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울리 지그(Uli Sigg)는 세계적으로 큰 규모와 영향력을 지닌 중국현대미술 컬렉터로 여겨진다. 홍콩의 M+ 뮤지엄의 개관 컬렉션 구성에 기여한 바 있는 지그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국제위원회와 런던 테이트(Tate)의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에 있으며, 1998년에 중국현대미술상(CCAA)을 설립하고 이후 미술평론가상을 설립했다. 그는 전설적인 큐레이터인 하랄트 제만(Harald Szeemann)에게도 중국현대미술을 소개하였으며, 이에 영향을 받은 제만은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여러 중국 작가를 선보이며 서구 미술 시장에서 중국 미술의 “돌풍”을 끌어냈다.
비즈니스 저널리스트로서 경력을 시작한 울리 지그는 스위스 기업인 쉰들러엘리베이터에 재직 중이던 1970년대 후반 베이징에 파견됐고, 이후 외국 기업 최초로 중국과 합작 법인 기업을 설립했다. 이 시기는 마오쩌둥(1976년 사망)의 독재 정권과 문화대혁명(1966-1976)의 종식을 고하고 1978년부터 덩샤오핑의 시장경제를 통한 개혁이 시작된 때였다. 이러한 개방 정책은 점진적으로 더 많은 비판을 자아내어 마침내 1989년의 톈안먼 시위로 이어졌으며, 정치적 개혁과 더불어 문화적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예술적 표현이 나타났다. 국가에 의한 고용 지위를 상실한 예술가들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벗어났고, 이후에는 서구현대미술에 대한 모방에서도 자유로워졌다. 중국 예술가들에게 이 시기는 매우 어려웠지만 상당히 도전적인 기간이기도 했다. 지그는 중국 내 다양한 전시들과 함께 암암리에 일어나는 예술운동에도 꾸준히 참석하였으며,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하여 수집 활동에 점차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전개했다.
지그는 이 시기를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국가 단위의 미술 기관이 해야 하지만 절대 하지 않는 일을 저 스스로 하고자 결심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 이후 만들어진 중국의 현대미술을 수집하여 중국현대미술이 시작될 때부터 존재하는 폭과 깊이를 아우르고 모든 매체로 이뤄진 창작 활동을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그동안 2,000명에 가까운 작가들을 만났습니다. 대개 작가들에게서 직접 작품을 구매했는데, 적어도 처음에는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아직 갤러리나 딜러가 활동하는 예술 생태계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울리 지그는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중국, 북한, 몽골 주재 스위스 대사로 재직했다. 이 시기는 중국의 현대미술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동시에 문화적 기원을 찾아간 때이기도 하다. 2007년에 쉬빙(Xu Bing)은 이 시기를 돌아보며 한 기사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서구를 더 많이 이해할수록 우리 스스로의 문화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됩니다. 우리의 전통문화, 사회주의 문화, 심지어 문화대혁명과 마오주의도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전통을 서구 문화와 결합할 수 있어야지만 미래의 예술을 창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중국현대미술 컬렉션을 통해 중국에 보답하고 싶어했던 지그는 이러한 바람에 있어 홍콩이 적합하다 여겼다. 이에 따라 2012년 홍콩의 M+ 뮤지엄에 1,463점의 작품을 기증했고, 뮤지엄에서 47점의 작품을 추가로 구매했다. 이는 개인 컬렉터의 작품 기증으로는 최대 규모였으며, 이를 통해 M+ 뮤지엄은 세계 규모의 중국현대미술 컬렉션을 보유하게 되었다. 