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이정진
ⓒ 이정진_Unnamed Road
이정진
ⓒ 이정진_Unnamed Road
이정진
ⓒ 이정진_Unnamed Road
고은사진미술관은 이정진의 『Unnamed Road』 전시를 개최합니다. 이 시리즈는 사진가가 「This Place」프로젝트에서 이스라엘과 요르단 강 서안지구를 담은 이미지들로부터 만들어졌습니다. 사진가 Frederic Brenner가 총괄 기획한 「This Place」프로젝트에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국적과 스타일이 다른 12명의 세계적 사진가들이 참여하였습니다.
West Bank라고 불리는 요르단 강 서안지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형극의 땅입니다. 2천 년 동안 잃었던 땅을 되찾겠다는 사람들과 그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내어야 하는 이곳은 '약속의 땅'으로부터 가장 멀어 보입니다. 지구상에서 손꼽히는 분쟁지역인 이곳에 대한 미디어의 시선은 그 분쟁만큼이나 극단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This Place」는 이에 맞서서 우리에게 현존하는 분쟁 그 너머를 보라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이정진은 '길가의 올리브 나무처럼' 객관적으로 그 땅을 바라보려 하였으나 만연한 공포와 적대감의 현실에 좌절했다고 고백합니다. 사진가로서 거듭나는 경험 속에 그가 담아낸 '이곳 this place'의 황량한 하늘과 땅은, 이정진의 독보적인 질감에 갇힌 박제가 되어 허공에 걸려있습니다. 과연 그가 이끄는 '이름 없는 길 unnamed road'의 끝에는 분쟁 그 너머의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고은사진미술관의 새로운 전시 『Unnamed Road』는 사진가 이정진이 세계적 주목을 받은 프로젝트 「This Place」에 참여하며 제작한 시리즈입니다. 「This Place」는 프레데릭 브레너가 기획한 프로젝트로 2010-2011년 12명의 저명한 다국적 사진가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지역의 다각적인 모습들을 담기 위해 진행되었습니다. 스테판 쇼어, 제프 월, 토마스 스트루스 등 저명한 사진가들 중 유일한 아시아 작가로 참여한 이정진은 「Unnamed Road」 시리즈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정진은 역사적·정치적 속성에서 벗어나 순전히 자신이 느낀 감정을 담아 수묵과 같은 본인만의 색채로 풀어냅니다. 사진을 찍으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명상과 같은 작업을 통해 이스라엘에서 마주한 복잡한 감정들이 시적인 이미지들로 표출됩니다. 이는 암실에서 아날로그 작업을 거쳐 디지털 작업으로 완성된 작가 특유의 그윽한 질감과 톤에서 더욱 잘 드러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Unnamed Road」시리즈에서 소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작품이 추가되어 선보일 예정입니다. 「This Place」 진행과정과 이정진의 인터뷰를 담은 동영상을 통해 이정진이 이스라엘이라는 장소를 어떻게 사진적으로 풀어내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고은사진미술관은 『Unnamed Road』전을 개최하며 Nazraeli 출판사와 협업하여 『Unnamed Road』를 새로운 버전으로 재출간합니다. 기존 사진집에서 17점이 추가된 총 55점의 이미지로 확장된 버전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고은사진미술관
느낌을 알아차리기 위해 / 감정이 고요해지도록 기다린다. / 마음은 그 자체의 신기루 / 사막은 거울과도 같다.
이스라엘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여정은 내게 감정적으로 무척 낯선 도전이었다. 그 대지는 오랜 역사와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갈등으로 인하여 인간이 만든 아주 혼란스러운 땅으로 느껴졌다. 이스라엘 곳곳에 서있는 수백 년 된 올리브 나무가 묵묵히 그곳을 응시하고 있는 것과 같이, 개인적 편견이나 판단 없이 그 땅의 느낌을 나의 은유적 언어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분쟁, 공포, 적개심 그리고 신에 대한 기도… 이 모든 현상이 내 시야를 혼돈 속에 가두었다. 슬펐고 종종 마음의 길을 잃었다.
이스라엘 여정이 끝나갈 무렵, 그 혼란스러운 풍경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즈음해서, 이 땅을 누비며 올라오던 내 불편한 감정들이 장소의 객관적인 진실보다 내 마음 안의 어떤 것의 반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한장 한장 사진을 완성하면서, 질문도 답도 아닌, "존재 그대로"를 사진들 속에 담을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 이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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