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중진작가초대전 <보이지 않는 말들의 풍경>
2022.12.15 ▶ 2023.03.19
2022.12.15 ▶ 2023.03.19
전시 포스터
김유섭
인류세 04-2021 Anthropocene04-2021 2022, 캔버스에 혼합재료, 120x120cm
박은수
삶의 표정, 아우라 Faces of Life, Aura 2022, 캔버스에 혼합재료, 184x231cm
이승하
무제의 공간 Vol.1 part2 The Untitled Space Vol.1 part2 2017, 가변사이즈, 싱글채널비디오, 사운드설치, 포토라이트박스, 블루LED조명, 2분24초
서정민
선38 LINE 38 2022, 한지에 잉크(먹), 190x190cm
강운
마음산책-어느 가족 A Walk through the Mind: Shoplifters 2021, 캔버스에 유채, 227.3x181.8cm
광주시립미술관은 2022 중진작가초대전 <보이지 않는 말들의 풍경>을 2022년 12월 15일부터 2023년 3월 19일까지 본관 제 5,6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보이지 않는 말들의 풍경>은 비재현적 경향의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꾸준히 펼쳐온 중진 작가 강운, 김유섭, 박은수, 이승하, 서정민, 정광희 작품 40여점을 전시한다. 전시장에 선보이는 여섯 작가의 근작들은 비재현적인 형식뿐만 아니라 각자의 창조성을 바탕으로 내면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보이지 않는 것’은 주로 ‘추상(抽象)’하면서 표현한다. 추상한다는 행위는 본질을 더 어렵고 희미하게 하는 행위가 아닌, 사전적 의미 그대로 ‘개별적인 사물이나 개념들로부터 공통점을 파악하고 추출하는 행위’이다. 그런 의미에서 추상미술을 해석한다면 우리가 접하는 일상, 풍경 등에서 작가들의 시선으로 추출된 보이지 않는 풍경은 작가들이 요약하고 파악한 서술적인 풍경들인 셈이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모방과 재현하는 미술은 예술가들의 의욕을 자극하지 못했고, 눈에 보이는 세계를 함축해 나가거나 그 외형 너머의 본질을 추출하는 큰 두 방향의 추상미술로 전개되었다. 1950년대 구상화가 주도하던 호남화단은 다른 지역보다 먼저 추상미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고, 이 실험정신은 지역 전위예술, 복합장르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전시는 한국추상미술의 시작점에 있던 호남미술의 현재는 어떠한 모습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였다. 현재의 미술은 구상미술이 다시 조명받거나 다양한 매체와 실험예술이 지속되는 등 예술의 다원화가 실현되고 있으나, 평면 화면 위 비재현적인 작품들도 여전히 유의미하며 관객의 마음을 크게 울린다.
김유섭은 작품을 통하여 회화의 본질과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고민 끝에 색채에서 회화의 본질을 찾은 작가는 검은색으로 비워내는 작업과 역동적인 원색을 화면에 드러내는 작업을 하면서 본인의 화두를 제시한다. 이전 작 <검은 그림>이 검은색만을 제시하여 회화의 본질을 표현한 것이라면 이번에 선보이는 <빛의 존재>는 검은색에 가려 보이지 않던 화려한 원색들을 드러내어 회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문제점과 미래에 대한 예견을 담은 작품 <인류세>는 인류세라는 새로운 시대구분을 의미하는 것, 새로운 시대에 대한 이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박은수 작품은 기하학 형상과 작가만의 색을 입힌 종이 부조 조각들로 이루어진 도시 풍경화이다. 현대인의 초상, 군상, 도시의 풍경을 작품의 소재로 해온 작가는 초기 형상을 단순화하다가 근래에는 기하학 형상과 색을 강조한다. 종이 중에도 현대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신문을 사용하는 작가는 캔버스 위 분해한 폐신문지를 얇게 쌓고 요철을 만들어 원하는 조형이 될 때까지 깎아내는 일련의 작업을 반복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물들 때까지 여러 번 색을 입히면 일 획으로 표현할 수 없는, 작가의 노동과 수신에 의한 형形과 색色의 아우라가 깃들여진 도시 풍경화가 완성된다. <삶의 표정, 아우라>는 군상과 도시이미지로부터 비롯된 기하학 형태의 종이 부조 조각에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하여 개인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인 아우라를 나타내었다.
