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포스터
안유리
스틱스 심포니 2022, 2채널 영상설치, 15분 51초 © 김상태. Photo by Sangtae Kim
이매리
지층의 시간 2020 2020, 혼합재료, 350x650cm
리밍웨이
여행자 2001-2023, 2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나무상자에 기념품, 전남도립미술관 구례투어 제작지원, Photo Courtesy of Perrotin Tokyo, photo by Kei Okano
임흥순
백년여관 2023, 2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사진, 설치, 가변크기, 전남도립미술관 제작지원
리밍웨이
편지쓰기 프로젝트 1998-현재, 나무부스, 편지지, 편지봉투, 각 290x170x231cm 총 3점, Photo Courtesy of Davis Museum Wellesley College, photo by Anita Kan
≪시의 정원: Poetic Paradise≫은 남도의 문학을 포함한 시와 소설에서 영감을 받거나, 문인들과 협업한 동시대 미술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이다. 전시에 참여한 네 명의 현대미술작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이에 대해 발언한다.
안유리(b.1983)의 작품에는 해남 출신 시인 고정희의 시를 포함하여 국적이 다른 여성시인들 - 구리하라 사다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마야 안젤루 - 의 시가 등장한다. 네 편의 시들은 각각 광주 민주화운동, 히로시마 원자폭격, 나치와 소비에트, 흑인 민권운동을 배경으로 한다. 네 편의 시는 전쟁과 폭력의 역사를 담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사랑과 용기를 잃지 않는다. 자신을 믿고 일어서 다시 나아간다. 시의 화자들은 자신의 존재와 언어의 미약함에 좌절하면서도, 기꺼이 희망을 노래한다.
영화감독이자 미술작가인 임흥순(b.1969)이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백년여관>은 완도 출신 작가 임철우의 동명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백년여관』은 4.3 항쟁의 희생자 가족, 1980년 광주항쟁의 피해자, 1950년 보도연맹원 학살사건의 희생자 가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여 가상의 섬 영도로 모여든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임흥순은 『백년여관』에 등장하는 소설가와 작가 임철우가 공통적으로 지닌 태도 중 하나인 ‘죄의식’에 초점을 맞춘다. 소설의 연장선상에서 임흥순은 본인의 죄의식 혹은 작가적 책임감이 향해 있는 대상들에 대해 생각하고, 그 사람들을 초대하여 차와 함께 치유의 시간을 선물한다.
강진 출신 작가 이매리(b.1963)는 역사의 지층을 발굴하는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에는 성경, 에즈라 파운드의 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가 담겨있다. 금분으로 써내려간 에즈라 파운드의 시집 『캔토스』는 성경과 마찬가지로 문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황야에서 방황하고, 약속된 땅을 찾고, 그것을 잃고, 도시를 건설하고, 그것이 파괴되고, 그럼에도 남은 인류에 의해 계속되는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찬가지로 금분으로 써내려간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예루살렘」은 영국을 푸르고 즐거운 땅으로 만들리라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리밍웨이(b.1964)는 ‘소통’과 ‘관계맺기’를 키워드로 작업하는 대만 출신 작가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아버지의 해방일지』, 『빨치산의 딸』의 작가이자 구례 출신 소설가 정지아와 함께 구례를 여행한 뒤 신작 <투어리스트>를 제작하였다. 함께 선보이는 <편지쓰기 프로젝트>는 개인적인 상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였는데,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관람객들을 공감과 사색의 공간으로 초대한다. 작은 공간에 홀로 들어가, 지금 곁에 부재하는 누군가를 위한 글을 쓰면서 관람객은 잠시동안 세상에서 유일한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 치유와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미술은 무언의 시이고, 시는 보지 못하는 그림이다. 그리고 이 두 예술은 수많은 도덕적 태도들을 드러내 보여준다. 고통과 좌절, 죄책감 속에서도 네 명의 동시대 작가들이 보여주는 태도에는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한 희망과 공감의 시선이 담겨있다. 언어의 의미를 새롭게 하고 확장하는 시처럼, 그를 위해 고유한 눈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시인처럼,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세계를 인식하고 이제까지 없었던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부재와 파멸, 죽음과 고통을 넘어서는 화해와 희망을 노래하며, 각자의 ‘시적 파라다이스(근심 걱정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 이상향. 낙원.)’로 우리를 초대한다.
1983년 출생
1969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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