯한 퍼포먼스 자체가 사업적 이익보다 언제나 우선 고려되었고 더 중요했다. 워홀리언(warholian)이나 포스트 워홀리언(post-warholian)들도 상업적으로 거둔 엄청난 성공 때문에, 오랫동안 논란의 가운데 있었지만, 미술계에서는 그 상업적 행위를 퍼포먼스로 받아주었다. 예술가 자신이 스스로를 홍보하는 광고를 작품으로 제작하거나(제프 쿤스), 수 백점이 넘는 자기 작품만을 소더비에서 스스로 경매에 붙여 그 판매를 진행하거나(데미안 허스트), 자기가 디자인한 루이비통 백을 자신의 미술관 회고전에 그대로 판다든가(무라카미 하루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품에 자기가 드로잉 했던 문양을 붙여서 스스로 계산대에 앉아서 판매를 하는 행위(가브리엘 오르스코)도 마찬가지다.
레어 아이템 쇼도 미술품을 대놓고 상품으로 판매하려는 듯이 조직된 전시다. 상당 기간 아티스트로 활동해왔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미술시장에서 격리되거나 배제되었던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작품을 사지 않고는 못 견딜 정도로 장식적으로 눈에 자극적인 작품을 목적적으로 제작하여 전시하는 프로젝트다. 뒤샹이 일찍이 폐기하라고 했던 “망막 예술(Retinal Art)”을 새롭게 제작하여 판매를 시도해 보려는 것이다. 대량 생산의 시대에 등장하는 상품 자체가 집단이나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시키면서 삶의 경험이나 교육의 형태를 매우 응축시켜 나타낸다. 제품이 삶의 양식 혹은 시대정신의 한 부분을 이루면서 우리들의 감정이나 행위, 나아가 우리가 처한 상황의 연출하여 우리를 허구의 세계에 밀어 넣는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에게 상품이란 이미 사람들이 이입되어 사게 되는 가상이 된지 오래다. 상품 자체가 획득한 허구적 유효성은 과거 예술품이 획득했던 가치를 대체한 듯이 보인다. 구찌나 샤넬, 헤르메스가 작품처럼 전시되고 수집의 표적이 되는 것도 당연시 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구두나 드레스, 가방이 무의식 속에 숨어있는 어떤 이미지를 일깨우는 거나, 기억을 자극하여 머리 속에 특정한 영상을 작동시킨다.
시장조사방법을 바탕으로 허구화를 표현하는 양식 수단을 연구하고, 그렇게 형상화된 것이 기호적 특성을 획득하면서, 제품 디자인이 마치 미술의 매체처럼 우리에게 다가왔다. 상품이 점차 사용가치 이상의 서사와 이미지를 가지게 되어 소비자가 상품과 상당히 감정적으로 밀착하게 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예술품에서나 체험할 수 있다는 효용의 상당 부분을 상품이 채워주기 때문에, 예술품은 더욱더 그 영역을 확장하는 양식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면에서는 의미와 이미지, 상징이 과잉으로 범람하는 시기에 미술의 행로는 오히려 이것들이 지우거나 비우는 방식으로 새로운 미술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순수한 장식성에 입각하여 시각적 쾌락을 확보해 주는, 그래서 상품보다 더 상품스러운 작품을 마치 퍼포먼스처럼 연출해서 전시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 한편으로는 미술관과 미술시장 사이에 세워진 장벽을 약간이라도 허물어보려는 시도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화 되려는 상품과 상품화 되려는 예술품 사이의 간극을 새롭게 설정하려는 시도이다.
1981년 서울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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