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서로를 만들어 나간다
2022.07.15 ▶ 2023.03.12
2022.07.15 ▶ 2023.03.12
이혜주
무제 1996, 캔버스에 유채, 130x194cm
최민식
부산 1974 1974, 화이버 베이스, 젤라틴 실버 프린트, 셀레늄 보존처리, 33.5x50.5cm
김종식
영도조선공사풍경 1987, 캔버스에 유채, 41x53cm
정진윤
침묵 1985, 캔버스에 유채, 91x117cm
정인성
1962 부산 영도-선박 도장 1962,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40.6x50.8cm
최종태
침묵의 대화 1970, 캔버스에 유채, 160x130cm
정건모
용당 부두 앞(동명목재 실경) 1968, 캔버스 위에 유채, 72x90cm
정인성
1952 부산 범어사-관광객 1952,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50.8x60.9cm
한상돈
방직여공 1954, 캔버스에 유채, 65.0x74.3cm
양달석
판자촌 1950, 종이에 담채, 34x49.1cm
한상돈
부산항 1976, 캔버스에 유채, 40x60.5cm
우신출
영가대 1929, 종이에 유채, 36x51cm
서평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015, 싱긍채널 비디오, 1분 27초
정진윤
추락하는 날개-도시 1998, 캔버스에 유채, 226.5x363cm
《모든 것은 서로를 만들어 나간다》는 부산미술을 도시 부산의 출현과 성장의 역사 속에서 새롭게 꿰어보며 소장품을 중심으로 역사 인식과 그 기술 가능성을 실험하는 소장품 기획전이다. 우선은 부산미술과 역사를 관계 지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더 나아가서는 세계 보편의 자본주의 발전 과정 안에 놓인 한국근현대사 전개 양상 속에서 부산의 특수한 역사를 파악해 보려는 시도를 포함한다. 부산과 미술을 세계 보편의 자본주의 발전사가 내재한 한계와 모순이 드러나는 장소로서 주목하고 그 관계를 살펴보는 것이 전시의 목표이다.
이를 위해 전시구성은 각기 제작연대를 달리하는 네 점의 작품, 우신출의 <영가대>, 양달석의 <판자촌>, 최종태의 <침묵의 대화>, 이혜주의 <무제>를 중심에 두고, 크게 “식민도시 부산”, “귀환과 피란의 부산항”, “전쟁특수와 산업화”, “부마민주항쟁과 노동자투쟁”이라는 4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그 주요 양상을 밝혀본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역사 전개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네 개의 소주제를 중심으로 한 연대기적 구분하에서 작품을 살펴보는 방식을 피할 수 없지만, 실제로 각 시기를 대표하는 주제어와 작품들은 연대기적 구분을 넘나들며 의미를 발산한다. 예를 들어, 도시 부산은 여전히 신항 개발과 주거지 재개발의 반복 속에서 재형성되고 있고, 경제 이권을 둘러싼 자본주의적 전쟁은 동시대에도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노동자 투쟁 역시 일본의 식민지 시기였던 1920-30년대 조선방직 노동자들에 의해서도 일어났으며, 이 모든 것이 서로 엮여 현재 인간과 사회의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각각의 사건이 독립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의 발전과 모순을 포함하여 역사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어떤 시기와 단계에서는 특정한 문제의식이 폭발적이고 거대하게 분출되어 새로운 역사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시의 도입으로 제시되는 로비와 소전시실의 다섯 작품은 이 전시가 드러내려 하는 총체적 세계의 모습을 “근대”, “도시”, “자본주의”, “국가”, “역사”라는 주제어로 제시하고 이를 구체적이며 추상적으로 재현한다. 근대 문명의 발전과 인간성의 후퇴가 서로의 전제가 되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해방과 속박이 서로에게 조건이 되며, 결핍과 욕망이, 상실과 쟁취가, 자유와 평등이 불완전한 채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동시에 서로를 만들어 나가며 역사를 이루어내는 어떤 세계의 구성과 한계를 짐작할 수 있다.
역사에서 보듯 모든 인간은 자신들이 살아갈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마찬가지로 주어지는 환경은 인간을 변화시켜 나간다. 인간은 역사의 각 단계가 물려받은 물질적·정신적 성과를 토대로 창조된 특정한 환경을 향유하고, 반대로 환경은 인간들의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건 짓고 제약하며 특정한 환경 속에서 특정한 인간들을 재생산한다. 인간이 역사적으로 창조된 특정 환경을 떠나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미술작품도 순수미술의 영역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각 단계에 주어진 제약과 조건 속에서 만들어진 인간들의 생산물이다.
이 전시는 이러한 전제를 따라 부산의 역사와 미술 또한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현재의 미술은 과거의 성과와 유산을 토대로 창조된다. 모든 것은 역사적인 관계 안에서 창조된다. 서로를 발전시키거나 때로는 후퇴시키며 재창조되고 재생산된다. 이러한 관점은 반대로 현재의 조건이 현재와 미래뿐만 아니라 과거를 재창조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포함한다. 이번 소장품 기획전 역시 그간 미술관이 축적해 온 모든 활동이 만들어온 전제와 조건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다시 바라보는 현재적 관점에서만 가능하다. 이 전시가 또 다른 역사적이고도 창조적인 관계 속에 놓여질 수 있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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