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익: 별을 그리는 마음
2022.09.02 ▶ 2023.02.05
2022.09.02 ▶ 2023.02.05
전시 포스터
이만익
시인(윤동주 예찬) 112×162.2cm, 1993
이만익
서울역
이만익
청계천
이만익
주몽의 하늘
이만익
심청
이만익
나그네
이만익
나그네
한국인의 이야기를 가장 한국적으로 그리는 화가
‘한국인의 이야기를 가장 한국적으로 그리는 화가’ 이만익은 한국인의 근원과 원류를 찾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화가였다. 전통적 가족애, 국가와 고향, 나아가 건국신화와 종교에 이르기까지 한민족의 근원을 주된 소재로 삼아 왔다. 그 과정에서 “그림이 어렵고 모호해져서 공허한 논리로 옹호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직설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방식으로 자신만의 색채를 구축해 왔다. 또한 시와 문학을 사랑했던 작가는 시를 읊고 사유하듯 자신의 그림을 감상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우리의 신화, 전설, 민담 등 설화를 주제로 한 작품과 윤동주, 김소월, 박목월, 이중섭 등 문학가와 선배 화가를 오마주한 작품을 다수 만날 수 있다.
‘별을 그리는 마음’의 의미
전시 제목 《별을 그리는 마음》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이만익은 생전에 윤동주 시인의 작품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첫 구절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부분을 좋아했고 자주 되새겼다고 한다. 시인에게 별이란 단지 하늘에 떠있는 형체를 넘어 민족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희생된 존재를 상징한다. ‘우리의 얼굴로 우리의 모습을 그리고 싶다’ 말했던 이만익에게도 별은 민족적 정기의 상징이었다. 이에 전시 제목은 “별을 노래하는 마음” 에서 ‘노래하는’을 ‘그리는’으로 바꿔 “별을 그리는 마음”이 되었다. 여기서 ‘그린다’는 ‘Painting’의 의미뿐만 아니라 ‘그리워하다’, ‘기리다’는 의미를 모두 포함한다.
뮤지컬 「명성황후」포스터 속 그림 원화 공개
이만익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 역사와 문화 속 일원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예술가와 대중이 서로 연결되고 공감하기를 기대했다. 그래서 작품 중 일부는 공연 및 뮤지컬 포스터로 활용되어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명성황후〉작품은 1997년 뮤지컬 ‘명성왕후’의 포스터로 주문제작 되었고, 〈유화자매도〉는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포스터로 사용된바 있다. 특히 〈명성황후〉는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다양한 버전으로 사용되었다.
작가의 생애와 성장 그리고 변혁의 과정들
전시 구성은 1부와 2부 그리고 아카이브로 나눠진다. 1부에서는 작가의 생애와 성장 그리고 변혁의 과정을 다뤘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이만익의 특색이 뚜렷한 설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아카이브실에는 드로잉과 스케치, 그 밖의 사진, 도서 등의 자료를 만날 수 있으며 다큐영상을 통해 이만익의 예술가적 면모와 삶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88올림픽 아카이브」공간에는 작가가 1988년도 서울올림픽 미술감독을 역임하며 제작한 다양한 시각자료를 공개하였다. 작가는 “한국적인 것의 상투성을 극복하고 촌스럽지 않게 보편적으로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 속 해학과 정한의 감정이 담긴 이만익의 작품을 통해 한국적 미의식과 감성에 친숙하게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1부 이만익의 생애
1부(1-2전시실)에서는 작가의 생애와 성장 그리고 변혁의 과정을 다룬다. 이만익은 어린 나이에 국전 입선과 탈락의 좌절을 맛보면서 제도권 미술의 한계를 깨닫는다. 그리고 36세의 나이에 아내와 어린 아들을 두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짧은 유학기간 동안 서양의 예술문화를 겪은 후 본격적으로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만의 색채를 연구하게 된다.
