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하: Unseen
2023.03.16 ▶ 2023.04.16
2023.03.16 ▶ 2023.04.16
전시 포스터
안성하
Untitled 2022-2023, Oil on canvas, 150 × 300cm (변형 200호)
안성하
Untitled 2022-2023, Oil on canvas, 145.5 x 227.3 cm (150호)
안성하
Untitled 2022-2023, Oil on canvas, 160 x 194 cm (120호)
안성하
Untitled 2022-2023, Oil on canvas, 160 x 194 cm (120호)
안성하
Untitled 2022-2023, Oil on canvas, 162 x 130.3 cm (100호)
안성하
Untitled 2022, Oil on canvas, 130.3 x 130.3 cm (80호)
가나아트는 일상적 사물을 통해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안성하(An Sungha, b. 1977)의 개인전 《Unseen》을 개최한다. 홍익대학교 미술학과와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한 안성하는 자신의 일상과 깊은 관계를 맺고있는 사탕과 담배를 그려내며 일찍이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중앙미술대전(2002)과 대한민국 미술대전(2002, 2001)에서 수상하였으며, Gallery RX(프랑스, 파리)와 Gallery My Name’s Lolita Art(스페인, 마드리드)에서도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2021년 가나아트 사운즈에서의 개인전 이후 2년 만에 열리는 본 전시는 작가가 오랜 학업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자신의 전 작업을 회고하며 제작한 신작들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최근 전시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그의 대형 캔버스 작업을 위주로, 지금까지 안성하가 걸어온 예술적 행보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함께 조망하고자 한다.
입 안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릴 듯한 달콤한 사탕과 코끝을 스치는 짙은 담배 향기, '펑' 하고 터지는 코르크 마개의 통쾌한 소리와 부드럽고 포근한 거품이 이는 비누까지. 안성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사물을 소재로 우리의 오감을 일깨운다. 그는 오브제를 실물의 몇십 배 혹은 몇백 배로 확대하여 화면에 담아내는데, 아무 배경 없이 화면 중앙에 클로즈업된 오브제들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리는 그가 그려낸 사탕과 담배꽁초, 코르크 마개와 비누를 마주하며 이 사물들이 연상시키는 감각적 경험을 환기하고, 달콤하면서도 씁쓸하고, 반짝이면서도 아련했던 저마다의 기억을 소환한다.
이번 개인전을 통해 선보이는 그의 신작은 100호 이상의 큰 사이즈 작품이 주를 이룬다. 근접 확대되어 어떠한 깊이도, 원근법도 없는 안성하의 작품 앞에서 우리는 대상과 일정 거리를 두고 작품을 관망하며 환영적 깊이감에 빠져드는 대신, 대상과 근접하고 접촉하여 손이 더듬더듬 만져나가듯 눈으로 표면을 스치며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촉각적 시각성(haptic visuality)’의 경험은 보는 이로 하여금 화면에 온전히 집중하면서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사물들의 본질에 대해 비로소 생각해보게 한다.
안성하가 그려내는 사탕과 담배, 술은 우리에게 심리적 위안을 가져다주지만, 몸에는 결코 유익하지 않은 강렬한 중독성을 가진다. 그는 달콤한 환각을 안겨주는 이 오브제를 투명한 유리용기 안에 담아 형상을 있는 그대로 비추면서도 동시에 굴절시키고 왜곡하여,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오브제에 가려진 사탕과 담배, 술의 양면적 속성을 드러낸다. 그가 2019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비누 연작 또한 마찬가지다. 비누 연작은 다른 작품들과 달리 유리용기 없이 각양각색의 비누만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 은은한 향기를 자아내는 비누를 향해 손을 뻗고 싶게 하는 충동을 자아낸다. 하지만 더러워진 손을 깨끗하게 해주는 비누는 이물질을 씻어내는 세정제라는 속성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지저분한 것과 맞닿을 수밖에 없다. 무언가를 깨끗하게 씻어내는 만큼 비누 그 자체는 점점 더 오염되는 것이다. 멀리서 볼 때는 마치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재현된 듯 보이는 그의 작품은 캔버스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구체적인 형태의 윤곽선이 희미해지고 색채의 흔적만이 남은 추상화된 화면으로 자리 잡는데, 구상과 추상이 한 화면에 교차하는 모호하고도 이중적인 느낌은 사탕과 담배, 코르크 마개와 비누의 양면적인 본질을 더 깊이 각인시킨다.
본 전시의 제목인 《Unseen》처럼 안성하의 작품을 통해 마침내 우리가 바라보게 되는 것은 단순히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 사물들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사물의 본질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큰 스케일의 작품들은 사람의 시선으로는 화면 전체를 한 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클로즈업된 만큼 그 형상은 더 모호해지고 추상화되어, 대상과 한층 거리를 좁힌 채 사물에 대해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그가 그려내는 사물들은 기쁨과 슬픔, 행복과 고통이 공존하는 우리의 삶과도 닮았다. 본 전시를 통해 감각의 경험을 확장하고, 보이지 않는 본질에 대해 사유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1977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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