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연: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2023.04.29 ▶ 2023.05.28
2023.04.29 ▶ 2023.05.28
전시 포스터
양수연
The Ten Immortals - Peach, Deer 비단에 수묵, 56x32cm, 2023
양수연
The Impossible Bottle -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비단에 수묵, 30×21cm, 2023
양수연
검은 파도 비단에 수묵, 184×280cm, 2023
양수연
어둠이 쌓이고 한지에 수묵, 160×264cm, 2023
양수연
전시전경
양수연
전시전경
영은미술관은 영은 아티스트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는 영은창작스튜디오 12기 양수연작가의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The Things that We Don't See' 展을 오는 4월 29일부터 5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양수연 작가는 삶과 삶 속에 내재된 죽음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작품 안에서 시각화 한다. 작가는 비단 혹은 한지 바탕에 섬세한 수묵 기법을 사용해 한국화의 오랜 맥락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전통적인 기법에만 고착(固着)되지 않으며, 모노톤의 작품색채와 추상적인 정물배치를 통한 현대적인 감각의 결과물들로써 전시장 전체를 몽환적인 분위기로 채운다.
예로부터 우리들은 한정된 현생(現生)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갈망해왔으며, 누적된 수많은 자료들이 이를 증명해냈다. 그 중 하나인 십장생도는 조상 대대로 장수를 상징하는 동식물들을 화폭에 등장시켜 그들을 불로와 숭배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이에 반해 양수연 작가의 십장생(十長生)은 유토피아를 재현 또는 연상시키는 역할을 자처하지 않고 이들은 더 이상 신화적인 도상이 아니다. 기묘한 풍경에서 떠다니는 미신처럼 '얼굴이 가려진 사슴', '빛을 잃은 태양', 그리고 '추락하는 학' 등으로 묘사되며, 현실을 왜곡하고 인간의 헛된 욕망을 반증함으로써 관습이 가진 권태로운 이면을 지적한다.
"집을 나서서 어디론가를 가야하는 간단한 일에도 수많은 선택이 펼쳐진다. 걸어갈지, 버스를 탈지, 어떤 루트를 따라갈 것이고 몇 번 버스를 탈지, 버스 안에서는 어디에 앉을지 등등. 일상적이고 단순한 선택의 결과로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얻고, 이러한 하루하루가 이어져 삶이 된다. 나의 평온한 일상 어디에도 죽음은 없다. " - 작가 노트 중
작품에서 보이는 상징적 소재뿐만 아니라 자연적 소재까지도 시작과 끝이라는 절대적인 질서에 순응하고 있다. 심해의 끝이 어디인지 짐작되지 않는 거대한 파도, 그리고 빛을 상실하여 구분이 되지 않는 검은 해와 달 등등 유한함의 대상은 비한정적이며 작품 안에서 다양한 형태로 혼재되어 있다. 낮이 지나면 밤이 오고, 시간이 흐르면 죽음을 맞이하는 생(生)과 같은 현재진행형인 '사건'들은 우리 곁에 즐비(櫛比)하고, 순간순간 일상 속 찰나의 면면을 관찰하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연약함에 뿌리를 둔 자연을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현실적이면서도 때로는 구체적이다.
"그러나 죽음은 어디에나 있다. 잘못 발을 헛딛으면 떨어져버리는 낭떠러지처럼 위태롭게 생과 사의 경계에 서있는 것이다. " - 작가 노트 중
작가는 작품을 통해 불확실한 삶과 허황된 욕심을 벗어날 명확한 방법은 '집중할 수 있는 현재'의 소중함이라고 말한다. '영원한 삶은 없다 그러므로 영원한 것도 없다' 라는 순리(順理)대로 인간에게 가장 확실한 사건은 죽음이며 이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의 뒤엉킨 욕망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어디로 가야하며 끝이 어딘지에 대한 머뭇거림은 각자만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이미 저감하며 공존하고 있는 '사건'이라는 응축된 결과로 남는다. 결론적으로 죽음과 삶의 영역을 중이적으로 암시하는 작품을 소통의 창구로 삼아, 작가는 우리들이 직면하는 복합적인 감정과 이를 이겨낼 진정할 가치를 제안하는 것이다. ■ 영은미술관
1988년 서울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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