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리얼 제주 Un:REAL JEJU
2022.11.25 ▶ 2022.12.19
2022.11.25 ▶ 2022.12.19
전시 포스터
김산
사회적 풍경 – 영혼의 올레 Acrylic on canvas, 90.9 x 65.1cm, 2021
박형근
Tenseless-71 Flame,100x209cm,C print, 2010
이다슬
잡초 재배를 위한 가구 Prototype 2 130 x 70 x 154cm, 자작나무와 고방 유리 문, 4대의 팬과 3개의 식물 재배등 그리고 웹 카메라, 2022
신이피
Self Talking 4K 싱글채널 영상, 4분, 2019
제주의 실체는 무엇일까? 원초적 자연을 간직한 지상낙원, 풍부한 신화의 섬, 바람 많은 척박한 땅이자 질곡의 역사적 공간 그리고 개발과 투어리즘의 장소 등 많은 이야기들이 제주의 두터운 지층을 이루고 있다. 실재와 환상, 자연과 인간, 내부와 외부의 관점들이 서로 얽히고 교차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제주’의 정체성은 형성된다.
제주 자연은 이에 순응해온 제주 사람들의 삶의 터전일 뿐만 아니라 자연을 향한 인간의 동경과 환영이 투영된 장소이기도 하다. 불과 물, 바람이 빚어낸 제주 자연의 신비는 나와 세계의 기원에 대한 물음을 자극하며 신화적·예술적 상상의 무한한 원천으로 자리해왔다.
반면에 그 신비함은 ‘이국적 정취’, ‘환상의 섬’과 같은 정체성을 이식하며 제주를 타자화하는 동시에 어두운 역사를 은폐하는 이데올로기적 기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식된 허구의 정체성과 함께 개발과 관광의 자본이 발 빠르게 침투하면서 제주는 ‘자연’과 ‘인공’, ‘실재’와 ‘허구’ 간의 매우 희미해지는 경계를 압축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본은 오랜 삶의 자리이며 인류학적 장소인 제주를 비장소로 대체하면서 제주의 역사, 기억, 정체성을 지우고 망각과 소비의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언:리얼 제주 Un:REAL JEJU》는 제주 자연을 통해 이러한 다층적이며, 모순적인 ‘제주’를 비춰보는 전시이다. 참여작가 4인-김산, 박형근, 신이피, 이다슬의 자연으로 실재이자 환상이며, 장소이자 비장소인 제주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역사적 삶의 자리로, 나와 세계에 대한 순수한 상상의 근원으로, 자본과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이 꿈틀대는 시공간으로 제주를 자연에 담아낸 이들의 작업은 실재와 환상, 장소와 비장소의 층위들이 겹겹이 쌓여 구축된 제주를 보여준다. 보이는 자연 이면의 사회·역사·미적 층위 그리고 실재와 환상의 경계에서 드러나는 제주의 모습을 마주하며 과연 나와 우리에게 제주, 나아가 자연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김산의 회화 속 제주 자연은 역사와 사회의 표상이다. 그는 자신의 회화를 ‘사회적 풍경’으로 일컬으며 제주의 자연에 서린 공동체와 역사의 흔적을 응시하고, 이를 기록하듯 캔버스에 그려낸다. 폭낭(팽나무), 곶자왈, 돌담과 같은 제주의 자연과 문화적 원형을 통해 역사를 재현하는 김산의 작업은 동시대 제주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제주의 급격한 환경적, 문화적 변동으로 인한 공동체의 와해, 자연의 파괴, 역사에 대한 망각의 현실 속에서 김산은 제주의 고유한 정체성과 가치를 되묻고, 그리며 그 상실과 망각에 균열을 내려 한다.
김산에게 제주 역사의 주체는 마당밭과 바당밭을 가꾸며 문화를 일궈온 민중들이다. 그는 모진 세월에 저항하는 동시에 순응하며, 변화 속에서도 지속해온 제주 사람들의 삶과 끈질긴 생명력을 화면에 구현한다. 무채색의 단색조는 제주의 자연 이면의 무의식적이고 대안적인 기억을 소환하며 과거현재미래가 교차하는 시간의 층을 부여하기 위한 회화적 장치이다. 제주의 속살을 더듬듯 사실적인 묘사와 섬세한 붓질로 김산은 제주의 사라지는 고유한 것들을 영원히 붙들려고 한다.
박형근은 자연과 인공물을 대상으로 공간에 작동하는 정치경제 권력 관계와 이데올로기 그리고 신화적 세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작업을 해가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그의 대표 연작인 < Tenseless >에는 서구의 미감과 이분법적 인식을 넘어 자신만의 미의식과 감각의 원형을 찾아가는 긴 예술적 여정이 담겨있다. < Tenseless >는 고향 제주의 자연을 배경으로 자연과의 영적 교감, 우주에 대한 무한한 환상 등의 신비롭고 낯선 경험을 신화적, 미적 상상력으로 기록하였다. 박형근이 < Tenseless > 연작을 통해 발견하고자 하였던 세계에 대한 지각방식은 최근작 <중중무진 重重無盡>으로 귀결된다. “중중무진”은 불교 『화엄경 華嚴經』의 세계관으로 우주 만물이 서로 무한한 인과관계 속에서 하나로 얽혀있음을 의미한다. 미시적인 존재와 거대한 우주, 찰나와 영원이 하나가 되는 시공간을 포착한 이 작업은 죽음과 탄생, 인간과 자연 등의 대립적인 경계들이 무화되어 융합되는 세계에 대한 예술적 발견을 보여준다.
이다슬은 ‘땅’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부조리함을 표현해왔다. 그에게 풍경이란 인간이 땅을 이용한 결과이자 욕망의 산물이다. 그는 ‘잡초 재배 프로젝트’를 통해 땅에 작동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이해불가능한 행위들을 가시화한다. 이다슬의 고향이자 거주지인 제주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탐욕과 부조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이다. ‘청정 제주’에는 난개발로 인해 각종 오폐수가 땅과 바다로 흘러가고, 그 환경 안에서 생명체들은 자라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 욕망은 계속되어 간다. 작가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이러한 모순적 풍경을 인간에게 제거해야 할 대상이자 쓸모없는 잡초를 정성을 다해 재배하는 헛된 행위로 빗대어 표현한다. 기이한 형태로 자라나는 화분 속 잡초들은 인간과 자본의 욕망으로 왜곡되고 인공화되는 자연, 그리고 제주를 상징한다.
서울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신이피는 < 싱글 정뜨르 피머 Single Gentre Femur >(2021-2022), <원내의일점과원외의일점을결부한직선>(2018), <삼다풍경>(2016)을 비롯하여 제주에 관한 다수의 작업을 해왔다. 그 중 < 섬 Remonté >(2015)은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모티브로 ‘나’의 근원과 탄생에 대해 다룬다. 이승과 저승,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내는 해녀의 숨비소리로부터 낯선 섬,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바다에서 수면 밖으로 솟아오르듯 다시 탄생하는 새로운 나를 상상한 작업이다. < Self Talking >(2019)은 제주에 관한 직접적인 작업은 아니지만 자연, 사회, 인간에 얽힌 여러 층위의 이야기들을 펼쳐 놓는다. 자연사박물관에 있는 박제된(죽은) 동물들의 언어를 상상하며 청각을 결핍한 상대와 나누는 대화의 파편들을 담은 작업으로, 특정 감각의 부재 속에서 이뤄지는 소통의 단면을 통해 인간의 사회적 적응과 생존 방식을 은유적인 내러티브로 풀어낸다.
1973년 출생
1980년 출생
1981년 서울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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