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주
비밀부 34.5 x 40cm, 비단에 석채, 24K 금박 2023
고은주
창성부Ⅰ 119x92cm, 비단에 석채, 금박, 은박, 2023
고은주
나비부 비단에 석채, 24K금박, 25x40cm, 2022
고은주
애정부귀부 비단에 석채, 24K금박, 119x89cm, 2022
고은주
재물부 45x45cm,비단에 석채,진금박, 2022
고은주
숨은꽃찾기 90x230cmx3pc, 종이컷팅, 2019
불안의 치유
김민영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오늘날의 우리는 전염병의 확산, 불안정한 경제 상황, 급격히 변화하는 경쟁구도의 사회로부터 야기되는 불안의 삶과 엮여있다. 이와 같이 항시 불안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대상이 없는, 대상의 부재로 인한 주관적인 정서의 반응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듯 불안은 개인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이자 실존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여겨진다. 이에 지속적으로 변해가는 사회의 흐름에 따라 균형과 안정이 파괴되는 상태에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기 위해 종교에서 위안을 얻고 스스로에게 긍정의 최면을 걸어 내면의 불안을 승화시키고 마음의 위안을 얻곤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작가는 불안한 심리에 안정감을 전달하는 정신적 가치를 작품에 담아내어 극복의 대상으로 삼아 전통에서 발원한 기원 문화로 그 연원을 확장한다.
불안의 극복에 대한 샤머니즘적인 작가의 믿음이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위안과 안정의 효과를 가져와 삶의 원동력을 만들어낸다. 이는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표출하고자 하는 감정표현의 결과로 마음의 평온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심리가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에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 이전의 작업들은 부모로서의 모성을 표현한 현실이라면 현재의 작업들은 오롯이 내면의 정서에 집중하여 염원의 상징으로 발전시켜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다. 전체적인 작품의 구성은 대칭의 문양을 패턴화하고 곤충, 식물, 동물 등의 요소들과 자연스럽게 융화시켜 평온한 정서와 소망을 상징하는 일종의 부적으로 재창조된다. 이렇듯 작가는 기원문화의 전통을 지키며 현대적 감각을 응용하여 조형미와 주술적 의미를 담아 자신만의 세계에 정신적인 믿음과 정서적인 만족감을 주는 개인 수호의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조화로운 오방색의 호화로운 이미지 요소들 밑바탕에는 상징주의가 존재한다. 예컨대 나비는 즐거움과 행복, 남녀화합, 아름다움 등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꽃은 부귀와 아름다움, 번영과 창성, 장수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의미를 부여한 작품 속 이미지 요소들은 형상만으로도 아름다움을 여실히 드러내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동시에 언어나 문자와 마찬가지로 정서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의식의 반영이자 정신활동의 소산이 되어 그 가치를 더한다. 특히 동양화 재료인 비단에 안정적인 채색을 하기 위해 여러 차례 아교포수를 반복하는 동안의 차분한 호흡과 느린 움직임이 작가의 정신과 합일한다. 이는 마치 정신수양의 상태와 같아서 결과물 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과정 자체에 높은 가치가 부여된다. 이처럼 본격적인 이미지를 그려내기도 전인 준비단계에서부터 오랜 시간을 할애하는 동양화는 정신적인 면을 중시하는 전통의 미의식과 정서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영역이기 때문에 작가의 작품세계를 표현하기에 가장 알맞은 매체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최근 선보인 종이 오리기 작업은 불안을 형상화해내면서 얻어지는 일종의 치료의 과정을 보여주며 매체의 영역을 확대한다. 해당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 자신의 내면에 자리하던 불안의 정서를 표출하고 치유하는 시간을 만들어나가며 보는 이들 또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만든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불안을 치유하고 마음의 평온과 행복을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각각의 상징이 담긴 작업, 전통의 기원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을 겸비한 예술작품으로 인해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뛰어넘는 자유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안정감 있는 좌우대칭의 구도와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작품의 뚜렷하고 강한 컬러감이 신비롭고 생동감 넘치는 강한 에너지를 전달하여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운이 움트는 듯하다. 인간의 본질추구에 따른 기원문화의 형상인 작품에 내면의 감정을 결합하고 의미를 함께 교감하여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노트
코로나 이후는 ‘불안의 시대’라고 말할 만큼 ‘불안’은 우리에게 거의 일상적인 개념이 되었다. 크게는 자연재해나 코로나19와 같이 우리의 생명조차 위협하는 재난적 상황이, 작게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양자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이 우리를 억누른다. 철학자,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1969∼ )은 『불안』에서 불안이 생기는 원인을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 등 다섯 가지로 분류하면서, 우리의 삶은 불안을 떨쳐내는가 하면, 새로운 불안을 맞아들이고, 또다시 그것을 떨쳐내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또 슬로베니아의 철학자, 레나타 살레츨(Renata Salecl, 1962∼ )은 현대인의 불안은 공포와 연관된 감정이기보다는 제약 없는 자유와 많은 선택의 기회 앞에서 심리적으로 마비되는 정신장애에 가까운 것으로, 불안을 부추기는 여러 대중 매체들로 인해 불안은 끊임없이 재생산된다고 말한다. 현대는 사회적 규제가 약해지고 개인의 자유가 늘어났음에도, 개인은 자신과 타인, 집단과의 관계 속에서 고독, 절망,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시대의 불안은 주체의 행복은 물론이요, 더 나아가 생명까지 위협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첨단 과학시대에도, 이를 제거하거나 해소하기 위한 약이나 보험 등이 상품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극복되지 못해, 지금같이 기층문화로 여전히 존재하는 부적을 보면, 전통적인 주술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상당히 많음을 보여준다.
본인의 작품은, 이러한 불안의 해결책으로 고대 공동체부터 오랜 역사 체험 속에 축적된 전통적인 기반 위에 뿌리를 둔 하나의 시도이다. 이전에는 한국 고대신화에 나타나는 꽃을 소재로 모성성母性性을 시각화한 작업을 하였지만, 두 아이의 조산이라는 예기치 않은 경험으로 2019년 시점부터 부적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이후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불안’이라는 우리 시대의 정서에 주목하게 되었다. 대중 매체들이 끊임없이 우리의 행동에 의문을 품게 하고, 그 염려가 더욱더 불안을 가중시킴을 보면서 우리의 조상들은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며 우리 전통에 대한 관심이 더 배가되었다.
본인의 작품은 이렇게 일상적으로 생기는 자신과 가족의 안녕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부적에서의 보편적 상징성을 지닌 그림ㆍ문자ㆍ기호를 차용하여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려는 시도이다. 무속에서 사용되는 ‘설위설경設位說經’의 ‘종이 바수기(종이 오리기)’ 제작 방법에서 비롯된 대칭적 구도와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을 담은 오방색의 조합이 우리에게 정서적 균형과 안정감을 주는 한편, 종이오리기에서의 정신 집중은 오리기 대상과 하나가 되어 오히려 마음의 평정이 찾아왔다.
이렇듯이, 본인은 전통적인 기원문화의 ‘부적’, ‘설위설경’, ‘지화紙花’ 등을 예술적 도구로 차용하면서, 우리 전래의 보편적 상징성과 대칭 구도, 오방색의 조화로움이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불안의 시대를 사는 본인을 비롯한 현대인들의 삶을 위로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얻게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차용의 폭을 확대하면서 그 해석을 확대함으로써 우리 조상의 마음을 알게 된 동시에 평온을 찾게 되었다. 그렇게 현대의 삶은 또 지속되고 있다.
1983년 이천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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