지그는 이후에도 300여 점의 규모의 컬렉션을 유지했으나, 그의 멈추지 않는 작품 수집 열망으로 인해 현재 컬렉션의 규모는 600점을 넘겼으며 그 가운데 일부를 한국, 송은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지그의 컬렉션 중 일부에 속하지만, 전시를 각각의 장(章)으로 구성하여 컬렉션의다양한 작품을 통해 색다른 시선과 감성을 제공한다. 먼저, 전시장 2층에 들어서면 한멍윈의 신작과 함께 “Pure Painting – Towards Abstraction”이라는 장으로 시작한다. 3층으로 올라가면 “Body – The Revenge of the Female”과 “Nature – Acculturated” 장이 펼쳐진다. 이와 더불어 “Material Stories”에서는 다양한 조각 작품을 선보이며, 지하 2층에서는 몰입형 영상 설치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컬렉터 울리 지그(Uli Sigg)
울리 지그(Uli Sigg)는 1946년생으로 저널리즘부터, 제조업과 벤처 캐피탈, 중국, 북한, 그리고 몽골 주재 스위스 대사를 통한 외교와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가 중국에서 맺어온 폭넓은 교류는 크게 두 가지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울리 지그는 쉰들러(Schindler) 그룹에 근무하며 1980년에 외국 기업 최초로 중국과 합작 법인 기업을 설립했고, 이는 글로벌화 시대 흐름에 맞춘 획기적인 중국의 디딤돌이 되었다. 또한 경제적 영향뿐 아니라, 예술적으로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울리 지그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서사를 나타내는 중국현대미술 컬렉션을 형성했고, 그 중 1,510점을 다시 홍콩의 M+ 뮤지엄에 기증했다. 이와 더불어 1997년 중화권에 거주하는 중국현대미술가를 위한 중국현대미술상(CCAA)을 제정했으며 현재는 명칭이 SIGG상으로 바뀌었다. 그는 M+ 뮤지엄 위원회, 뉴욕현대미술관(MoMA) 국제위원회 및 런던 테이트(Tate)의 국제자문위원회를 역임하고 있다.
협력큐레이터 베르나드 피비셔(Bernard Fibicher)
베르나드 피비셔(Bernard Fibicher)는 1957년생으로 스위스 발레 주에서 태어나 취리히와 베른 대학교에서 예술사를 전공했다. 스위스 시온 미술관 큐레이터, 취리히 쿤스트하우스 큐레이터를 거쳐, 베른 쿤스트할레 디렉터, 베른 쿤스트 뮤지엄 디렉터로 활동 후, 2007년부터 2022년까지 스위스 로잔 주립 미술관 Cantonal Museum of Fine Arts (MCBA) 디렉터로 지냈다. 베르나드는 재임기 동안 로잔 주립 미술관과 연계하여 진행되었던 플랫폼10(스위스 보(Vaud) 주의 주요 3개 미술관을 하나로 잇는 프로젝트)를 초창기부터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그의 주요 기획 전시들로 김수자 개인전(쿤스트할레 베른, 2001), 아이 웨이웨이 개인전(베른 쿤스트할레, 2004)과 주제 전시 형식의 Six Feet Under: Autopsy of our relationship with the dead (베른 쿤스트뮤지엄, 2006) 등이 있다. 또한, 줄곧 다양한 문화를 기반으로 현대미술 전시를 기획하였으며, 아프리카에 헌정하는 전시였던 South Meets West (베른 쿤스트할레, 2000), Mahjong: Chinese contemporary art from the Sigg collection (베른 쿤스트뮤지엄, 2005), 인도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Horn Please (베른 쿤스트뮤지엄, 2007)를 기획했다. 로잔 주립 미술관에서 선보였던 최근 기획 전시로는 Nalini Malani: Splitting the Other (2010), Alex Katz & Félix Vallotton (2013), Giuseppe Penone: Looks crossed (2015), Ai Weiwei: Besides, it’s always the others (2018)와 Resist Again (2022)등이 있다. 재임 시절 누구보다 활발히 활동했던 베르나드 피비셔는 2022년 6월 로잔 주립 미술관 관장직에서 퇴임한 이후로도 꾸준히 프리랜서로 커리어를 이어가며 여러 미술관과 연계하여 프로젝트, 협업, 강의와 자문 등의 일을 하고 있다.
1957년 중국 베이징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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