1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타임라인을 통해 작가의 생애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1950년대 전쟁을 전후로 제도권 미술계 안에서 공부하고 연습했던 초창기 유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타임라인 뒷면에는 초기 드로잉 및 스케치 작품을 배치하여 학창시절을 비롯하여 전쟁의 피난길 그리고 화실에서 작품세계를 연구하고 고민한 작가의 노력이 담긴 드로잉을 만날 수 있다. 2전시실에는 1960~80년대의 유화 작품을 선보인다. 프랑스 파리 유학시절 깨달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그림의 주제와 색, 형태 등 모든 면에서 정리되고 있다. 서양화의 표현주의적인 색채와 한국의 토속적인 소재가 만나면서 다양한 형식을 실험하게 된다. 이후 윤곽선이 강조되거나 명암이 생략된 이만익 작가만의 화풍으로 굳어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시절 나의 눈에 차라리 아름답고 의미 있게 보인 것은 찌들고 찌그러진 우리의 모습처럼 남아 있는 청계천변의 누덕누덕한 판자촌이다. 그림 소재를 구하기 위해 구정물이 흐르고 빨래가 찢어진 기폭처럼 널려 있는 삶의 상처, 서울역 광장에 살기 위해 어둥지둥 나와 있는 밤의 군상들, 그 속을 헤매며 대학 4년을 보냈다”
2부 설화에서 찾는 한국의 원류
2부(3-4전시실)에서는 본격적으로 이만익의 특색이 뚜렷한 신화, 전설, 민담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이만익은 파리유학 시절의 고민과 화단의 분위기에 맞물려 우리의 전통과 역사를 그림으로 풀어내는 것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는다. 이 시기에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신화를 통해 우리 민족이 지닌 위대함을 표현하는 것을 시작으로 「흥부와 놀부」, 「춘향전」, 「심청전」과 같은 전래동화를 소재로 이야기와 그림이 결합된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윤동주, 이육사, 박목월 등 문학가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민족적 정신을 고취시키기도 하였다. 시와 문학을 사랑했던 작가는 시를 읊고 사유하듯 자신의 그림을 감상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을 통해 역사와 문화 속 일원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예술가와 대중이 서로 연결되고 공감하기를 기대했다.
전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전래동화를 음성 내레이션으로 제공하고 작품이 동화 속 한 장면으로 연상되도록 연출하였다. 시각과 청각을 모두 동원하여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만익 작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도 작품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며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내가 고집스럽게 설화와 시가, 예컨대 헌화가, 정읍사, 청산별곡, 판소리, 소월의 시 등을 그림 속에 담아보려고 하는 것은 그 속에 담긴 우리의 희노애락을 긍정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문학으로, 이야기로 표현된 것이나 인간을 담고 있는 것이며, 나는 그림 속에 우리를, 어쩔 수 없는 인간을 담아 보고 싶은 것이다”
이만익 아카이브
아카이브 전시실에는 드로잉과 스케치, 그 밖의 사진, 도서(단행본, 도록), 기사글(신문, 잡지)등의 자료를 만날 수 있다. 드로잉센터를 운영하는 소마미술관의 정체성에 맞춰 그간 미공개 되었던 그림들 중 작품성이 뛰어난 드로잉을 선별하여 공개하였다. 학생 시절부터 말년까지 60여년간 그린 드로잉에서 매시간 끊임없이 정진하고 노력한 작가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작가의 작품세계와 활동을 조명하는 다큐영상을 새롭게 제작하였다. 동시대를 살아간 동료, 후배작가 그리고 평론가와 이론가의 목소리를 통해 그간 알려지지 않은 인간 이만익의 예술가적 면모와 삶을 알 수 있다.
88올림픽 아카이브
이만익은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대회 개·폐회식의 미술감독을 역임했다. 「88올림픽 아카이브」공간에는 작가가 미술감독을 역임하며 그린 올림픽 판화의 원본, 개·폐막식에 사용된 세계수 모형, 공연의상, 무대장치, 행사연출 계획 등 다양한 시각자료를 공개하였다. 평생 평면 회화 작업에만 매진해온 작가가 대형 예술프로그램을 기획하며 고심하고 한편 과감하게 도전했던 과정을 볼 수 있다. 88올림픽 아카이브는 서울올림픽을 기념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소마미술관의 예술적 유산을 더욱 심도 있게 연구하고 가치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이다.
“올림픽 이전에는 이렇게 큰 행사에 미술감독이란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나부터도 미술감독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막막했다...공연단의 한복 색깔을 고르기 위해 석주선기념관을 샅샅이 뒤지고, 개·폐회식 20개 프로그램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 전광판에 띄우는 일 등으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잠실운동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 1999년 11월 11일자 조선일보 기사 발췌
1938년 황해도 해주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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