이승하는 실재하는 비정형 이미지를 사진과 영상에 담아 의식과 무의식, 생성과 소멸의 경계를 이야기한다. 초기 재현적인 사진 작업을 하던 작가는 근래 본인의 내면을 은유하는 실재 이미지를 포착하여 사진과 영상의 회화적 가능성을 실험한다. 전시장에 선보이는 <무제의 공간> 시리즈는 먹, 물, 그리고 먹에 물을 떨어뜨리는 작가의 행위에 의하여 먹물이 섞이는 과정을 포착한 두 편의 영상이다. 시간 공간 환경에 따라 다르게 변하는 먹물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상을 통하여 낯섦을, 예측할 수 없는 변화의 과정을 보면서 무의식에 도달한 것 같은 신비함을 관객들도 경험하길 바란다.
강 운은 구름, 마음 등의 변화를 관찰하여 화면에 담는다. 구름 연작 등의 초기작은 무한히 펼쳐져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관찰하여 그린 것이고, 근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심상을 관찰하여 색상과 묘법의 실험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모든 것이 변하는 속에서 작업을 통한 수행을 실천하며 작가만의 예술세계를 찾아간다. <마음산책> 시리즈는 개인의 상처 그리고 5.18, COVID-19 등 시대의 큰 사건에서 세대가 겪어야 했던 상처와 이것들의 치유 과정을 보여준다. 눈으로만 보아도 화면의 거친 표면이 피부에 실제로 닿는 듯한 작품 <마음산책>은 작가가 오랜 시간을 두고 실천했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전하고 있어 작품과 관객 사이를 더욱 가깝게 한다.
정광희는 독특한 시선으로 수묵 추상 작업을 한다. 서예를 전공한 작가는 문자를 사용하는 서예는 의미론적 사고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 벗어나고자 서예가 아닌 회화, 회화가 아닌 서예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자성의 길>은 한지 조각, 먹, 젓가락을 사용한 작품으로, 백토 물에 그릇을 통째로 담가 분장하는 분청사기 담금 분장 기법과 한 획을 단숨에 긋는 서예의 일 획과의 일치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각각 다르게 먹이 물든 한지의 모습은 살아 있는 붓의 움직임 즉 용필(用筆)과 같다. <나를 긋는다>는 한지 위에 한 일자를 그으며 각자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민참여형 프로젝트로, 참여한 관람객은 이 과정에서 있는 그대로 참 나를 대면할 수 있다.
서정민은 한지로 만든 선(線)을 캔버스 위에 조형화하여 노자의 무위(無爲)의 철학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초기 고향 풍경을 그리다가 ‘무의 공간을 채워야 본연의 선을 살릴 수 있고, 또 채워진 공간을 다시 비워야만 본연의 선을 살릴 수 있다’는 도덕경의 글귀를 통하여 선으로부터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를 찾았다. 한지를 동그랗게 말고, 자르고, 일정한 크기로 토막 내어 선을 만드는 일련의 작업 과정은 작가에게 이치를 찾기 위한 자기 수련의 과정이기도 하다. <함성>은 서예 습작 한지로 만든 선들을 화면 위에 쌓아 올린 것으로, 한지에 쓰인 고전 명문의 의미가 더해져 전통을 근간으로 한 우리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최근작인 <선>은 조금씩 선을 덜어내고 비우는 작업으로, 본인이 세운 선의 의미인 ‘유(有)와 무(無)가 공존하는 무위의 철학’에 보다 접근하고자 한다.
광주시립미술관(변길현 학예연구실장)은 “이번 전시는 예향이라고 불리는 호남화단에서 비재현적 경향의 작품으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펼쳐온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언급하고, “작업에 몰두하며 실천적 차원에서의 수행과정을 거친 6인의 중진 작가 작품을 관람하면서 보이지 않는 풍경의 울림을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강조하였다.
더불어 광주시립미술관은 <보이지 않는 말들의 풍경> 개최를 기념하고자 참여작가 6인 및 주요 관계자를 모시고 2022년 12월 20일 16시에 개막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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